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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실재와의 구분이 마음 공부의 핵심"
농부 전희식 작가 북 토크
 
김철관   기사입력  2019/04/24 [10:05]

 

▲ 농부 전희식 작가(우)     © 


“논농사, 밭농사, 자식농사도 있지만 마음농사를 짓지요.”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부가 지금까지 전문 작가도 출판하기 힘든 10권의 책을 출판했다.

전북 장수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생태영성운동을 하고 있는 농부 전희식 작가가 최근 출판한 10권 째 책인  <마음농사 짓기>(2019년 3월) 북 토크 콘서트가  21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터에서 열렸다.

유쾌한 똥꽃 농부 전희식 작가의 북 토크 콘서트에는 가이아TV ‘사람책 읽기’ 윤덕현 다큐멘터리 PD가 묻고, 저자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날 전 작가는 책을 낸 이유에 대해 “항상 마음을 들어다보고, 마음의 고요함과 생기 넘치는 것을 기원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주하게 복잡하게 요란스럽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내 마음은 어떤 한가. 내가 농사를 짓든, 엔지니어를 하든, 고요한 장소에서 혼자 쉬든, 그러할 때 내 마음은 어떠한가. 내 마음의 밭에 생기가 넘치는가 아니면 어딘가 도망가고 싶고,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어 스스로 위축되고 있는가. 이런 것을 삶 속에서 한번 생생하게 들어다보는 그런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늘 이 시간은 그런 자질을 발견해 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어 그는 마음과 관련한 얘기를 이어갔다.

“마음 그러면 마음과 관련된 기관이나 종교인들이나 자기계발서 등에서 '마음'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마음 가꾸기, 마음 돌보기, 마음공부, 마음 내려놓기 등이다. <마음농사 짓기>라는 책에도 충분하지 않지만 '마음'을 정의해 놓았다. 그럼에도 이 부분이 그 어떤 재회나 존재보다 가장 소중한 게 아닐까. 그래서 항상 마음을 들어다보고 마음의 고요함과 생기가 넘치는 것을 기원하는 그런 마음가짐, 그런 바람을 책에 담았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책을 10권 째 냈다. 농사도  다양한 종류를 짓고 있다. 그리고 사회운동, 생태영성운동 등 여러 가지로 바쁘게 살고 있다. 책을 많이 낸 사연과 글을 많이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전문작가 분들도 저서가 10권이상 쓴 분들이 많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작가도 할 수 없는 책을 냈다고 하면 여전히 제 자신이 쑥스럽다. 10권이 된 과정이 어떠했을까요. 한 번도 책을 쓰기위해서 특별한 시간이나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냥 그때그때 떠오르고 겪은 상황이나 정황들이,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까워 메모하고 기록하는 것을, 모은 것을,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요청을 해 내게 됐다. 10권의 책이 제 삶을 적었고, 기록들을 엮다보니 10권이나 되버린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책을 내기 위해 애를 썼다거나  어떤 책을 내기 위해 주제를 설정하고 주제와 관련된 글들만 모아 책을 썼다든가 이러지 않고 흘러가는 물처럼 메모해 썼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일상의 삶 속에서 메모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과거는 메모장을 호주머니에 넣어 다녔고, 현재는 휴대폰 메모판을 이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기억하고 싶은 경우들을 많이 메모한 편이다. 살다보면 사람들 누구나 좋은 일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것을 바로바로 기록한 것이다. 제 호주머니에는 메모장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메모기능이 있어  메모를 한다.  기억해야할 장면들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다.  그래서 자기 전에 그것을 정리하는 이런 것이 거의 습관처럼 된 것 같다.”

기록을 해 그런지 그의 책을 보면 그때그때 생생한 느낌이 떠오른다. 뭔가의 비주얼이 떠 오늘 때도 있다. 글 잘 쓰는 비결은 뭘까. 

“글 잘 쓰는 비결 그러면 제가 답변하기가 어려워진다. 잘 쓴 글이라는 말이 우회적으로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 글이 생동감이 있다고 느낀 분이 있다면, 기록에서 연유하지 않을까 한다. 그때 그 장소와 그 순간,  그 순간 그 장소가 아니면 떠오를 수 없는 감성이나 느낌을 그대로 적었고, 제가 겪고 또 쓰러지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고 이런 것들을 메모하며 글을 쓰기 때문에 생동감을 느낀 것 같다.”

