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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팔아 스타 됐는데..." 침묵의 항변?
애꿎은 관객을 시궁창(영화판)에 처박아서야...
 
강성태   기사입력  2005/07/01 [23:58]
영화 제작자와 매니지먼트간의 밥그릇 다툼이 충무로를 시궁창으로 만들고 있다. 관객 1천만 시대라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여전히 뒤가 구렸던 영화판이기에 새삼스럽지는 않다.
 
어찌 보면 곪을 데로 곪은 환부의 일부가 터져 나온 것이기에 이번 기회에 모두 까발려 버리고 새살을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그렇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참회와 반성이 뒤따라야 하는데 별로 그런 기색은 안 보인다.
 
영화판에 떠도는 출처 없는 팩트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뒷거래(?)를 생각하면 그들 역시 참회와 반성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 이란 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한 배우지망생이 출처 없는 팩트의 일부분을 폭로하겠다며, 모 연예부 기자와의 인터뷰를 자청해 함께 자리를 한 적이 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돈 없고,  뒤 배경 없이는 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스타가 된 연예인들은 다 돈이 많거나 뒤 배경이 든든했어야 가능한데, 그렇지 못한 연예인들도 태반인 것을 보면 낮 뜨거운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은 어쩜 당연하겠다.
 
이를 뒷받침 하듯 그의 경험담 중엔 이런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구체적인 내용도 담겨 있었다. 모 방송사의 공채 연기지망생인 그는 현재 잘나가는 동기생과는 달리 연예계에 환멸을 느끼고 연기자의 꿈을 접었다.
 
그 역시 돈 없고, 뒤 배경이 없었기에 노골적인 성 상납 요구는 당연한 것이었고, 그런 것이 그의 꿈을 접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번은 지방 촬영을 갔는데, 담당PD가 모텔에서 그 것도 한방에서 같이 자야 한다고 말해 황당함을 감출수가 없었다고……. 그런데 당시 PD의 뻔뻔한 변명은 더 압권이었다. 지방촬영비가 적게 책정돼 어쩔 수 없이 여배우랑 한방에서 같이 지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지금 잘나가는 동기생들과 일부 스타들 역시 그런 경험을 해 봤을 것이고, 자신의 꿈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거래(?)에 응한 스타들도 상당수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스타=성 상납’이란 공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데, 물론 전부는 아닐 것이지만 찜찜함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런데 이 찜찜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영화제작자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스타와 매니지먼트의 파워가 너무 커서 영화를 못 만들겠다.”며 ‘스타권력화’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1천만 관객 시대의 첫 장을 연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은 이 기자회견에서 고액 개런티 문제와 관련, 배우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격분했지만 그 역시도 영화판의 역사(?)를 모를 리 없었을 테고, 결과는 관련배우들에게 사과메일을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누워서 침 뱉어 보니 안 되겠다’는 것을 감지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영화제작자들이 왜 누워서 침을 뱉으려 했을까? 영화판의 역사(?)야 어찌됐던 ‘스타권력화’가 그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영화계는 현재 1천만 관객 시대라는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그렇지만 모든 영화가 흥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탕주의를 노리다 패가망신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이 한탕주의에서 비롯되는데, 탄탄한 시나리오와 검증된 연출보다는 안정된 한탕(?) 즉, 스타위주의 영화를 제작하려는 게 문제다.
 
심지어 이미 짜여진 각본은 물론 상대 배우조차 스타에 의해 좌지우지되다보니 ‘못해먹겠다’는 항변도 일부는 수긍이 간다.
 
“걔(한류스타)만 온다면 촬영 스케줄은 물론 상대 배우까지도 그쪽(매니지먼트)에서 원하는 데로 다 해주겠다.”
 
총 제작비 60억원에 올 10월 크랭크 인을 예상하고 있는 강남의 모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스타급 주연배우 캐스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라며 스타만 온다면 아낌없이 주겠다고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결국 ‘스타권력화’는 현실이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몸 팔아 스타 됐는데, 이 정도 권력도 못 누리냐?”고 항변한다면 뜨끔해 할 만한 영화관계자가 한둘이겠는가. 물론 그렇게 항변하고 나설 스타들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 가운데 유명한 한 마디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처럼 막상 막가려다 보니 서로 잃을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들이 억지웃음으로 화해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 이유이겠지만…….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피해자는 결국 애꿎은 관객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영화제작자와 스타, 그리고 매니지먼트, 그들은 1천만 관객 시대를 자신들에 의해 만들었다고 자부하겠지만 결코 그들만의 것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기도 했겠지만 우리의 영화산업을 살려보자는 관객들의 수준 높은 배려가 뒷받침됐음을 그들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꿈을 꾸고 싶었던 많은 관객들에게 더 이상의 상처는 그들 또한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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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7/01 [23: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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