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공직부패의 연결고리 전관예우
[김영호 칼럼] 도덕적 불감증 만연하면 정부조직 정상적으로 작동못해
 
김영호   기사입력  2013/03/06 [12:36]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을 넘어 절망한다. 총리-장관 내정자들이 온갖 부정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축재한 사실이 드러난다.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농지소유, 편법상속-증여 등등 청렴성의 결여가 대개 공직자의 적격성을 넘어선다. 논문표절, 허위학력, 자녀의 미국국적, 공금유용 따위로도 도덕성-정직성의 논란을 일으킨다. 국민의 의무인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조차 기피한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이익을 추구하는 탈법-불법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 중에서 전관예우는 공직부패의 온상이라는 점에서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전관예우란 일반적으로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 대해서 재직했던 검찰-법원의 후배-동료가 유리하게 기소하거나 판결을 내리는 법조계의 특혜적 관행을 일컽는다. 그 전관예우가 이제 정부부처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위관료-각료 출신이 거액의 보수를 받고 유관기업-단체에 취업-자문을 통해 관청로비스토로 활동한다. 재벌기업의 불투명한 경영을 감시하려고 도입된 사외이사도 퇴직관료-각료의 로비창구로 전락했다. 이들은 과거 근무처에서 취득한 정보-경험을 활용하는 한편 학연-고시로 엮어진 인맥-연줄을 동원하여 해당기업-단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앞장선다.

현직 판-검사나 고위관료들이 현실적으로 힘센 전관을 예우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법무법인-유관기업→공직으로 이어지는 회전문 인사가 그 원인이다. 언제든지 대법관이나 장-차관으로 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고위 판-검사 출신은 소송가액이 수십억~수백억원인 사건에 대해 전관예우의 위력을 발휘한다. 퇴직관료-각료는 주로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데 때로는 정부정책을 변경-왜곡시키기도 한다. 참여연대가 조사한 바로는 2011년 6월~2012년 5월 1년간 퇴직 고위관료 172명 중에서 103명이 과거 근무부처와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한다.

대형 법무법인의 전관예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검사장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라면 연봉이 6억~12억원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법원장 출신이라면 1~2년만에 평생 먹고 살고도 남을 만큼 돈을 번다고 한다. ‘도장변론’, ‘전화변론’이라는 것도 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소장에 도장만 찍어줘도 수임료가 수천만원이고 전화 한 통화만 해줘도 법무법인은 투자를 뽑는다고 한다. 고검장 출신인 법무부 장관 내정자 황교안이 법무법인서 17개월간 16억원을 벌었다. 억대연봉이 아닌 억대월급이 전관예우의 막강한 위력을 방증한다.

과거에는 법무법인이 주로 판-검사 출신을 영입했지만 이제는 그 대상을 경제관련 규제-감독기관에 이어 전 부처로 확대하고 있다. 경제경찰로 알려진 공정거개위원회가 단연 인기다. 대형 법무법인에는 대개 위원장을 비롯한 공정위 고위직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6개 대형 법무법인에만도 공정위 출신이 41명이나 된다.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통해 금융권에서도 전관예우의 폐해가 심각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경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의 고위직 출신들이 저축은행의 감사와 사외이사를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이 사건 이후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진입이 활발하다고 한다.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검사권을 장악한 금감원 출신은 은행-증권-보험사의 영입순위 1위다.

정보통신업체의 경영진은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료-각료의 전유물이다. 인-허가 업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와 건설업체, 국방부와 무기상 등도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이다. 국세청 출신은 법무법인 이외에도 회계법인, 세무법인으로도 직행한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5년간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 취업한 국세청 출신이 26명이나 된다. 재벌닷컴의 2012년 9월 자료에 따르면 10대재벌 계열의 상장기업들이 1년 동안 국세청 출신을 사외이사로 17명이나 영입했다. 그 밖에도 판-검사 출신과 함께 경제부처 고위직 출신이 재벌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거의 독식한다. 보수와 회의횟수를 따지면 회의참석비가 보통 1,000만~2,000만원 꼴이다.

공익과 사익을 분별하지 못하고 합법과 불법을 분간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정부요직에 발탁되어 부정한 수단과 방법을 정당시하며 축재를 일삼는다. 공익보다 사익이 우선하는 도덕적 불감증이 공직사회에 만연하면 정부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말한다. 탐욕의 상징인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공익은 뒷전에 두고 사익을 앞세워 미국의 금융-재정정책을 주무른 결과가 빚은 비극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3/03/06 [12:3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