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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명박, 대권 전초전 시작됐나?
[동향] 지자체 선거 ‘이명박 중심 개편’ 제동, 주도권 싸움 치열할 듯
 
이유현   기사입력  2006/03/06 [17:20]
최연희 전 사무총장 성추문 건으로 뒤숭숭한 한나라당 당사가 초긴장에 휩싸였다. 당 대표인 박근혜 대표가 당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이명박 시장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발언은 지난 번 사학법 원외투쟁을 비난한 원희룡 최고위원에 대한 경고와는 사뭇 다른 차원이다. 이 시장은 차기 대권주자로서 유력한 경쟁자이자 당내 영향력도 무시못한다.
 
표면적으로는 이 시장이 지난 3일 일부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은 현재 긴장이 풀어져 있다"는 등 자신의 지도력을 훼손하는 발언을 한 것에 기인하지만, 이 시장이 사학법 원외투쟁을 평가하면서 이재오 원내대표를 치켜 세운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측면이 크다. 이 시장은 "이재오 원내대표가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한나라당은) 사학법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잘하고 있다"며 이 원내대표를 치켜세웠고, 상대적으로 박 대표의 사학법 투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시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박 대표는 “당이 여러 사건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으면 소속된 사람들이 공동 책임을 느끼고 언행을 자제하는 신중함을 보여야 하는데, 자신은 마치 당과 관련이 없는 양 당을 희생삼아 개인플레이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는 공인의 행동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특히 “지난해 (당이) 혹한 속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사학법 투쟁까지 폄하하는 발언은 과연 당을 같이 하는 사람인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며 간접적이지만 이 시장을 향해 발언의 강도를 높였다.
 
박 대표는 또 “(한나라당이) 정책이 바로 정치란 말을 강조하면서 정책 정당으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현재 한나라당에는 정책은 없고 정치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하면서 “의원과 당료들이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월요일부터 무거운 얘기를 꺼냈다”며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발언의 핵심은 지난 4.15총선 직전의 ‘위기’ 상황에서 “간신히 기사회생한 당을 자기 이익을 위해 폄하한다면 우리 모두 좌시할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한 부분에서 드러나듯 자신의 당 대표임을 당내외에 과시하면서 이 시장과 측근들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차기 대권을 가늠할 오는 5.31 지자체 선거에서 어느 계파의 후보를 내느냐로 박 대표와 이 시장은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빅3로 불리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세군데 후보 선정을 놓고 치열한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환경은 이명박 시장 구도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대표적인 반박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과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 그리고 각종 초선의원 모임이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자체 싹쓸이를 통해 대권까지 거머쥔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들 모임의 중심은 당연 이명박 시장이고, 이재오 원내대표 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박 대표로서는 이런 흐름을 방치했다간 “앉아서 고사당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이 시장 비판 발언 중 마무리 발언에서 “4.15총선 직전의 ‘위기’ 상황에서 간신히 기사회생한 당”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바로 현재 박 대표의 심경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표로서는 지난해 10.26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정점에 이르렀던 자신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승부수로 던진 사학법 원외투쟁이 무위로 끝난 상황에서 더 이상 지도력 훼손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학법 투쟁이 무위로 끝났지만, 열린우리당 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는 당 지지도 등 위기의 당을 이만큼 올려놓았지만, 자만에 빠져 ‘폭언, 성추행’ 등 오만과 교만으로 당이 무너지는 상황을 박 대표 탓으로 돌리려는 반박 계열 인사들의 언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함께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장 발언에 대해 한선교 의원의 해명 겸 반박의 글도 한나라당 친박 계열의 내부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 시장 발언 직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시장이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서울시장 후보로 거명되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영화배우 배용준, 이영애씨와 비교한 데 대해 “최연희 선배의 부적절한 행동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과거 두 차례 대선에서 다 된 것으로 생각한 마음 속의 ‘자만’이다”며 “적절치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한 의원은 이명박 시장에게 “소속 의원 대다수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어른이기에 한나라당을 감싸달라는 얘기는 안 한다”며 “(이 시장에게) 유리할 때만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울 때도 한나라당이다. 곤경에 처한 우리를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씀은 참아 주시라”고 언급, 불편한 심사를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장에 대한 박 대표의 경쟁력이 더욱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가 이 시장에게 추월당한지는 오래이다. 텃밭인 영남권에서조차 흔들리고 있다. 이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경북 포항)의 지원도 무시 못한다.
 
