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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철아! 아버지는 아직도 할말이 없데이...
박종철 열사 20주기 추모식, 암영동 고문치사 현장 509호실에서 열려
 
김명완   기사입력  2007/01/14 [23:52]
14일 오후 2시 (옛)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마당에서 박종철 열사 20주기 추모식과 6월민주항쟁 20년사업 선포식이 6월민주항쟁20년사업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1부 박종철 열사 20주기 추모식이 끝난 뒤 추모식 참석자들은 고문치사 사건 현장인 509호에서 박종철 열사 아버지인 박정기 씨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추모식을 올렸다.
 
영화배우 오지혜 씨의 사회로 진행된 박종철 열사 20주기 추모식에는 6월민주항쟁20년사업추진위원회 상임공동대표인 청화 스님의 추모사, 이해인 수녀의 추모시 낭송, 가수 안치환의 추모곡(친구2)이 이어졌다.

▲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벽에 박종철 열사의 영정 그림을 걸어 놓았다.     © 대자보

기도편지
- 고 박종철님 20주기에 - 이해인 수녀

바로 20년 전 오늘
이 땅에서 억울하게 스러져 간
한 젊은이의 죽음을
마음껏 슬퍼할 자유 조차 없었던 그 슬픔을
이제는 두려움 없는 눈물로
함께 표현 할 수 있음을 새삼 고마워하며
새해의 푸른 하늘을 우러러 봅니다.

▲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는 회환을 느끼듯 박종철 열사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 대자보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기에
나름대로 바쁘기도 했다'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지요?
'옳다고 판단되는 일에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겠다'
다짐하며 꿈과 희망을 키워갔던
총명하고 지혜롭던 대학생 박종철님
살았으면 지금쯤 불혹의 나이가 되었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웃고 있을 박종철님

20년간 잊혀지지 않는 슬픔의 가시로
우리 가슴 속에 박혀있던 그 이름
이름 한 번 부르기만 하는데도
어찌 이리 마음이 아픈지요
어찌 이름 마음이 무거운지요
어찌 이리 부끄럽고 미안한지요!

그대의 목숨을 앗아간
그 검은 마음 검은 손길
오랜 세월 지나도 용서하기 힘들어
우리 마음은 어둡고 괴롭다고
누구에게도 하소연하며 용서를 구할까요

▲ 고문치사 사건 현장인 509호에서 박정기 씨가 박종철 열사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 대자보

몸은 죽었지만 정신과 혼은 살아있는 그대
살아있으면서도 자주 죽어있는 우리를
겨울바람처럼 흔들어 깨우며
맑고 깊은 말을 건네주니 고마워요
그대의 모진 고통과 희생이 피워 낸
사랑과 자유의 의미를
물같이 흐르는 세월 속에
조금이나마 깨닫게 해 주어 고마워요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많은 말들
죽음으로 대신했으니
이제는 정말 편히 쉬어야지요
사랑하는 가족 친지 벗들의
따뜻한 가슴 속에서
지지 않는 고운 별이 되어야지요

이별의 안녕을 수없이 고했지만
오늘은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그대를 보내려는 우리 마음에
안녕의 별들이 순한 얼굴로 떠오릅니다.
지상에 남이있는 그리운 이들에게
그리운 별로 떠올라 환히 웃어주세요
우리를 돕는 천사가 되어주세요

선과 진리와 평화를 위해
우리도 그래들 닮은 촛불이 될게요
눈물의 기도가 될게요
그리고 마침내는 웃을 수 있는 사랑
승리의 노래가 될게요
우리의 진실한 첫 마음이 그래로
그대를 사랑합니다. 안녕히!
 
▲ 박정기 씨는 고문의 현장인 욕조의 물을 틀어보고 있다.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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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14 [23: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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