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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고통분담 한다는 시민은 왜 없나?
[주장] 파업 외면하는 당신,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것을 인식해야
 
황진태   기사입력  2006/03/03 [21:05]
철도 노조 파업과 관련하여 대중매체에 비춰진 시민들의 반응에서 의도된 편집 때문일까. 하나같이 철도 이용에 대한 불평불만만을 토로하고 "같은 노동자인데 이 정도 고통은 연대해야죠"라고 대답한 시민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어서 섭섭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국내 번역출간된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콕스(R. Cox)의 <다수 문명에 대한 사유 외>에서는 '부르주아·프롤레타리아'로 나누었던 고전적인 계급구조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지면서 노동자층을 세 가지 층위로 분류하고 있다.

세 가지 층위 중 첫 번째는 중심국가의 연구 및 개발을 하는 '통합된 노동력', 두 번째는 통합된 노동력의 주변을 둘러싼 다수로써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불안정한 노동력', 그리고 세 번째는 '불안정한 노동력'에 조차 끼지 못한 주변국들의 '배제된 노동력'을 일컫는다.

콕스의 주장에 의하면 이러한 분화는 '생산의 국제화'가 진앙지다. 한국의 노동지형에 있어서도 콕스의 주장은 대체적으로 포개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상황의 '산물'로서 그쳐야지 현재 노동자층 사이의 분할을 합리화해주는 '핑계'로 오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스크린쿼터 사수를 한창 하고 있는 요즘, 얼마 전 영화인들은 FTA로 앓고 있는 농민층을 찾아가서 일찌감치 연대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사죄하며 연대를 다짐했다.

수 십 년을 시내버스회사에서 정비를 하다가 관리자가 된 나의 아버지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 "정규직 노동자가 월급이 조금 깎이더라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정규직 노동자인 자신의 희생을 역설했다.

이러한 연대의 무늬들이 형성되는 한편 아름다운 무늬를 지우려는 지우개도 널려있다. 임용고시를 앞둔 예비교사인 필자는 학생들의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선생님일 텐데, 정교사(정규직)와 기간제 교사(비정규직)로 나누어지고, 이 분할이 자본의 전략이 아니라 정교사가 기간제 교사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권력의 시선'과 맞닿았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대학사회에서는 마땅히 이수해야 할 강의에 대해서 임용된 교수인력 중에는 가르칠 인력이 없어서 시간강사를 채용하는 것인데 학생 앞에선 다 똑같은 교수를 시간강사로 구별짓기하고 그들의 학문적 성과를 폄하한다. 오히려 교수가 비정규직 교수인 시간강사에 대해서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줬으니 고마워해야 정도(正道)가 아닌가.

착각의 늪에 빠진 가장 자명한 사례는 '연대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반대 집회에서였다. 소위 진보적이었다는 시사평론가 출신 정치인의 말장난에 놀아나서 집회에서는 "반미 주장은 괜찮지만 반노 주장은 안 된다"는 기성정치인들의 정치공학적인 사고를 시민사회에서도 낯뜨겁게 똑같이 보여준 것이다. 이들의 나침반이 과연 여의도로 향한 것인지 연대를 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글에서 연대에 대한 역설은 그람시(A. Gramsci)가 말했던 부르주아를 타파하기 위한 "계급동맹"을 엮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우선 우리 안의 차별적인 시선부터나마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농민,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 정교사·기간제 교사, 시간강사·교수, 늦었지만 영화배우까지 우리 모두는 노동자였다.

자본의 분할전략이 담긴 FTA 침투를 앞두고 점점 이익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가는 한국사회에서 우리 안의 분열이 상생의 융합으로 거듭 나길  바라는 심정에서 몇 자 적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 철도 노조 파업에 대한 부정적 보도 뒷면에 있는 실상은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파업이 타협되기 전에 단 한 명만이라도 "같은 노동자인데 이 정도 고통은 연대해야죠"라는 시민의 반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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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3/03 [21: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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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가 막혀서 2006/03/04 [21:50] 수정 | 삭제
  • 내가 알고 있는 이철. 극한투쟁의 대모 앞자비로 알고있었건만...
    세월이 흐르고 돈맛을 알게되고...
    2000명이나 해고 운운하는걸 보니...
    돈도 많이 모았다는 소문도 있던데.. 맨주먹 빈 털털이에서 70억의 재산을 모았다고...과연 정치가 좋군...
  • .. 2006/03/04 [14:47] 수정 | 삭제


  • 신발장수가 손님 발이 왜 크냐고 탓하는 격. 노동운동의 전술적 한계를 극복할 생각은 안하고 시민들의 무지와 이기심을 탓하고 있으니, 원...
  • 흠... 2006/03/04 [01:43] 수정 | 삭제
  • 그래도 기차역에 가 보니깐
    사람들이 성질을 막 부리고 그러지는 않더군요.
    예전보다는 많이 참는 듯....
    아마 철도노조의 주장 중에서 '공공성' 부분이
    조금 설득력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무궁화호, 새마을호 열차가 줄어들면서
    당장 서민들이 힘들어진 상황이라서 말이죠.
    아니, 이것도 그냥 내 기대에 불과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