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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파동은 예견된 일이었다
[김영호 칼럼] 4대강 때문에 채소 재배면적 감소, 정부는 거짓말 말아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0/10/19 [17:35]

채소파동이 기어코 일어나고 말았다. 배추 값이 뛰어 김치가 아니라 금치가 되었다고 야단이다. 중국산을 풀고 대형매장이 할인판매에 나서 진정국면에 들어간 듯하지만 말이다. 식당에서는 배추김치가 안 나오거나 김치찌개는 안 판다는 소리도 들린다. 단체급식에는 아예 배추김치는 사라지고 깍두기만 나온다고 한다. 민심이 흉흉하자 이명박 정권이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4대강 사업을 그토록 반대해도 꿈쩍도 하지 않더니 4대강이 아닌 날씨 탓이라고 둘러대기에 바빴다. 반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농민단체들은 4대강 때문이라고 맞섰다.
 
날씨 탓이 틀린 말은 아니다. 봄에는 추웠고 여름에는 무더위에다 비가 하루 걸러서 내릴 만큼 잦았다. 그 탓에 배추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류도 작황부진에 따라 값이 폭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배추김치 말고 양배추 김치나 먹으라는 소리가 기막히게 들렸을 것이다. 4대강을 파헤치고 하천둔치를 뒤엎었다. 그 바람에 4대강 물줄기 천리 길을 따라 양편 강변 둔치에 끝없이 이졌던 채소 밭이 없어졌다. 그런데 그 면적이 미미해 배추파동과 무관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얼마나 수긍할지도 모르겠다.

채소파동은 예견된 일이었다. 농민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 채소파동이 나리라고 걱정했다. 필자도 <내일신문 2009년 12월 7일자 김영호 칼럼>을 통해 그 소리를 전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하천부지 전체규모는 5,425만3,000㎡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감자, 참외, 오이, 수박, 토마토, 파, 배추, 무 등 밭작물을 재배해 인근도시에 공급한다. 신선 채소류는 저장성이 낮아 공급이 10%만 달려도 가격파동이 일어난다.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채소 값 폭등은 눈에 보듯 뻔하다. 가뭄이나 냉해가 들기라도 하면 채소류 파동이 서민가계를 강타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정부가 4대강 사업에 편입된 경작면적이 아주 작다고 주장하는데 신빙성을 떠나서 축소의혹이 든다. 국토해양부는 작년 7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통해 4대강 하천구역내 보상대상 경작지는 모두 1만7,750ha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29일 국토해양부는 보상기준 4대강 사업편입 경작면적은 6,734ha라고 발표했다. 1년 2개월만에 1/3 수준으로 준 것이다. 또 전체 경작면적 175만8,795ha과 견줘 0.38%에 불과해 채소파동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 전체면적에는 논 89만2,000ha가 포함되어 있다. 논밭도 분간하지 못하는지 배추파동에 왜 논 면적까지 끼어 넣나?

하천부지는 국-공유지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점용허가를 얻고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것을 모르고 선대부터 무단으로 점용해 그냥 농사를 지어온 경우가 많다. 문제는 지역에 따라 허가 받지 않은 농지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경북 성주군의 경우 점용허가면적은 1ha에 불과한데 허가받지 않은 경작지가 57ha이었다. 경북 고령군은 무단경작면적이 전체의 7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단점용 경작지는 사용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보상대상이 아니다. 그 까닭에 전체 경작면적을 정확하게 측량했는지도 의문이다.

전체면적을 밝히지 않고 보상면적만 가지고 배추파동에 끼친 영향이 미미하다는 따위의 주장은 엉터리다. 또 4대강 주변에 준설토를 쌓는데 들어가는 농지, 그 흙으로 리모델링한다는 농지, 침수예상농지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정부자료를 근거로 4대강 사업으로 하천둔치 경작지가 줄면 시설채소 재배면적이 16.4% 감소해 채소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재배면적과 함께 하천부지는 비옥해 생산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배추파동만이 문제가 아니다. 엽채류, 근채류, 양념류를 가리지 않고 가격이 급등했다. 그 까닭에 국민들이 김장을 걱정하는 것이다.

농산물은 생필품이기 때문에 공급차질이 생기면 가격변동이 크다.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나 수요가 크게 줄지 않고, 공산품과 달리 생산기간이 길어 가격이 올라도 공급이 늘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와서 이제 김치를 먹으니 살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배추가 비싸도 먹으니 공급이 줄면 즉각 값이 뛰기 마련이다. 재배면적이 줄었는데 4대강 때문이 아니라는 억지가 김장을 걱정하는 국민을 더욱 화나게 만든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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