박 대표로서는 이 시장이 당을 기껏 키워놓으니까 이제와서 ‘무임승차’를 문제삼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최근 한나라당 추문의 당사자들 거의 모두가 영남권 의원이라는데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노인’으로 폄하한 전여옥 의원 외로 폭언논란과 관계없이 피감기관과 술자리를 가진 주성영 의원, 사학법 투쟁시 국회의장실 여직원에게 폭언한 임인배 의원, 구미 골프장 경비원 폭행사건의 김태환 의원, 대구에서 상공인들과 회식중 맥주병을 던진 곽성문 의원, ‘미국은 또 하나의 조국’이라고 발언한 이방호 정책위의장 등 그동안 선거에서 무풍지대였던 영남권 의원들의 잇다른 추문으로 영남권에 기대고 있는 박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영남정서 상 ‘여자대통령’의 거부감이다. 박 대표는 자신의 텃밭인 대구 경북에서 조차 이 시장에게 밀리고 있다. 박 대표로서는 기껏 5.31 지자체 선거에서 이기고도 퇴출 당하는 신세로 전락할 현실이 높다. 그렇다고 과거 이회창 총재에게 반기를 들고 탈당했다가 복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박 대표로서는 현재의 구도가 고착될수록 탈출구는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별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고 있어 홧병이 들 지경이다. 이 시장에게 향한 박 대표의 유난히 높은 목소리는 역설적으로 밀리고 있는 박 대표의 곤궁한 처지를 웅변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이 시장으로서도 마냥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현재 한나라당 내용으로서는 지자체에서는 승리할 수 있어도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제에 지자체 선거를 위시로 ‘싹쓸이’를 통해 ‘이명박 체제’를 구축한다는 복안이지만, 박 대표 노선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차별화한 전략이 영남권 의원들의 호응과 신뢰를 얻지 못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이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부쳤다가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봄은 봄이되 봄같지 않은 현실, 현재 한나라당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이다. 특히 박 대표와 이 시장의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한 봄같지 않은 한나나라당의 봄은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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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3/06 [17: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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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민관 2006/03/07 [08:31] 수정 | 삭제
  • 박 대표로서는 이 시장이 당을 기껏 키워놓으니까 이제와서 ‘무임승차’를 문제삼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최근 한나라당 추문의 당사자들 거의 모두가 영남권 의원이라는데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노인’으로 폄하한 전여옥 의원 외로 폭언논란과 관계없이 피감기관과 술자리를 가진 주성용 의원, 사학법 투쟁시 국회의장실 여직원에게 폭언한 임인배 의원, 구미 골프장 경비원 폭행사건의 김태환 의원, 대구에서 상공인들과 회식중 맥주병을 던진 곽병문 의원, ‘미국은 또 하나의 조국’이라고 발언한 이방호 정책위의장 등 그동안 선거에서 무풍지대였던 영남권 의원들의 잇다른 추문으로 영남권에 기대고 있는 박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고 있다.

    위의 인용부분에서
    주성용이 아니라 주성영
    곽병문이 아니라 곽성문입니다.
  • 슬픈현실 2006/03/07 [07:55] 수정 | 삭제
  • 이명박과 박근혜가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자체가 슬픈 현실이다.
    어쩌다가 이런 지경이 되었노.
    노무현의 상식 밖의 졸렬하고 무능한 정치가 이런 화를 불렀다.
    이런 수구세력의 득세가 나라를 망하게 하지는 않겠지만
    지난 세월 우리가 쌓아왔던 민주화의 가치와 실적이 상당부분 훼손되거나
    후퇴하게 될 것이다.
    경제부문에서는 노골적인 신자유주의의 창궐은 말할 것도 없다.

    노무현정권은 태어나면 안 될 정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