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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자가 ‘편파’ 논할 자격있나?
문제는 ‘기사’가 아니라 ‘매체’, 조선일보는 자신의 과거사부터 사과해야
 
태진   기사입력  2005/08/19 [09:42]
2005년 7월 4일판 주간조선 미디어란에서 정장열 기자는 “독자가 기사를 편파적이라 생각하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으로 2005년 4월호 한국언론학회보에 실렸던 ‘적대적 매체지각:메시지인가 메신저인가’라는 논문을 인용보도 하였다.
 
정 기자는 기사의 초입에서 “왜 신문 독자들은 기사를 보면서 편파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걸까. 기사가 진짜 편파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기사를 전하는 매체를 평소 편파적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모든 기사가 편파적으로 보이는 걸까.”라며 알면서 모르는 척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익히 홍세화 선생의 주장처럼 신문 독자들은 자신의 존재에 비추어 의식이 생기고 그 의식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신문을 구독한다. 즉, 존재는 의식을 규정하고, 의식을 유지하는 신문선택은 당연히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논문의 저자인 오택섭 교수와 박성희 교수의 연구방법은 지역 인재할당제를 통해서 동일한 기사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신문사에 따라서 적대적 성향을 조사한 것으로 “할당제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한겨레와 미디어 다음의 기사와 학생의 글에는 모두 동화(확인) 편견을 보이는 가운데 조선일보만을 적대적 매체로 지목했다.”고 주장했다.
 
자 그렇다면 정 기자가 이 논문을 기사화한 의도가 무엇인지 짚어보자. 그는 “신문 독자들이 적대감을 보이는 대상은 기사가 아니라 그 기사를 싣고 있는 언론사라는 것”을 논문의 결론이라고 인용보도하고 있다. 우리는 사건의 선후 관계를 잘 따져봐야 한다.
 
독자들이 단순히 조선일보라는 이름만 들어도 선입견이 생기는 그 원인은 무엇인가? 몇 가지만 생각나는 대로 읊어보자면 조선일보는 일제침략기 시절에는 대동아공영권을 설파하는 확성기였고, 군사정권시절에는 권력의 특혜를 받아 점유율을 높였으며, 조선투위로 해직된 기자에 대해서 지금껏 사측은 사과한마디 없다.
 
특히 요즘에는 조선일보 지면에서 5.18 광주‘사태’가 아니라 5.18 ‘민주화 항쟁’이라는 말이 아주 쉽게 나오는데 5.18 항쟁 당시 조선일보의 한 사회부 기자는 시민을 ‘폭도’라고 썼다. 그 기사에 대한 사과 없이 지금껏 승진을 거듭하여 이사 자리에 올라 여전히 조선일보 지면에서 칼럼을 쓰며 민주화를 운운하는 작태에서 내 미감을 거슬린다. 적어도 정 기자의 기사논조는 조선일보 사측이 독자들에게 충분히 사과와 반성을 보여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의 기사를 여전히 적대적, 편파적으로 볼 때에나 들어줄 수 있는 푸념인 것이다.
 
정 기자는 이러한 선후 관계를 역전시켜 조선일보가 아주 억울하다는 식으로 ‘편파적으로’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기사 초입에 “언론학자들은 한국의 언론 상황에서 기사의 편파성을 따지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가 돼 버렸다고 지적한다. ‘특제매체의 기사가 편파적이다’는 진술 자체가 편파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복잡하게 된 배경은 익히 짐작하는 대로다."는 말은 결국 정 기자 본인 스스로가 얼마나 ‘편파적이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좀 더 솔직해보자.
 
하긴 기자 개인으로서야 사측에 비하면 얼마나 책임이 있겠는가. 조선투위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자는 꼭두각시고, 사측이 그림자 뒤에 숨어있다. 이번 X파일 사건에서 가장 큰 수확을 얻은 신문은 단연 조선일보였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백병규 논설실장 말마따나 “조선일보의 승리는 기본의 승리다. 건이 된다 싶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발품의 승리다. 잘못된 전통, 음습한 권력의 냄새도 짙지만 누가 뭐래도 취재와 보도의 기본에서는 발군이다.”라고 평한다. “잘못된 전통, 음습한 권력의 냄새”의 눅눅함을 일광건조 할 생각이 없는 사측의 책임을 더 크게 물어야 할 것이다.
 
