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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조선일보는 폭력적, 인터뷰 거부한다”
민노당 서울시장 후보 “조선일보 변화없고 입장 동의안돼” 거부 밝혀
 
도형래   기사입력  2006/04/10 [16:54]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종철 후보가 “조선일보의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사양한다”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 후보는 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자신에게 조선일보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지만 조선일보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과, 노동관련 보도 행태에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터뷰 요청을 거부함을 밝혔다.
 
김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언론개혁운동 차원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거절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조선일보가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합법의 이름으로 요구하거나 조장하는 그런 폭력적 풍토”는 변하지 않아 인터뷰는 곤란하다며 조선일보의 이념적 편향을 인터뷰 거부의 주요 이유로 삼았다.
 
특히 김 후보는 “강정구 교수 사태 때 조선일보가 보여준 모습은 여전히 폭력적”이었으며, “국가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와 노동쟁의 사업장의 직권중재 폐지를 권고한 것에 대해 ‘잠꼬대’라고 비난한 것”은 “정부와 사용자가 법의 이름으로 벌이는 폭력적인 대응을 옹호”한 것이라며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후보는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영향력이 큰 조선일보와의 인터뷰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아직 지지율이 낮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지켜야할 원칙”은 선거전의 유불리 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후보는 “앞으로 시대가 변화하여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때로는 얼굴을 붉혀가며 논쟁하더라도, 그것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고, 그로 인해 아무도 폭력에 의해 희생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면서 조선일보가 그러한 세상이 오도록 노력한다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는 가능할 것”이라며 조선일보의 변화를 은유적으로 지적했다.
 
당내 경선에서 김혜경 전 대표를 누르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종철 후보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당 대변인,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등 당내 주목받는 젊은 후보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원내 제3당으로 등장하면서 일부 의원의 조선일보와 접촉이 논란이 되고, 특히 노회찬 의원의 조선일보 기자특강에서 “조선일보 예찬론”이후 비난이 거세지자 그해 연말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고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다음은 김 후보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전문이다.

<조선일보의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사양하며>

 
지난주 저는 조선일보의 민주노동당 출입기자로부터 서울시장 예비후보로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강금실 예비후보를 비롯해 열린우리당의 각 시도 단체장 후보들이 인터뷰를 했고, 이제 한나라당 후보들이 인터뷰를 할 예정인데, 민주노동당 후보도 인터뷰를 하여 독자들에게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취지였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몇 년 전부터 있었던 언론개혁운동에 동참하면서 당내 주요 정치인들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아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이후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저는 비록 많은 상황이 변하였지만, 주요한 지점에서 조선일보의 입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하고자 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상대의 의견, 정견, 사상을 존중하고, 상대방이 그 의견, 사상, 정견으로 인해 탄압받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사상과 정견이 다른 사람을 사형까지 시킬 수 있는 법이 있지요.
 
국가보안법입니다.
 
저는 이러한 악법의 뒤편에서 이 악법의 준수를 요구하고, 이를 어겼을 때 법에 의한 처벌을 요구하고, 조장하는 것이야말로 폭력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강정구 교수 사태 때라든지, 국가인귄위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등에서 보여준 조선일보의 모습은 여전히 폭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국가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와 더불어 권고하였던 노동쟁의 사업장의 직권중재 폐지 등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잠꼬대’라며 비난하였습니다.
 
나날이 생활이 악화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통해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조선일보의 태도는 정부와 사용자가 합법의 이름으로 폭력적인 대응을 하는 것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저는 기본적인 동의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저와 견해가 다른 조선일보와 흔쾌히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러나,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합법의 이름으로 요구하거나 조장하는 그런 폭력적 풍토 속에서는 당분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는 어려울 것입니다.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영향력이 큰 조선일보와의 인터뷰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아직 지지율이 낮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선거전의 유불리만으로만 따질 수 없는, 여전히 지켜야할 원칙이 있기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시대가 변화하여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때로는 얼굴을 붉혀가며 논쟁하더라도, 그것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고, 그로 인해 아무도 폭력에 의해 희생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
 
그러한 세상이 오도록 조선일보가 노력해 주실 때,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꿈꾸며 저의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2006년 4월 9일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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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4/10 [16: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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