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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체결되면 농축산물 다 사라진다
[김영호 칼럼] 식량무기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굴종의 시대가 기다릴 뿐
 
김영호   기사입력  2006/05/28 [23:30]

 철옹성 같던 공산주의가 일순간에 붕괴되었다. 동구에서 공산주의가 몰락한 데 이어 소련이 해체되자 공산주의가 삽시간에 와해되고 말았다. 세계의 절반을 둘러친 철의 장막이 도미노의 모습을 연출하며 쓸어져버린 것이다. 원인이야 복합적이지만 그 첫째가 만성적인 식량난이었다. 먹을 것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무작정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다 베를린 장벽에 부닥쳤다. 그 장벽을 깨는 망치소리가 주술을 부렸는지 그 충격파에 세계를 지배하던 양대축의 하나가 맥없이 무너졌다.
 
 냉전체제하에서 미국에 대적하던 소련은 무기강국이기는 하나 경제강국은 아니었다. 짧은 기간 안에 공업화는 성공했지만 집단농장이 실패한 까닭이다. 시베리아의 식량난은 겨울의 혹한보다 더 무서웠고 구상무역으로 들여온 쿠바의 감자로 허기를 채워야 했다. 구조적인 식량난은 미국과의 대결국면에서도 서방세계에 구호의 손길은 내밀게 만들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곡물수출금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식량무기화로 소련의 목덜미로 죄였던 것이다. 냉전시대에 미국의 최대무기는 식량이었다.
 
 냉전체제 이후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세계를 군림하지만 21세기 국제정치 판도에는 변화가 예고된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 미국과의 대결은 필연적이다. 중국이 고속성장의 가도를 질주하지만 자원부족이란 아킬레스건에 걸려있다. 그 까닭에 성장의 원동력인 석유자원을 확보하려고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세력확장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이 견제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또 하나는 식량이다. 중국이 5,000년만에 식량자급을 이룩했다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산업화-도시화-사막화가 진행되면서 농지를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다 젊은이들이 돈벌이를 찾아 농촌을 떠나면서 이농민이 연간 1,500만명씩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곡물수요는 4억8,500만t이나 1998년 5억1,200만t를 생산한 이후 줄곧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곡물순수출국에서 곡물순수입국으로 전락하여 미국에서 밀을 수입하는 실정이다.
 
 식량공급을 해외에 의존하는 경제대국이란 존재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중국이 식량증산에 나섰다. 농지세를 금년부터 아예 없애버렸다. 휴경지에 생산을 재개하고 이농민의 귀농을 독려하려 나섰다. 그것을 위해 농촌의무교육을 무료화하고 의료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증산정책은 고도성장에 따른 도시-농촌간의 소득격차를 완화하려는 사회-경제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양극화를 중농정책으로 완화하려는 것이다.
 
 이 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3%에 불과하다. 나머지 식량은 해외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수입농산물이 식탁을 점령할 만큼 생산기반이 취약해졌지만 식량안보에 관한 의식이 희박하다. 모자라면 수입해서 먹으면 그만이고 그것이 훨씬 싸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그 까닭에 농업을 희생해서라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맺는다지만 많은 국민들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노무현 정부는 그것을 여론으로 믿는지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미국의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은 농업이다. 경작지가 세계에서 가장 넓다. 미국의 농업은 초국적 기업농이 영위한다. 비행기로 파종하고 비행기로 농약을 살포한다. 그런데 한국은 식구끼리 먹고살려고 농사짓는 가족농이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값싼 미국산 밀에 밀려 이 나라에서 밀밭이 사라졌다. 미국산 오렌지가 제주도에서 감귤나무를 뿌리 채 뽑아내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살아남을 농축산물은 거의 없다.
 
 지금은 모든 농축산물을 싸게 수입해서 먹는다. 하지만 농업기반이 붕괴된 다음에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으면 큰 오산이다. 전두환 일당이 정권을 찬탈한 1980년에는 하늘도 울었던 모양이다. 그 해 여름은 냉기를 느낄 만큼 서늘했다. 냉해로 대흉년이 들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동남아를 휩쓸고 멀리 스페인까지 가서 쌀을 사왔다. 값을 몇배나 더 쳐줬는데도 장기도입계약을 맺으라는 바람에 해를 넘기면서 더 사야만 했다. 그 쌀이 남아돌아 재고미로 쌓이게 된 것이다.
 
 석유자원국들이 무기화에 나설 기세를 보이자 석유값이 1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태세다. 식량무기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굴종의 시대가 기다릴 뿐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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