주간조선에서 이번 X파일 사건을 취재한 MBC 이상호 기자와 함께 조선일보의 취재기자에 대해서도 뒤늦게 띄우기를 노력했지만 유독 이상호 기자만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필자로서는 측은함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조선일보의 기자들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다. 전문성을 갖고 있는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나 강인선, 강경희 특파원들의 기사는 늘 챙겨보는 편이다. 그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들 재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정 기자가 기사의 소제목으로 “오택섭,박성희 교수 공동연구... ”편향된 것은 언론사가 아닌 독자” 결론”이라고 쓰면 곤란하다. 이번 기사의 결론은 논문의 저자들 말처럼 “그동안 공정성과 역사성 시비로 형성된 정보원(신문사)에 대한 이미지가 이번 실험 자극물인 기사의 편향성 평가에도 전이된 것으로밖에 풀이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정 기자가 일하는 조선일보의 아니 뗀 굴뚝부터 점검하길 충고 드리고 싶다. /자유기고가
 

[참고] 독자가 기사를 편파적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 정장열 주간조선 기자(2005. 7. 4)
 
왜 신문 독자들은 기사를 보면서 편파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걸까. 기사가 진짜 편파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기사를 전하는 매체를 평소 편파적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모든 기사가 편파적으로 보이는 걸까.
 
언론학자들은 한국의 언론 상황에서 기사의 편파성을 따지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가 돼 버렸다고 지적한다. ‘특정매체의 기사가 편파적이다’는 진술 자체가 편파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복잡하게 된 배경은 익히 짐작하는 대로다.
 
한국의 언론 상황에서 논쟁과 비판의 대상은 기사(메시지)가 아닌 특정 언론사(메신저)를 향하기 일쑤다. 독자의 머릿속에 언론사가 ‘메이저 대 마이너’ ‘보수 대 진보’ ‘친(親)정부 대 반(反)정부’ 등으로 양분화돼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에 따라 언론을 우호적 매체와 비우호적 매체로 편가름하는 경향이 짙다.
 
한국언론재단이 작년에 실시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 정도를 묻는 질문에 ‘신뢰한다’는 응답은 19.5%에 불과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1.6%, ‘보통이다’는 응답이 48.8%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메이저 언론사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언론이 우리 사회의 중심 논쟁거리가 되면서 언론의 신뢰도는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특이한 언론 환경에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보도하는 매체에 대한 반발인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언론학보에 실린 ‘적대적 매체지각:메시지인가 메신저인가’(2005년 4월호)라는 논문은 한국 언론이 당면한 공정성과 신뢰의 위기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한 점에서 주목된다. ‘적대적 매체’ 효과란 ‘독자 혹은 시청자가 미디어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당파적(黨派的)인 입장에 따라 메시지의 공정성 여부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으로, 어떤 사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명한 독자일수록 미디어가 자신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더욱 옹호한다고 인식한다’고 설명된다. 이 논문의 저자인 오택섭(고려대 언론학부)·박성희(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신문 독자나 방송 시청자들이 보이는 적대적 매체 지각의 ‘대상’을 규명함으로써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언론과 언론활동을 향한 비판과 논쟁의 본질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적대적 매체 지각의 대상은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로 드러났다. 즉 신문 독자들이 적대감을 보이는 대상은 기사가 아니라 그 기사를 싣고 있는 언론사라는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은 균형잡힌 기사, 거의 똑같은 기사라고 하더라도 어떤 매체에 싣느냐에 따라 편향 여부를 판단했고, 그러한 기사가 중립적인 타인에 대해 각기 다른 영향을 갖는다고 인식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찬·반 진영에서 완전한 적대매체 보여
 
