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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이 직업인 정치인들, 제대로나 하라
[홍정표의 사람사는 세상] 유권자들은 정책에 의한 정계개편을 바란다
 
홍정표   기사입력  2006/07/29 [11:08]
지금 정치권에서 정계개편논의가 무성하다. 우리는 과거 무수한 정계개편을 보아 왔다. 원칙적으로 유권자들의 동의를 구하지않고 유권자들이 선택한 정당을 해체하여, 새로운 정당을 결성하는 정계개편 작업은 유권자들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이런 비원칙이 우리 정치판에서는 그간 아무 거리낌없이 행해져왔다.
 
개편을 하는 당사자인 정치인들은 별 문제의식없이 정계개편을 단행했고, 국민들 역시 그러려니 지켜볼 따름이었다.

그간 행해졌던 정계개편을 살펴보면 어떤 확고한 정책적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목전의 각종 선거를 염두에 두고 그 선거에 승리하기 위하여 지역색과 명망있는 인물 위주로 패거리를 모으는 조악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유권자들이 이런 정치인들의 몰상식한 행동을 꾸짖고, 제어하고, 직접 개입할 방법이 없다. 그들이 멋대로 짜논 판에 우리는 하릴없이 그 안에서의 제한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촘스키의 말대로 현대 대의정치에서 유권자는 명목상 정치의 주체일 뿐 철저히 정치의 객체이고 들러리일 뿐이다.
 
그런데 정치권의 이런 자의적인 정계개편은 사실상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행위이다. 민주주의는 절차를 중요시한다. 우리가 어떤 정치인을 공공선거에서 투표하여 선택하였을 때 그 사람의 공약을 우선시하여 선택한다.

그 일차적인 공약이 바로 정당이다. 민주정치를 정당정치라고 하는 것은 공연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각 후보가 소속한 정당의 정강과 이념이 가장 중요한 일차적인 공약이다. 우리 정당들이 아무리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정당별 특성이 없다해도, 반드시 미세한 차이는 있는 것이고 유권자들은 그것을 경험상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전혀 듣도 보도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은 우리 유권자들이 인물보다는 정당성향으로 투표한다는 좋은 방증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선출된 정치인은 그가 무소속이 아닌 이상 그 정당을 바꿀 때에는 유권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원칙이 아니겠는가. 이런 기본적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 우리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유권자들을 선거 때만 섬기면되는 봉으로 본다.
 
이런 정치인들의 방자하고 무례한 행동들에 우리 유권자들도 더 이상 침묵하지말고 한 목소리를 내서 꾸짖어야된다. "니들이 우리 주인들의 견해를 물어나보고 이합집산을 하는 것이냐"고 호통을 쳐주어야 한다. 그리고 정계개편을 부득이 해야 된다면 과거처럼 지역과 인물로 패거리를 만들지말고 제대로 된 정계개편을  해야한다고 엄중한 감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계개편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각자 지향하는 정책에 의한 규합이다. 정치인들이 괘씸한 것은 이렇게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정책의 지향성을 같이하는 정치적 동지를 모으는 작업보다, 호남권이 어떻고 영남권이 어떻고 어떤 인물을 중심으로 어쩌고하는 선거공학에만 매몰되어 있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이루어진 정계개편은 필히 다음 선거 때 또 분열되고 해체되기 십상이다.

집을 짓고 부수고 하는데 어찌 낭비가 없으랴. 그 모든 출혈이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것을 미루어볼 때 그런 정계개편에 상습적인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큰 죄를 계속 짓게 되는 것이다.
 
정계개편하려면 제대로 하라.

유권자들이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끔 정책적 동질성을 같아하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정책적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 그런 정계개편을 바라는 바이다. 그러려면 지금 정치인들은 자신이 어떤 정책으로 일관해야 하는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먼저 가다듬고 바로 잡는 것이 일의 순서가 아니겠는가. 누가 입을지도 모르는 옷부터 재봉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내용을 먼저 마련한 다음에 거기 맞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이 말이다.

야바위꾼들 모양 몰려다니면서 어느 지역에서 누구를 따라야 유, 불리한지를 재는 얄팍한 잔머리를 더 이상 굴리지 말기 바란다.  정치도 뭣도 먼저 사람이 되어야 제대로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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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29 [11: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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