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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장애인 가족부양하는 노동자를 해고?
[주장] 장애인의 권익외면, 이성재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함
 
이훈희   기사입력  2005/06/05 [13:50]
1958년 7월 26일 한국 장애인 운동사에 획을 긋는 인물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이성재. 경희대를 졸업한 이후 사법고시에 합격, 변호사로 활약을 하다가 1988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를 창립한 인물이자, 김대중 정권 시절에서는 국민회의의 국회의원이었으며, 현재는 국민건강관리공단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과거 그가 영향력을 행사한 법만 해도 90년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 91년 장애인 복지법 (개정), 94년 특수교육진흥법 (개정), 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를 위한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 등이 있다.  
▲  국민건강관리공단 홈페이지의 이성재 이사장 인사말    

또한 [인물과 사상] 4월호에 실린 ' 97 대선과 '위선의 종언'에서 "이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 그가 우리 사회 절대 다수 비장애인의 정신적 장애에 도전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이성재 씨를 크게 평가한 것은 지금봐도 의미가 있다.
 
이성재 씨가 목발을 사용하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그가 왜 대단한 사람인지를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사회복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해결 방안과 대안을 던져준 사람이기도 하면서, 사회복지에 무관심한 정부에 따끔한 비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국민회의 이성재 의원은 "93년부터 95년까지 복지예산 증가율은 정부예산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현 정부의 복지예산 증가율은 과거 정부보다더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몇조씩 응급수혈을 하듯, 국민복지수준의 향상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1997-07-28  
 
이성재 씨의 소신과 동료들의 행보
 
지금 이성재 씨는 국민건강관리공단의 이사장으로서 약간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그가 공단의 이사장으로 일하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 가져온 소신 때문. "복지시스템은 받는 사람들의 효율뿐만 아니라 공급하는 자의 효율도 중요하며,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지체없이 제공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가 그것이다.
 
이러한 이성재 씨의 소신에 경계심을 품은 사람도 없지 않았다.

"한국노총/공공서비스연맹/국민건강보험공단직장노동조합(이하 직장노조)은 복지부의 공식 발표 이전인 23일 '이성재 전 의원의 공단 이사장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 의료보험 통합 실패로 재정파탄 초래한 주범이 이제 조직갈등 초래하여 건강보험을 파탄내려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위드 뉴스/ 2003. 6.30.

같은 기사에서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성재 전 의원이 공단의 신임이사장으로 확정된 사실을 접하면서 우리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없지만 ..."

이성재 씨가 공단의 이사장으로 임명받을 당시 정치권에 있던 동료들의 행보는 이랬다.
 
▲  노무현 대통령 후보 특보, 참모 및 대통령선거대책위 정치권 출신 인사의 산하 및 유관 기관 취업 현황.               참조 : http://blog.naver.com/kbjun999/20007756324    
 
신자유주의적 효율이 인간 회복의 복지?
 
"인간 회복을 위한 복지를 꿈꾼다", 참 멋있는 이 모토는 이성재 씨의 목적이다. 실제 그는 올해 1월5일 있은 [인터뷰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서비스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사생결단으로 덤비려고 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사생결단이라!  이 같은 의지는 "공급하는 자의 효율" 측면에서 확실히 증명되고 있다. 다음 두 개의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자.

전동휠체어 건보공단 농성단 실형 위기
 
전동휠체어 건강보험급여 현실화를 촉구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성재 이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였던 중증장애인전동휠체어국민건강보험적용확대추진연대(이하 전동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실형 또는 벌금형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CIL연합회) 고관철 회장, 서울DPI 위문숙 회장,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 양천구지회 정충제 기획실장,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춘택씨 등 4명은 서울서부지방법원 김주현 판사로부터 법원 출두 명령을 받았다.

또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과 전정식 사무국장,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호 소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대성 기획실장 등 12명은 같은 판사로부터 총 1천400만원의 벌금을 내라는 약식 명령을 받았다. 에이블뉴스/2005/4-23

▲ 정부 지원금 24∼30만원에 불과한 전동휠체어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 현실화 요구하는 장애인들.     ©  위드 뉴스

전동연대에서 이사장실을 점거하게 된 일차적인 이유는 이사장인 이성재 씨가 전동연대의 장애인들을 만나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같은 기사에서 전동연대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건보공단 건물을 점거하는 강경한 방식을 선택한 것을 합법적으로 의견을 전달해도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과는 동떨어진 정책밖에 제시하지 못했던 관계부처의 무성의한 모습 때문이었다. 물리적 손해에 대한 폭력행위 사실을 적용한다면 사람과 사람이 엮여있는 사회라는 곳에 발 디뎌 볼 기회조차 없이 수십 년간 사회 밖으로 내몰렸던 중증장애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야 하느냐."
 
