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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는 몰락, 디시인사이드가 뜨는 이유
[공희준의 일망타진] ‘386’의 정치 전면화, 또 다른 ‘전대협 하나회’로 변질
 
공희준   기사입력  2010/05/18 [11:22]
386의 실체는 10년 전 광주에서 이미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5ㆍ18 전야제 행사가 끝난 다음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으로 우르르 몰려가 뒤풀이 술판을 벌이다가 크게 문제가 된 사건 말이다. 그 사건을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다룬 언론이 당시 갓 태어난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였다. 자기편의 잘못은 무조건 감싸고도는 이른바 ‘진영논리’에 함몰되지 않은 덕분이었다. 불편부당한 정론직필의 건전한 비판정신이 매체 전체에 살아 숨 쉬던 때였다. 지금이야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됐지만.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흐른 현재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사옥 크기와 매출액 규모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조선은 밤의 대통령, 오마이는 밤의 당대표.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온라인에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면 무슨 방법이 써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그런 거 없다고 말한다. 다만 두 가지 지침은 알려준다. 가급적 가지 말아야 할 곳은 포털사이트의 다음의 아고라이고, 꼭 한번 둘러봐야 할 공간은 디시인사이드의 코미디 갤러리라고.

“저는 전직(또는 현직) ○○입니다.”로 시작되는 글들이 많은 추천수와 조회수를 기록하는 아고라의 명성은 아직도 건재한 분위기다. 특별히 386 세대 사이에서는. 그래서 점점 망해가는 것이고. 그곳을 보면 유입되는 강물의 수량이 줄어들어 나날이 메말라가는 중앙아시아의 아랄 해가 생각이 난다. 물도 물고기도 사라진 호수바닥에는 부서진 배의 잔해와 찢어진 어망만이 널려 있다고 한다.

반면 코미디 갤러리는 물도, 고기도, 고기를 낚으려고 모여드는 낚시꾼들도 성시를 이룬다. 소리만 요란할 뿐 의제설정 능력을 상실한 다음의 아고라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심심풀이로 소녀시대 갤러리를 찾았다가 우연히 코미디갤러리에 넘어가봤는데 아이디어의 신천지가 따로 없었다. 그 후로 아랄 해가 되고 만 아고라나 오마이뉴스에 접속하는 대신 코미디 갤러리에서 급변하는 시국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깜찍한 소재와 획기적 단서를 구해오고 있다.

코미디 갤러리에서 또 한 건 올렸다는 소식이다. 학교건물을 청소하는 어머니뻘 되는 아주머니를 패륜적으로 모욕한 00대 여학생을 찾아내 혼내줬다는 거였다. 어린 친구들이 정말 재주도 좋다. 아고라가 허울만 그럴 듯한 낮의 오피니언 리더라면 코미디 갤러리는 실제적으로 민심의 지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밤의 여론 주도층인 셈이다. 역사는 본디 밤에 이루어진다.
 
내가 아는 00대생들-물론 졸업생들-은 전부가 약간은 촌티가 나는 중년의 남자들뿐이다. 고생하시는 미화원 아주머니에게 위로는 못해드릴지언정 상스러운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싹수 노란 여대생과는 도무지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에 약간의 정치적 해석을 덧대면 이 사건은 한나라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일이다. 노년세대의 분노한 표심을 자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1991년도에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발생한 정원식 씨에 대한 밀가루 투척 사건과 얼추 비슷한 파문을 일으킬 게다.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것들 손봐주겠다고 투표장에 달려랄 노인들이 상당수 나타날 전망이다.

코미디 갤러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나는 전적으로 386 없음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거기야말로 명실상부한 Free 386 Zone이다. 386의 무존재로 말미암아 발랄한 창의력과 종횡무진의 상상력이 꽃을 피운다. 당사자의 허락을 얻지 않은 마구잡이식의 개인정보 공개나, 호남에 관한 근거 없는 편견 같은 커다란 맹점들도 안고 있으나.

