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전후 학살된 민간인 유가족들의 평생 한을 풀고, 진실에 입각한 국민화해가 이루지게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진실화해위원회 허상수 위원을 임명하고, 과거사 기본법을 즉각 개정하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피학살자 전국유족회) 대표단과 회원들이 20일 오후 낮 12시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촉구한 발언이다,
이날 윤호상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의장은 “과거사 해결문제는 이념과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7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거사를 올바르게 청산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을 선제적으로 통과시켜 사회적대통합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과거사를 부정하고 또 다시 축소은폐를 시도하는 지금까지의 행태를 계속한다면 우리 전국의 백만 유족들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동참할 것”이라며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실화해위원으로 국회를 통과한 당사자인 허상수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공동대표는 “전두환 독재체제가 43년 전 위헌적인 악법으로 특정인을 탄압해 발생한 투옥생활 등 피해를 뒤늦게나마 바로잡고자 최근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재심에서 위헌무효법률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나머지 경미한 범죄 역시 집행유예에서 선고유예로 감형됐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최근행위 관련 판결인 것처럼 착각하고 결격사유라고 우기고 있다”며 “이것은 또 다른 불이익을 강요하는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부당한 처사”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있기 바로 전, 그는 대통령 집무실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 임명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송운학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상임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지난 2월 24일 국회는 관련법에 따라 공석 중에 있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 7인 중 6인을 선출했다”며 “윤 대통령은 두 달이 다 되도록 단 한 사람에게도 임명장을 수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진실화해위원회는 국민혈세로 마련된 예산만 축내면서 회의정족수 미달 등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했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여야 합의마저 깔아뭉개는 아주 위험한 삼권분립 위반이자, 불법적 헌법위반행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영덕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팀장이 진행으로 시작된 기자회견에서는 이형숙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 진상규명특위원회 부위원장도 발언을 통해 “공석 위원 7인을 모두 채워 진실화해위원회를 정상 가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국래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운영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고, 기자회견문은 윤호상 상임대표의장이 대통령 집무실 민원담당에게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인 허상수 피학살자전국유족회 공동대표는 지난 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224명이 찬성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50일이 지났지만 대통령실이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의 독립된 기구로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학살과 인권침해 등 사회제반에서 풀지 못하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구성된 국민통합을 위한 기구이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권력자의 의지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진실화해위원으로 국회를 통과한 허상수 공동대표는 이상훈 변호사(상임),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오동석 아주대 교수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몫 진실화해위원으로 추천됐다.
그는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었고, 오랜 기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유족들과 함께 연대했다. 제주4·3 항쟁과 민간인학살, 제노사이드 관련 연구자로 활동해 자타가 공인하는 사회학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더군다나 국회 인사검증에서 무리가 없이 통과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아시아 최대 규모의 중앙국제특허법률사무소에 근무하다가 노조활동과 관련해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A범죄)과 형법상 사문서변조·행사 및 건조물침입죄 등(B범죄)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곧바로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은 1982년 위의 실정법 위반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994년 헌법재판소는 당시에 이미 폐지됐던 특별조치법이 초헌법적인 긴급조치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국가긴급권의 실체적인 발동요건, 사후통제절차, 시간적 한계에 관한 헌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확고한 입장으로 이미 폐지된 법률도 위헌판단의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위헌결정이 내려진 처벌법으로 과거에 유죄판결이 선고됐던 이들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들이 재심을 청구할 경우 사실상 무죄판결을 보장받게 된다. 법률적 판단도 위헌판단이라고 판결을 내린 사안이다.
2021년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의 재심선고를 통해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A범죄)은 무죄이고, 사문서변조·행사 및 건조물침입죄(B범죄)에 대해 선고를 유예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것을 빌미로 문제를 삼은 것은 한 마디로 이중처벌금지원칙을 위반하게 된 것”이라며 “대통령실 인사검증팀의 엄청난 불찰이고 실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