▲ 교보문고 북토크 콘서트 안내판이다.     © 


책 제목이 <마음 농사짓기>이다. 논농사, 밭농사 등 여러 가지 작물을 키우는 방법을 많이 했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책 담았다.  마음농사 짓기는 누구나 다 관심의 영역이다. 마음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까. 그 지혜에 대해서 한 마디로 “나를 알아차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고 요약했다.

실제 책을 보면 첫 번째 째로 등장한 주제가 ‘나를 알아차리는 시간’이었다.  책을 보면 10일정도 명상 캠프에 참석했다가 떠났던 집 때문에 열흘 내내 걱정을 했다고 했다. 다시 집에 돌아왔더니 잘못된 것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걱정을 덜고 마음 편하게 살기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마음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까. 그는 경험을 통한 얘기를 꺼냈다.

“위파사나 명상센터에서 10박 11일의 명상 수련을 갔다. 명상센터의 핵심은 혐오와 갈망으로부터 벗어난 것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촉을 통해 감각을 갖게 되고, 감각을 통해 그런 작용이 일어난다. 혐오, 배척, 회피 등을 하든지, 의지하고 싶고, 학대하고 싶어 하는 이런 갈망과 혐오로부터 벗어나는 가르침을 10박 11일 동안 배우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기간 내내 갈망과 혐오로 가득했다. 장맛비로 부실한 축대가 무너질 것 같은, 그래서 옆집 할머니가 노발대발할 것 같은, 개가 풀려 옆집 밭을 짓밟아가지고 혼날 것 같은, 이런 시간을 위파사나 명상을 하면서 너무 생생하게 겪었다. 명상공부 과제와 완전히 배치되는, 혐오와 갈망을 벗어나기 위한 공부보다 망가지는 형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마음을 실재하는 사실과는 명확히 분리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가 생각한다는 것, 우리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이성논리의 발달이기는 한데, 이것이 역전이 됐다. 본말이 전도돼 생각과 마음이 도리어 나를 장악하는 사로잡았다. 현대의 삶이 현대인들의 또 하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농사라고 하는 말을 연결시켰다. 폭우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고, 아무리 콘크리트로 축대를 쌓아놓아도 폭우가 지속되면 내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해외여행이나 장기 출장을 가면 축대를 와 돌볼 수 없다.  자기마음은 실재하는 사실과는 명확히 분리돼 있는 실체이다. 존재하는 실재하고 내 마음을 구분해 관리대상이 돼야하고 관리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마음공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마음을 집중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오감에 집중하는 방식을 권했다.

“여기에 있는 분들은 마음이 이 공간 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저는 말을 하니 지금 여기에 집중을 하는 것 같다. 내가 통제하지 못한, 내 통제를 벗어나는 생각과 마음을 수습하고 싶을 때 나는 일단 감각에 집중한다. 들리고, 울리고, 느껴지고, 맡아지는 냄새에만 집중을 한다. 이것은 내 오감이 감수할 수 있는, 느껴낼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만큼 축소된다. 바로 오감에 집중하는 방법을 통해 극복하면 된다.”

그는 오감 중에서도 감각 하나에만 집중하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했다.

“들리는 것만 집중하는 것이다. 사실 시선을 끄고, 감촉을 끄고, 맛을 끄고, 귀만 집중하면 청양청력이 된다. 명상과 스님들이 선방 생활하듯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각에 집중하다보면 감각 자체도 열리게 된다. 감각 중심으로 지금 여기를 완성해보는 것이 좋다.  눈을 감고 목소리에만 한번 집중을 해본다든가, 물론 눈을 감고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사이사이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 수 없게 해야 한다. 끼어들면 거기에서 듣는 소리에 다시 관심을 회귀시키는 이것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 농부 전희식 작가의 북 토크 콘서트 모습이다.     © 


이날 북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독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이와 관련해 한 마디 언급했다.

“책을 매개로 또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화창한 봄날 나들이 겸 마음에 중심을 둔 사람이 참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동기로 왔던, 다 똑같겠다하는 것은. 책을 가까이 한 분들이라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기를 읽고자 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날북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저자 사인회도 열렸다.

저자 전희식은 글 쓰는 농부이며 생태영성운동가이다. 1994년 전북 완주, 2006년부터는 전북 장수농사를 짓고 있다. 농민단체와 생명평화단체, 채식과 명상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서로 <똥꽃>, <땅살림 시골살이>, <시골집 고쳐살기>, <아름다운 후퇴>, <하늘이의 시골일기>, <소농은 혁명이다>,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엣 농사 이야기> 등 10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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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24 [10: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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