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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역사의 핵, 포메이션은 정상등극의 지름길(2편)
[김병윤의 축구병법] 네덜란드 토털사커에서 독일의 리베로포메이션이 대세
 
김병윤   기사입력  2014/10/29 [19:07]

축구는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승리하기 어려운 경기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11명의 조합으로 승화시켜 조직화된 팀플레이를 극대화 시켜야만 승리할 수 있는 단체 스포츠다. 그러므로 서 개인전술, 부분전술, 팀 전술이 핵심이다. 이에 전술의 바탕인 포메이션은 공격과 수비 중 어디에 포인트를 두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60년대에 들어와 포메이션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 이탈리아의 엘레니오 에레라 감독이 처음 구사한, 최종 수비라인 배후에 1명의 수비수(스위퍼)를 포진시킴과 더불어 앞쪽에도 1명(스토퍼)을 두어 문전 앞 수비를 두텁게 하는 ‘카데나치오’(빗장을 걸고 문단속을 한다) 즉, 스위퍼(Sweeper:청소부)포메이션은 세계축구 포메이션에 한 획을 그었다.

   

이어 독일은 ‘카데나치오’포메이션 하에서 최종 수비수인 스위퍼의 공격력과, 수비라인의 조직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리베로(Libero)포메이션을 창조 세계축구 수비 전술의 큰 흐름으로 정착시켰다. 리베로포메이션은 유럽의 아라비아 일자( l ) 수비와, 남미의 플랫 디펜스(Flat Defense)인 한일자(ㅡ) 수비 형태를 취했지만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드러나 보였다.

 

독일은 수비적인 포메이션인 리베로포메이션을 탄생시킨데 이어 1980년대 미드필드에 포인트를 둔 3-5-2포메이션을 선보이며 축구 강국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진작 3-5-2 포메이션의 꽃을 피운 국가는 독일이 아닌 아르헨티나였다. 그 밖에 프랑스는 3-4-3 포메이션을 개발, 1984년 유럽축구선수권과 미국 LA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등장한 포메이션은 ‘토털사커’에서 힌트를 얻어 미드필더 4명을 1자로 배치하여 압박 전술을 완성시킨 4-4-2였다. 4-4-2포메이션은 일명 투톱(Two top)포메이션으로 최전방 공격 라인에 2명을 남겨두고 수비를 두텁게 하다가 속공을 노리는 전술로, 1980~1990년대 후반까지 세계축구 포메이션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4-4-2포메이션의 변형인 4-3-1-2포메이션과 4-3-3(4-3-2-1)포메이션도, 다시 활용 빈도가 높아졌으나 1970년대의 4-3-3포메이션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축구 포메이션은 4년마다 개최되는 FIFA월드컵을 주기로 새로운 포메이션을 탄생시키며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하는 포메이션으로 축구 발전을 가속화 시킨, 특수한 포메이션이 있는 반면 반짝 그 면모를 과시하며 사라진 포메이션도 부지기수다.

 

강력한 스트라이커 1명만을 상대 골문에 고정시켜 두고 속공을 노렸던 스피어헤드(Spear Head:창끝)포메이션과 스위스에서 고안해낸 리이켈(볼트)포메이션이 대표적이다. 리이겔포메이션은 2명의 윙백 중 1명은 상대 스트라이커를 다른 1명의 윙백은, 그 배후에서 지역방어 형태의 수비를 펼쳤지만 세계축구 포메이션 변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현대축구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4-2-3-1 포메이션, 기타 등도, 사실은 거의가 W.M포메이션 또는 1958년 스웨덴 FIFA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지휘했던 비센테 페올라 감독이 들고나온 4-2-4포메이션에서 발전한 4-3-3포메이션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FIFA월드컵 때까지 세계축구 포메이션의 큰 흐름이었던 스위퍼포메이션(Sweeper System)도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을 거치며 퇴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후 ‘현대축구 아버지’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네덜란드의 리누스 미헬스 감독(전 아약스 및 대표팀 감독)이 4-2-4포메이션과 4-3-3포메이션의 중간 형태인 ‘토털사커’를 탄생시켰다.

 

‘토털사커’는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경기장에서 유기적으로 역할을 변경하며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구현 네덜란드를 1970년대 세계축구 강국으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한편 ‘압박축구’라는 또 다른 용어로 표현되는 ‘토털사커’는 아름답고 강했으나 그것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계속해서 압박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 상대에게 볼 소유권을 넘기지 않고 템포를 조절하기 위한 개인기와 질높은 패스, 특정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센스 등이 필요했다.

 

반면 1980년대에 접어든 후 바로 '토털사커'는 주류가 되진 않았고, 독일의 3백 포메이션을 골자로 한 3-5-2 포메이션이 대세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리고 사키 감독은 '토털사커'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조직적, 체계적으로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 이탈리아의 AC 밀란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유럽 무대를 지배하게 했다. 아리고 사키 감독의 압박 전술이 등장한 후 축구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선택받은 자들만의 장기가 아니라, 체계적인 훈련과 전술을 통해 조직할 수 있는 필연의 전술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제자인 요한 크라이프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가 '토털사커'의 최전방 공격수를 포함한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상대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는 전술과, 한편으로 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정립시키는 또 다른 ‘토털사커’를 정착시키는 주인공으로 우뚝섰다. 그래서 ‘토털사커’는 아직까지도 세계축구에 ‘공격을 위한 압박, 수비를 위한 압박’을 기본으로 하는 플레이 개념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축구에서는 숫자로 파악하는 포메이션 개념이 많이 흐려졌다. 이는 같은 4-4-2, 4-3-3, 4-5-1 4-2-3-1포메이션에도 팀마다 각자의 스타일과 플레이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임무가 각기 달라 같은 포메이션이라도 전혀 다른 경기 스타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좌.우가 불균형하거나 적극적인 스위칭을 통해 변칙적인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섣불리 포메이션을 판단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이에 전술을 파악할 때는 포메이션에 얽매이기보다는 전체적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경기를 읽는데 더 도움이 된다. 따라서 숫자로 구분하는 포메이션은 전술을 파악하는데 단순한 참고정도일 뿐 절대적인 요소는 결코 아니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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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0/29 [19: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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