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결정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우화를 새로이 패로디 하여 짜증난 국민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고 있다.
이미 "NGO는 기생층"이라는 기상천외한 표현으로 국민들을 아연실색케했던 주 의원은 이번 패러디로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만천하에 뽐냈다.
먼저 주 의원의 활약상을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살펴보자!
주성영(대구 동갑) 한나라당 의원이 이날 사전배포한 '국가안보를 배짱으로 합니까? 기생계층이 경제를 거덜냅니다 - 벌거숭이 임금님과 베짱이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원고에서 안데르센 동화와 이솝우화를 짜깁기한 동화를 소개했다. 동화의 내용은, 동방의 작은 나라에 깍두기 머리 임금님이 다스리고 있는데 386마리의 베짱이가 '정직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고, 마음 나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옷'을 짜주겠다고 꾄 뒤 수만금을 받아내는 사기를 쳤다는 것이다. 주 의원의 동화는 한 어린이가 '우리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치자 깍두기 임금이 어린이에게 '이 놈아, 너의 권능은 너 스스로 지켜야지'라고 윽박지르고 만조백관이 '성은이 오로지 짱입니다'라고 합창하는 것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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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원들은 21세기 판 '이솝우화 보다 재미있는 한나라당 100대 우화' 집필에 나서는 것이 어떨런지? © 삼성출판사 |
문학적 상상력이 한껏 발휘된 주 의원판 '벌거벗은 임금님'은 이제 한나라당도 과거의 근엄하고 권위적인 귀족정당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엽기발랄한 대중정당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인 듯 싶어 내심 반갑기 그지 없다.
동화의 패러디에만 만족할 주 의원이 아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더 살펴보자!
주 의원은 '노 대통령이 잘한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국민들을 갈갈이 찢어놓아 다양성이 요구되는 국제화·현대화에 기여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가경제를 깽판쳐 남북한 경제평등을 이룩했다는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신묘한 비유를 들어 대통령을 비꼬던 주 의원의 결론은 "대통령 직속하에 '기생계층 청산위원회'를 설치해 기생층 청산작업에 나서야 된다"라는 다소 황당한 것이었다.
주 의원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이 안타까워서였을까? 아니면 같은 광역시 소속 의원으로서의 연대의식 때문이었을까?
이번엔 안택수 의원이 기염을 토했다.
안택수 의원의 사자후(獅子吼)는 <프레시안>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안택수 의원(대구 북을)은 "386주사파 세력이 청와대와 정부부처, 집권여당 안에 골고루 포진해 이 나라를 좌로 좌로 몰아가고 있다"며 "누구를 위해, 어떤 나라를 만들기 위해 좌향좌 진군나팔을 계속 불어대고 있냐"고 색깔공세를 펼쳤다.
안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4대입법을 제출한 날은 우리나라 정치사에 획을 긋는 날"이라면서 "바로 열린우리당이 소수핵심 좌파세력의 포로가 돼 '노무현 정권은 반국민적 좌파정권이다'라고 만천하에 선언한 의미를 갖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는 소련과 동구권에서 장렬히 사라졌는데 이제 온전히 남은 곳은 공산왕조국가인 북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국보법의 폐지는 김정일의 공산화의 길을 열어주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입버릇처럼 계속되고 있는 대통령 퇴진 주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안 의원의 입을 통해 되풀이 되었다.
이에 질세라 김충환 의원(서울 강동갑)과 박계동 의원(서울 송파을)도 유효기간이 벌써 끝난 '색깔론'을 주문(呪文)처럼 읊조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자니 분노나 불쾌함 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앞선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규정은 대체로 좌파, 시장경제 부정, 헌정질서 파괴, 친북반미 등등인데 그 모든 규정은 '논증'없이 '선언'만으로 존재한다.
한나라당 의원들 참 대단하다! 태초에 하나님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것처럼 이들도 '선언'으로 '실체'를 창조하는 영험(靈驗)을 발휘한다.
국보법 폐지 후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그려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상상력은 놀랍기까지 하지만 선인(先人)들은 그런 상상력을 일컬러 '기우'(杞憂)라는 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 이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하는 주장의 압도적 특징은 유치하고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헌법기관인 헌재의 결정은 존중하자고 하면서 다른 헌법기관인 대통령에 대한 존중은 눈꼽만큼도 없다. 국회의 권위를 무시한다고 대통령을 탄핵까지 한 이들은 입법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헌재의 결정에는 환호작약(歡呼雀躍)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엽기적이고 분열적이기까지 한 행태는 너무 많아 열거하지조차 힘들 지경이다.
도대체 한나라당은 만년 야당만 할 생각인가? 지금 한나라당이 잘 하는 것은 '대안 없는 반대', '논증 없는 선동' 뿐이다. 오죽하면 일각에서는 조·중·동이 한나라당을 조종한다는 비아냥까지 들려오겠는가!
진정 한나라당에게 충언드리니 수구언론을 믿지 말고, 영남과 강남으로 대표되는 특권층· 노인세대에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마라! 개헌을 통해 한나라당의 지지자들에게 2표가 주어지지 않는 한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는 한에서는 말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개혁과 진보를 향해서 방향을 틀었고 이러한 흐름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다. 최근 헌법재판관들을 매섭게 질타한 도올의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호응이 그 좋은 방증이다.
부디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수구반동의 퇴영적 행태를 버리고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래야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닌 '논증'이고 '반대'가 아닌 '대안'이다. /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