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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지강헌과 Holiday
[우리힘의 눈] 황우석은 허상, 있는 자들이 주입한 마약에 불과할 뿐
 
율전   기사입력  2006/01/14 [11:11]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끌었다. 그 옛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집단탈주극의 주인공 지강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겨누고 담배를 꼬나문 상태에서 세상을 향해 강렬한 눈빛을 발산하고 있는 지강헌의 모습과 함께 경찰과의 대치상태에서 그가 내 뱉었다는 말 한 마디가 뇌리에 떠 오른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돈(錢)"이 아니라 "유(有)"와 "무(無)"인 것이다.     © 인터넷 이미지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사는 이 곳의 불합리함을 이 처럼 단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그러나 실상 지강헌의 이 말은 그가 이 세상에 대해 하고자 하는 말의 일부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가 했던 말의 폭을 스스로 좁혀 면죄부를 받고자 했던 나머지 사람들의 자기위안이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어쨌든 지강헌은 세상의 불합리함을 단지 돈의 있고 없음으로 환산하여 표현했지만(혹은 그렇게 이해했거나 이해해 왔지만)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지강헌의 말 중 돈(錢)보다는 "있고(有) 없음(無)"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돈이란 단지 있고 없음을 재단하는 하나의 척도일 뿐, 꼭 돈이 아니라도 있고 없음을 재단하는 척도는 얼마든지 넘쳐나기에.
 
남들에 비해 다리가 하나 없기에 장애우가 되는 것이고, 사장에 비해 돈이 없기 때문에 종업원이 되는 것이며, 있는 집 자식들에 비해 사교육 기회가 없기 때문에 신분 상승의 길도 없는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 없었기 때문에 황우석 신화 역시 가능했던 것이고, 제대로 된 언론이 없기 때문에 황우석 파동에 가려 그 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며, 그 와중에 가진 거라곤 쥐뿔도 없는(無) 사람들의 삶에는 고달픔만 넘쳐(有) 흐른다.
 
스스로 죽기 전 지강헌은 "Holiday"란 노래를 반복해 들었다 한다. 스콜피언스의 그것이든, 비지스의 그것이든, "Holiday"라는 노래 제목만큼이나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만큼은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네 삶은 여전히(그것이 무엇이든) 있고 없음에 따라 휴식의 깊이마저 다르다. 있으면 군림하고 편히 쉬지만, 없으면 조아리고 남들 쉴 때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강헌이 "Holiday"를 들으면서 죽어갔다고 해서, 없는 사람이 남들 쉴 때 부단한 노력을 경주한다고 해서, 정말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취할 수 있었을까?
 
황우석은 허상이다. 하나의 도구며 있는 자들이 주입한 마약에 불과하다. 지강헌의 돈이 세상의 불합리함을 재단하는 하나의 잣대에 불과했듯 황우석은 있는 자들의 키를 재는 Key(열쇠)에 불과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잣대"나 "Key"가 아니라 "있거나", "없음"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돈(錢)"이 아니라 "유(有)"와 "무(無)"인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신선놀음에 맞장구치며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을 것인가! 우리가 신선인가?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우리힘닷컴'(www.woorihim.com)에서 제공한 것으로, 다른 사이트에 소개시에는 원 출처를 명기 바랍니다.    
*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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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1/14 [11: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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