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 여야는 그동안 처리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은 <과거사법>의 내용과 처리일정을 합의한 가운데 3일 대부분의 종합일간지들은 이를 크게 다뤘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조선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은 이 법안 처리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과거사법안은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법안” 중 하나로 과거사 진상규명을 하기 위한 취지로 입법청원된 법안이다.
2일 여야가 합의한 과거사법의 내용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위원장 1명과 위원 14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 일제 강점기 또는 직전의 항일독립운동, 일제 강점기 이후의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의 불법적 민간인 집단 희생, 해방 이후 위법 또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 및 인권침해 사건 등을 조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조사범위와 조사위원 자격 등의 조항에 문제가 많다며 제대로 된 법제정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민주인사를 부관참시하겠다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앞으로의 논쟁을 예상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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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여야합의 된 과거사법 관련 기사를 다른 신문과 달리 조선일보 지면 전체에서는 찾을 수 없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 조선일보 5월3일자 PDF |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대부분의 신문에서는 이를 1면으로 다루고 있는 와중에 조선일보의 지면에서는 1면 뿐 아니라 전 지면을 통틀어서도 이와 관련한 기사를 찾을 수 없어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의 1면 기사는 다음과 같다.
전국 평검사회의 곧 소집 ‘수사권 제한’ 파문 확산
교원평가제 2007년 전면실시 학부모·학생 참여… 교장도 평가대상
“咸北 길주에 核실험준비 징후” 美정보당국 ‘위성사진 분석결과’ 통보
비정규직 법안 최종협상 결렬 임시국회 처리 무산
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100여명 ‘반대’ 결의문
우리측 “징후만으로 실험준비 단정은 곤란”조선일보는 1면에서 검찰의 ‘수사권 제한’과 관련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고 비정규직 법안 협상 결렬 등 정치권의 혼란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편집을 선보였다. 이외 북한의 핵실험준비 징후를 크게 다루어 조선일보만 보면 현재 한반도는 전쟁직전상황처럼 보이며 전쟁을 앞두고도 정치권은 싸움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또 교원평가제 실시를 다룬 것이 눈에 띠며 조선일보 주최인 바둑대회 “LG배 세계기왕전” 일정을 소개, 지면을 사적으로 사용한 부분이 눈에 뜨인다.
그러나 조선일보 지면에서 과거사법 합의 사실은 찾을 수 없다.
3일자 각 신문사의 과거사법 관련 기사는 아래와 같다.
중앙일보
과거사법, 쌀협상 국조, 각료 인사청문회 등 여야 5개 쟁점 전격 합의(1면)
술술 풀리는 '여소야대' 국회 : 1년 줄다리기 과거사법 뜻밖 타협(4면)
'대한민국 적대시 세력'에 의한 테러 등도 포함 이승복·이한영 사건도 조사 대상(4면) 동아일보
여야, 과거사법 처리-쌀협상 國調 합의(1면)
與野합의 과거사법안 논란 예고(4면) 한겨레신문
과거사법 핵심쟁점 타결(1면)
과거사법 취지후퇴·부작용 우려(4면)
밀실야합(4면) 경향신문
"과거사법" 여야 전격 타결(2면) 4개 언론사 중 중앙일보는 조사 범위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 인권유린, 폭력, 학살, 의문사‘가 들어 있는 것을 근거로 조사대상을 예상해 눈길을 끈다. 동아일보는 조사대상과 과거사 진상조사 기관의 중복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과거사법의 취지가 후퇴한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경향신문은 단순 사건기사로 처리했다.
대부분의 신문사에서 크게 다룬 과거사법 합의 사실을 조선일보 지면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지면의 편집은 기본적으로 신문사의 편집국이 판단할 사안이다. 그러나 ‘사주’가 있는 신문사의 편집은 ‘사주’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의 사주인 방상훈 사장의 증조할아버지 방응모는 일제 당시 조선일보를 인수한 후, 일제말 지면을 통해 친일을 한 경력이 있다. 이후 조선일보 경영진은 이승만과 박정희, 그리고 이어지는 군부독재 기간, 특히 5공 정권에 야합하면서 사세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사법은 일그러진 한국 현대사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다시 다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취지를 갖고 있다. 이번 과거사법 합의를 조선일보가 보도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 현대사에서 주로 양지만을 밟아온 조선일보의 역사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을 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