중증 장애인에게 전동 휠체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 더말할 나위가 없다. 장애인이자 연구소 소장과 이사장을 맡았었던 이성재 씨가 이 점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2002년 전동 휠체어 1,000대 기증 운동을 시작한 연구소의 소장인 이정렬 씨는 2004년 미디어 다음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동휠체어 사용 사례를 보면서 우리 연구소가 10년 넘게 장애인 권익을 위해 운동을 했고, 많은 비용을 지출했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이렇게 밝은 웃음을 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 건강보험급여 현실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위드 뉴스

어찌되었건, 이사장실은 점거되었고, 더 많은 장애인에게 밝은 웃음을 주기 위해 이사장실을 점거한 장애인에겐 어마어마한 벌금이 기다리고 있다. 월 40여만을 받는 기초생활 수급권자라고 할 지라도 1천400만원의 벌금을 물기 위해서는 무려 35개월 동안 먹지 않고, 입지 않고 견뎌야 하는 지옥이.
 
그 자신이 장애인인 이성재 씨는 장애를 이용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무식한 방식에 대해 일침을 놓고 싶었을지 모른다. 사실 그는 장애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반대 입장을 펼쳐왔다. 2004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장애인 시설을 방문하여 한 장애인을 목욕시킨 것과 관련하여 연구소는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더 이상 장애인을 이용하지 마라."
 
건보 노동자를  부당 해고하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용하든, 장애인이 장애를 이용하든 이성재 씨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싫어하는 것 같다. 더 나아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건 장애인이 듣기에 극도로 불쾌하다. 이성재  씨는 이런 말까지 들어야 했다.
 
건보공단 `인신비하 글' 논란 

7일 건보공단측에 따르면 한 노조 지부장은 지난 5일 공단의 자유게시판에 `이사장에게 드리는 글'을 올리고 "이성재 이사장 당신 정신XX 아니야", "현실을 수용하며 당신들처럼 (…하는) 강아지XX가 아니라", "당신같은 호화 생활자들(내 당신 집에 안가봐서 이는 추측임. 아니면 당신 재산을 공개하든지…" 등의 원색적인 공격을 가했다. 연합뉴스/ 2005-1-7  

장애인 이사장을 비하한 건보공단 노조는 파렴치범으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장애인을 비하한 건 크게 잘못되었다.' 면서. 싸가지 없는(?) 노조는 금방 꼬리를 내릴 수밖에.

건보공단 노조위원장 `인신공격 글' 사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국사회보험노조 김흥수 위원장은 노조원이 내부 게시판을 통해 이성재 공단 이사장 등 공단 간부들에 대해 인신비방성 글을 올린 데 대해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사과문을 내고 "이 글이 노조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한 개인이 임의로 작성한 글이고 장애인으로서가 아닌 이사장을 겨냥한 글이긴 하지만 장애인인 이사장이나 수많은 장애인들이 겪었을 괴로움을 생각할 때 위원장으로서 정중히 죄송하다는 마음을 드린다"고 사죄했다. 연합뉴스/ 2005 1-12 

노동자들이 분노한 이유

 
▲  건강보험공단의 패륜적 전보발령에 항의하는 건보 노동자의 모습    
그렇다면, 노조에서 왜 그토록 이사장에서  '싸가지 없는 없는 말'을 했던 것을까. 지난 4월 1일 민주노총 전국 공공운수 사회서비스 노동조합연맹은 아래와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좀 길더라도 읽어보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파렴치한, 인사경영권을 빙자한 비인간적 폭력행위가 자행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이성재)은 지난 3월 21일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물론 우리는 공단측이 경영인사권을 가지고, 직원에 대한 전보인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전보인사가 노동자의 삶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반인권적 행위라는 데 우리는 분노한다.
 
이사장 본인이 장애인들의 아픔을 잘 알면서도 이런 조치를 단행한 데 대해 우리는 분노를 넘어 한없는 절망마저 느낀다. 임금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노동자는 인간이기를 포기하라는 것인가?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경영상 전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진 다음과 같은 일을 보라. 이것이 어찌 공공부문에서 감히 자행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 군산에서 인천남부로 발령(여 42세) :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의 어머니.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시모를 모시고 있음. 자영업을 하는 배우자의 작업장이 집에서 멀리 떨어져있어 새벽 6시반에 출근해서 밤 늦게야 퇴근하는 관계로 본인이 모든 가사를 책임져야 함.
 