이번 연구를 위해 우선 연구자들은 최근 우리 사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지역 인재할당제’를 주제로 기사를 임의로 작성했다. 기사는 이슈에 대한 찬반 양 진영의 입장과 예상되는 문제점과 혜택, 양측의 주장을 분량이나 형식면에서 균등하게 보여주도록 작성됐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작성된 기사를 조선, 한겨레, 미디어다음, 학생 에세이 등 4개의 정보원으로 나눠 실제 각 정보원이 작성한 것처럼 보이도록 편집을 했고, 모든 글에 ‘합의 없는 논쟁 속의 지역 인재할당제’라는 제목을 붙였다. 연구자들은 2004년 11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전국 10개 대학 학생 962명을 상대로 4가지 글을 한 가지씩 보여준 후 설문에 응하도록 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기사와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인재할당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입장으로 기울어 있고, 기사가 인재할당제에 대해 얼마나 우호·비우호적이냐를 물은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찬반 양론을 동등하게 다룬 동일한 기사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원에 따라 기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또는 유리하게 편향돼 있다고 인식했다. 예컨대 인재할당제에 대해 찬성하는 그룹에서는 기사와 기자의 찬반 편향을 묻는 질문에 조선일보 기사(기자)만이 유독 인재할당제에 반대하고 있고, 인재할당제에 비우호적이라는 답을 했다. 기사의 찬반편향을 11점 척도(-5=적극 반대, 0=중립, 5=적극 찬성)로 측정한 결과 조선일보 기사는 -0.26을 기록했지만, 한겨레신문(0.83) 미디어다음(0.51) 학생 에세이(0.94) 등 다른 정보원의 글은 모두 0 이상의 수치를 보였다. 또 조선일보 기사만 인재할당제에 대해 우호적(48.5%)이라는 답보다 비우호적(54.9%)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연구자들은 “할당제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한겨레와 미디어다음의 기사와 학생의 글에는 모두 동화(확인) 편견을 보이는 가운데 조선일보만을 적대적 매체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가 인재할당제에 반대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기사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인재할당제를 반대하는 그룹에서는 얘기가 반대가 된다. 기사의 찬반편향에서 조선일보는 -0.92를 기록해 다른 정보원의 기사에 비해 반대 편향 수치가 높았다. 인재할당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똑같은 기사를 읽고도 조선일보가 인재할당제에 반대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조선일보 기사가 자신들의 입장을 더 많이 지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기사의 찬반편향에 대한 측정에서 0.41을 기록, 조선일보 미디어다음(-0.10) 학생 에세이(0.06)에 비해 찬성 편향 수치가 높았다. 조선일보와 달리 한겨레신문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인재할당제에 대해 찬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할당제 반대 진영과 찬성 진영에서 ‘완전한’ 적대매체가 보인다”며 “할당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겨레를, 할당제 찬성 진영에선 조선일보를 ‘적의 진영’으로 넘어간 엄밀한 의미의 적대매체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선입견이 공정성 판단에 영향 미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전체적인 응답 결과를 볼 때 응답자들이 자신의 기존 태도에 기사가 우호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느낀 것은 정보원이 학생인 학생 에세이의 경우 가장 두드러졌다는 점. 연구자들은 “신문기사는 도달 범위가 넓어 수많은 사람들이 편향된 보도에 의해 잘못된 진영을 지지하게 되리라는 우려 때문에 신문기사에 적대적 인식을 갖게 되는 반면 학생 에세이는 도달 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설득의도가 있다고도 의심할 수 없기 때문에 글에 쉽게 동화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한겨레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할당제에 찬성할 신문, 조선은 반대할 신문이라는 고정관념(선입견)이 피험자들로 하여금 기사의 편향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두 신문에 대한 호ㆍ불호의 감정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고정관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그동안 공정성과 역사성 시비로 형성된 정보원(신문사)에 대한 이미지가 이번 실험 자극물인 기사의 편향성 평가에도 전이된 것으로밖에 풀이할 수 없다”며 “편향된 것은 기사(언론)가 아니라 독자의 편향된 시각인 점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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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19 [09: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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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2005/08/20 [12:53] 수정 | 삭제
  • 당신들도 조선일보 나은 것 뭐 있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