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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우상화와 떼거리 언론의 고질병
[김영호 칼럼] 언론은 다시 한번 일그러진 제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때
 
김영호   기사입력  2005/12/27 [14:27]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그는 인류의 미래를 연다는 생명공학에 우뚝 선 영웅이었다. 세계가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언론이 전할 때마다 온 국민은 환호했다. 그는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희망을 전파했고 언론은 그의 행동거지를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언론의 찬란한 각광을 딛고 그는 어느덧 군중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그가 어느 날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며 추락했다. 언론이 그토록 열광하여 만든 허위의 신화가 말이다.
 
황우석 파문은 긴 꼬리를 물며 언론의 온갖 고질적 병폐를 드러냈다. 스스로 언론자유를 부인했다. MBC PD수첩이 불쑥 황 교수의 연구와 관련하여 생명윤리의 문제를 제기했다. 별안간 나라가 뒤집어진듯 난리가 났다. 인터넷에는 광기 서린 극언이 난무했다. 기업에는 광고를 빼라는 협박전화가 쇄도했다. 이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그런데 언론이 가세하여 광고탄압을 부추겼다.
 
떼거리 언론, 진실추구 실종
 
당파성에 매몰되어 눈이 먼 듯 했다. 생명윤리는 가치의 문제다. 그런데 이른바 주류언론이 이념의 잣대를 들고 나와 마녀사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좌파매체, 진보매체가 ‘황우석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PD수첩 제작진의 학생운동, 노조활동의 이력을 가지고 말이다. 진실은 뒷전에 두고 네티즌의 언어폭력을 여론으로 포장하여 ‘황우석 살리기’에 골몰했던 것이다. 그것도 애국주의에 호소하고 군중심리에 영합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이제는 얼른 얼굴을 바꿔 진실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다.
 
떼거리 의식 또한 심각하다. 황씨는 진실을 감추고 말했다. 그런데 언론이 전모를 모르는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에 매달려 춤을 췄다. 전기 줄에 앉은 새 한 마리가 불쑥 날아가면 다 따라가다 한 마리가 돌아오면 다 따라오는 꼴이었다. 어느 집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온 동네 개들이 미친 듯이 짖는 꼴이었다. 그야말로 떼거리 언론(pack journalism)이었다. 결국 진실추구는 실종되고 국민은 더 깊은 혼돈에 빠지고 말았다.
 
PD수첩이 연구성과의 진위를 따지겠다고 말하자 또 한번 요동쳤다. 진실을 찾았다면 보도를 통해 말했어야 한다. 아무리 위협을 느끼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입으로 먼저 말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취재자는 주창자가 아니다. 이번에는 언론이 어떻게 과학적 성취를 검증할 수 있느냐는 시비가 무성했다. 취재대상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언론이 스스로 보도영역을 설정하는 모순을 저질렀다.
 
YTN이 PD수첩의 취재윤리를 문제삼고 나섰다. ‘논문취소’, ‘검찰수사‘, ‘신분보장’을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MBC가 부랴부랴 두 시간만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이어 PD수첩 ‘방송중단’을 발표했다. 취재과정의 문제점이 이미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동안 MBC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YTN 보도내용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반대자, 패배자, 동조자는 공격이 아니면 변명을 말한다. 그런데 복수취재원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한 사람의 말만 들었다는 점이다.
 
사과문을 발표한 9시 뉴스는 더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YTN의 방송내용을 아무런 취재도 않고 그대로 인용보도했다는 점이다. 취재자가 사내인사인데 그에게 반론권조차 주지 않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PD수첩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오해하도록 만든 셈이다.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진실의 자락을 드러내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그러자 불만 지르고 입을 다물었던 MBC가 자기보도를 정당화-합리화하기 위해 뉴스시간마다 줄기세포로 도배질했다. 다른 뉴스는 별로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일그러진 모습 거울에 비춰볼 때
 
어떤 신기술도 상업화까지는 상당한 비용-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황 교수는 축복의 전도사마냥 의학적 성과를 과장하여 난치병-불치병이 곧 치유될 듯이 입을 열고 다녔다. 언론은 그의 말을 그대로 좇아 그들에게 허망한 꿈을 심어줬다. 그 환상과 희망을 일순에 좌절과 절망으로 안겨준 셈이다.
 
이 사건은 이미 정치사건으로 비화됐다. 언론은 이른바 ‘황금박쥐’는 물론이고 청와대, 대선주자, 국회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그들은 황씨가 펼친 화려한 무대에서 온갖 몸짓으로 국민을 현혹했으니 하는 말이다. 그 동안 지원된 연구비와 사용처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언론은 ‘황우석’을 군중의 우상으로 만들고 스스로 그 덫에 걸려 도취한 꼴을 하고 있었다. 이제 일그러진 제 모습을 찬찬히 거울에 비춰볼 때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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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2/27 [14: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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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익은 없다. 2005/12/27 [16:22] 수정 | 삭제
  • 슬프고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언론의 생명연장 방식이
    수많은 황우석만들기와 그리고 죽이기였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또 다시 황우석의 수많은 분신들을 볼 것입니다.

    아마도 월드컵이 그러할 것입니다.
    언론 이놈들은 멀쩡하게 생긴 선량한 운동선수를 전사로 만듭니다.
    축구는 그저 축구일 뿐인데도, 축구지면 나라망할 것처럼 떠들어 댑니다.
    축구 안보면 매국노이고 축구를 봐야 애국자인 것처럼 축구를 보라고
    선동합니다. 마치 참전을 독려하는 친일 문학가들처럼.

    이들은 곧 새로운 황우석을 만들 것입니다.
    16강 8강 4강 성적이 올라가면서 젊은 영웅들이 대거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행여 16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여지없이 죽이기에 들어갈 것입니다.
    생각만해도 벌써 우울해 집니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는 무지 좋아하지만,
    축구를 포장하는 언론과 스포츠민족주의는 무지 싫어합니다.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에 성공하길 빌어야 할지
    탈락하길 빌어야 할지 정말 고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