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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명씨 2004/10/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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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말이죠...
    법리에서 말하는 '관습'법이라는 것은 님이 말씀하시는 '법치의 한계'를 인식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법은 법 조항에 적시된 사회 공통의 합의를 근거로 해서만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때문에 입법부의 명민한 활동이 중요한 것도 님의 말씀대로 사실입니다.

    그러나 입법부가 아무리 꼼꼼하고 기민하게 활동을 한다고 해도 언제나 예외적 상황,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쳇말로 법으로 '똥싸는 법'까지 규정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이러한 특수한 경우가 발생할 때, 법이 참고하는 것이 바로 '관습'법입니다. 이 때의 관습은 오래된 전통이라거나, 습관 같은 것을 (님이 공격하시듯이)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에게 의심의 여지 없이 일반적으로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는 어떤 현상, 또는 관념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모든 사람에게는 편안하게 똥을 쌀 권리가 있다고 합시다.(사례가 좀... ㅡㅡ;;) 이러한 부분은 물론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기존에는 대부분 있는 법 조항에 끼워맞춰서 판결의 근거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뭐.. 모든 국민은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던지, 생명 유지 활동의 일부이므로 생존권에 포함된다던지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애초의 요구했던 권리는 일부 축소되어 한정적으로 보장받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러한 법치의 맹점을 수정, 보완하기 위한 개념이 '관습'이고, 관습(사회 구성원 일반에게 의심의 여지 없이 확고하게 받아들여지는 관념)으로서 모든 국민은 편안하게 똥을 쌀 권리가 있다는 것을 판결의 근거로 직접 받아들이는 것이 관습법입니다.
    그러므로, 법치주의까지 들먹이면서 헌재의 관습 헌법 인용을 비난하시는 것은 논지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여러가지 기본권을 법 조항 안으로만 제한하게 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 백수광부 2004/10/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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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문헌법주의
    헌재의 관습헌법 인용에 대한 비판은 성문헌법 불문헌법 경성헌법 연성헌법의 원리를 가지고 해야죠. 그 원리를 깨버려서 헌법 전체의 질서가 깨진다는 거.
  • 무명씨 2004/10/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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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사법 독재와 인치..
    법이라는 것은 지적하신 대로, 공평하지도 않고 절대선도 아닙니다. 법이 공평하고 절대선이라면 뭐하러 민의를 반영한 입법기관을 두고 또, 입법을 하는데도 여러 정당들이 각 사회 세력을 대표하여 치고받고 하겠습니까. 법(조문 또는 그 해석)은 오히려 그 사회 내의 여러 계급 사이의 힘의 균형점이라고 보아야 하겠지요. 나름의 판단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입법권, 행정권을 결정하는 주권자들더러 내 맘에 안든다고 성숙하지 못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종적으로 법은 이 주권자들의 선택의 결과이자 세력의 균형점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력이 적은 쪽이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고, 세력이 많다고 해서 제멋대로 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또한 법이기도 합니다. 그 정도는 역사적으로 법을 적셔온 피지배층의 피의 양에 비례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야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하고, 권력이 독재를 향해 치닫게 될 때는 사법 독재가 아니라 행정 독재, 입법부 독재의 '인치'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왜냐하면, 사법권은 문제가 발생해서 그 해결을 사법권에게 요청했을 때에만, 여러가지 엄격히 제한된 방식으로만 권력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사 속에 있었던 독재 권력들도 주로 행정권, 입법권을 통해서 권력을 행사하고 부수적으로 사법권까지 거느렸던 것이 일반적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성숙한 시민이 필요한 이유는 대의기관인 입법권과 행정권의 선출과 감시에 일차적인 의미가 - 굳이 선후를 따진다면 - 있다고 하는게 자연스럽습니다.
    님께서 굳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사법 독재'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이유는 아마도 현재 사법부가 입법권과 행정권을 빼앗긴 수구 기득권 세력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해서인 듯 합니다.

    법을 일컫는 말에는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도덕이 양심이라면, 법은 정의와 관계된 것이라는 말도 있지요.
    판결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도 이전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시대적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이 절차적 정의에 어긋났다는 점을 지적한 것 뿐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시대적 정의의 정당성을 내세워 절차적 정의를 무시하려 했다면 (인정한다고 했습니다만) 그것이야 말로 법치주의의 위기에 해당하는 '인치'요 행정부 독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법 개혁의 필요성은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경제 개발이라는 시대적 정의의 이름으로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민주주의)마저 짓밟은 박정희, 전두환 이래 체질 개선 한번 안하고 이어온 것이 사법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