● 전남 광양에서 경기도 안산으로 발령(여 38세) : 미혼으로 만성질환을 앓고있는 부친과 암수술 후 항암투병중인 모친을 모시고 있는 실질적인 가장으로 발령지로 가게되면 병든 부모님을 수발할 사람이 전혀 없음
 
● 경남 하동에서 서울강남 동부로 발령(남 50세) : 고혈압과 치매를 앓고있는 90세가 넘는 노모와 혼자된 장모를 모시고 있으며, 원거리 발령 소식을 들은 노모가 충격으로 쓰러짐. 특히 2000년11월 광주로 강제전보 됐다가 다시 2001년 7월 남해지사로 발령났다가 하동지사로 복귀한 지 1년만에 재차 서울로 발령
 
● 경남 남해에서 서울 관악으로 발령(남 43세) : 모친은 만성퇴행성관절염을 앓고 계시고 부친은 경운기 사고로 허리와 다리를 다쳐 정기적인 외래진료를 받고 계셔서 부모님 간병을 위해서 3년전 고충신청으로 울산에서 남해로 왔는데 이번에 서울로 전보됨
 
● 부산금정에서 경기 양평으로 발령(남 46세) : 본인이 만성질환(당뇨, 후유증, 합병증등)로 고생하고 있으며 2002년 주소지에서 먼 곳으로 발령이 나 고충처리를 통하여 복귀한 지 8개월 만에 다시 서울로 발령.  현재도 지속적인 식사요법과 약물요법으로 투병 중임
 
● 경남 의령에서 경인부천북부로 발령(남 52세) :  배우자가 폐흉부질환으로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장애2급)로 정기적인 외래진료와 약물복용 등으로 발령지로 이사를 할 수도 없음. 혼자 발령지로 가게 되면 병중인 배우자를 간호 할 사람도 없음
 
● 광주동부에서 경기도 화성으로 발령(남 45세 )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를 모시고 있으며 본인 또한 고혈압으로 투약치료 중 특히나 2001년 한차례 생활권을 벗어난 원거리 전보되어 2년 정도 근무했으며 이번에 재차 경기도로 발령이 남 
 
힘 없는 여성 노동자를 폭행하다
 
성명서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장애인인 이사장이 장애인이 된 가족을 부양해야 될 공단의 노동자를 사실상 해고와 다름 없는 전보 발령을 내림으로서 이들 노동자들이 크게 분노했다는 말이다. 이쯤되면, 이성재 씨는 생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을 지 모른다.
 
한국에서 장애인이 된 사람의 대부분이 후천적인 것이며, 노동자인 가족의 지원이 없다면 어떤 이는 노숙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게 서글픈 현실이기 때문. 어쨌든, 이성재 씨는  "공급하는 자의 효율" 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의지를 꺽지 않았고, 그 결과는 폭력과 피눈물을 불러왔다. 6월 3일 [대자보]에 실린 기사를 읽어보자.

50명 여성해고자 항의 집회에 나타난 200여 구사대 
건강보험공단, 해고자 항의집회에 구사대 동원, 119구급대에 실려 후송

 
지난 3월18일 부터 시작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이성재)의 노사분쟁이 공단측과의 협상을 위해 사회보험노조(위원장 김흥수)가 2주간의 기간을 정하여 4월말에 파업을 잠정적으로 철회하면서 공단과 협상을 진행하였지만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그러나 6월1일부터 2일까지 사회보험노조의 해고자들이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공단 건물앞에서 집회를 하는 과정에 공단 총무상임이사(김태섭)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로 구성된 구사대 약 200여명과 해고자 50여명이  충돌하여 해고된 여직원이 부상을 입는등 백주대낮에 공단 건물 앞에서는 한마디로 국민의 공복을 포기하는 한심하고도 충격적인 일들이 발생되었다.
 
해복투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금년 파업과정에서 부당한 징계(원거리전보)를 받고 노조의 지침에 의해 지명파업을 수행한 많은 동지들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노동탄압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데도 공단측은 수시로 많은 수의 구사대를 동원하여 그동안에도 수차례에 걸쳐 집회를 방해하였으며, 국민의 눈을 무서워 하지않는 공단측은 근무시간에 일도하지 않고 정당한 집회를 폭력적으로 침탈하고 있다"고 분개하였다.

 
▲  6월1일 공단건물 앞에서 집회중인 해고자들을 공단 구사대가 물리력으로 침탈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사회보험노조 여성해고자가 부상을 입고 119 구조대에 의해 실려가고 있다.        ©사회보험노조 해복투 제공

건보 노동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 우리에겐 부양해야 할 장애인 가족이 있다.  이성재 씨가 우리들을 해고했다.  우리는 임금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이성재 씨는 구사대를 동원하여 여성을 폭행하고, 집회를 방해했다. 왜 우리의 생존권을 짓밟는가? 장애인인 이성재 씨는 우리를 이해할 줄 알았는데 ...'
 
이성재 씨는 노동자의 장애우가 아니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혹은 처음부터 사람을 잘못 보기도 한다. 이성재 씨는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은 연구소의 이름도 '장애우'로 시작하지 않는가. 이것이 왜 문제인지는 아래 발췌한 기사를 읽어보며 이해해보자.

"장애우 용어가 장애인 차별을 은폐시킨다”
장총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면 비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회장 정광윤·이하 장총련)가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장애우 용어 사용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당사자주의와 장애인운동을 주제로 열린 전국장애인단체지도자대회 주제별 워크숍에서 한국DPI 김효실 기획실장은 ‘장애인당사자주의에서 살펴 본 장애인관련 용어의 변천사’라는 주제발제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표현 중 가장 큰 폐해를 끼치고 있는 용어가 바로 장애우라는 용어”라며 “장애우라는 용어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올바른 용어를 제대로 쓰도록 장총련이 한 몫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실장은 “장애우라는 용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사회가 장애인에게 가하는 차별과 배제를 은폐시키고 장애인을 여전히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용어라는 점”이라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함께걸음)측에서는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 ‘장애자’에 다분히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있었으므로 장애를 가진 사람과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 모두 친구처럼 동등한 관계로 함께 평등한 사회를 일궈내자는 바람을 담아 사용하고 있다지만 ‘장애우’라는 말에는 이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뉴스/2003 7-30
  
김효실 기획실장의 주장은 장애인 운동계 대부분의 주장이기도 하다. 장애인 이동권연대, 문화지대 장애인이 나설 때 등 왠만한 장애인 단체들은 이성재 씨의 신념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함께 걸음]에서도 외부 필진의 글을 실을 때는 "필자가 요구하여 장애인이라고 합니다"고 첨부하는 실정이다.
 
이성재 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건보 노동자의 '장애우, 즉 장애인 친구'가 아니다. 더 나아가 공공연맹과 함께 한국에서 일을 하는 모든 노동자의 장애인 친구가 더 더욱 아니다. 심지어 전동연대를 비롯해 전동 휠체어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의 친구는 결코 아니다.
 
이성재 씨는 장애인 이성재가 아닌 건보 이사장 이성재일 뿐이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한 휠체어 장애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성재 씨가 장애인이면 마이클 조던(미국의 흑인 농구선수)은 백인이다."
 
건보 노동자와 장애인이 연대해야 한다
 
▲  2003년 12월 5일 전동연대에서 주최한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을 위한 공청회'에 패널로 참가한 김원식(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노동조합) 정책위원      © 위드뉴스
장애우 권익 문제연구소가 '장애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건 좋다. 그렇다면, 연구소가 앞장 서서 '친구'가 되어야 할 게 아닌가. 전동 휠체어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을 궁지로 몰아세우고, 장애인 가족을 부양하는 건보 노동자의 생계를 파탄에 빠뜨리는 건 백보 양보해도 우정이 아니다. 더구나 연구소의 창립자이자 이사장이었던 이성재 씨가 구사대를 동원하여 힘 없는 여성 노동자를 폭행한 건 용서받기 힘든 행동이다.
 
그렇기에 장애인계에서 이 문제를 모른 척 한다면  좀 이상하다. 에바다 사태 등 장애인계에 큰 문제,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인권운동사랑방 등 진보적인 조직에서 발 벗고 나서 연대를 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입장에 따라서 까맣게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게 기억력이기에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해고된 건보 노동자의 가족이 장애인이고, 전동 휠체어를 요구했던 사람이 장애인이고, 건보 이사장이 장애인 이성재 씨이고, 현재 한국 장애인단체 총연맹 상임대표 김성재 씨가 이성재 씨의 뒤를 이어 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것까지 잊는다면 희한하다. 
 
 야만적인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한 투쟁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따로일리 없다. 게다가 건보 사태는 노동권 안정 쟁취가 곧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었다. 사안은 각각 다르지만, 해고당한 건보 노동자와 전동연대 장애인 활동가들은 서로의 손을 동지적 연대의 힘으로 뭉칠 때 이성재 씨 역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게 되지 않을까.
 
이처럼 지역과 영역은 다르지만, 노동의 권리와 장애인의 권리가 결국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걸 대화와 강력한 결속을 통해 느끼고, 힘을 확장할 때 장애인도 이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자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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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6/05 [13: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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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2005/06/07 [21:39] 수정 | 삭제
  • 징그럽다 얼굴좀 없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