언제부터인가 386 세대가 손을 대는 곳마다 망가지지 않는 데가 없게 되었다. 이러한 폐해는 정치 분야에서 유난히 도드라진다. 이번 민주당 공천은 386 세대가 실무자 위치를 벗어나 결재권자 입장에서 최초로 관여한 경우였다. 그 결과는 한국정치를 최소한 20년쯤 후퇴시켰다고 봐야 옳다. 386들이 공천권을 쥐고서 첫 번째로 착수한 일이 어차피 짜고 칠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한다는 핑계로 멀쩡한 국민경선 없애는 거였으니까.

그 결과 야당 후보가 같은 야당 후보와의 TV토론을 회피하는 기상천외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덕에 출세한 것들이 하는 짓은 완전히 민자당 시절의 김영삼의 복제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랫동안 좋은 인상으로 알아온 386 선배들이 6ㆍ2 지방선거 후보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갖가지 추태와 기행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 진보와 보수, 친노와 반노의 구분이 전연 없더라. 그 선배들과 앞으로도 개인적으로야 친하게 지내겠지만 함께 대업을 도모하고 싶지는 않다.

이명박 정권 심판도, 친노세력 척결도 어찌 보면 지나치게 거시적인 느낌을 준다. 범위를 좁혀 정밀하게 타격목표를 정한다면 나이 40줄에 몸도 마음도 기득권으로 썩어버린 386의 대대적 정리 작업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 1단계 과제로서 군부독재 시대의 하나회처럼 몇몇 선후배와 친구들끼리 폐쇄적 사조직을 결성하고서 정치판의 이권망을 구축하고 있는 전대협 동우회 멤버들에 대한 엄정한 숙정을 단행해야 하리라.

저쪽에선 진즉에 해체된 하나회가 이쪽에서는 판형을 달리해 음지의 독버섯처럼 암약하는 현상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386 없는 정치가 좋은 정치다. 386에 접수되어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아고라와, 386들이 아예 발붙이지 못하는 까닭에 일익번창하는 코미디갤러리의 엇갈리는 운명이 이를 생생하게 웅변한다고 하겠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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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18 [11: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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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15 [14:47] 수정 | 삭제
  • 일망타진 좋아하시네 어디 하나회를 전대협과 비교하나. 그늠들 기득권되고 개잡짓 하여 배신감 느끼게 한 건 사실이었지만 하나회는 영포회랑 묶어야지. 갱상도냐??? 하나회를 전대협과 묶게?
  • 글쎄 2010/05/19 [18:19] 수정 | 삭제
  • 공희준씨의 영패반대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386과 아고라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약간 견해를 달리한다. 지금 민주당이나 다른 당에서 위세를 부리고 있는 386들이 진정한 386세대의 대표라 보는가? 얘들 그 때 당시 듣보잡이었다. 그리고, 단지, 나이와 학번이 같다고 전부 386이란 상징적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가?아직도 건전한 의식을 가지고 있고 가장 개혁적이고 중심잡힌 절대 다수 386세대 일반인들과 얘들을 감히 견주지마라. 그리고 아고라의 경우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소수 양아치들이 일시적으로 난동을 부린다고 다수의 성격이 바뀌지는 않으니까...뭉뚱 그려서 386,아고라라 비판하지 말고, 정확하게 꼬집어서 영남노빠, 사기개혁세력이라 비판하라. 공희준씨의 장점이 그것 아닌가?
  • 얼라리오 2010/05/19 [14:39] 수정 | 삭제
  • 골때리는 한나라 / 무능의 극치 민주당 / 촉새 유시민보다 못한 한심한 한명숙
  • 한쪽눈으로보다 2010/05/18 [16:17] 수정 | 삭제
  • 물론 타당성이 전혀 없는 글은 아니지만..아고라나 386대한 시선이 편향적이다.
    소위알바들이 버글거리는 아고라..나역시 그꼴 보기싫어 떠났고 그러다 보니 노빠라는 세력들이 점령을 했지..그렇다고 본래의 아고라의 기능이 전혀 사라졌다고 볼 수 없고..때가 되면 언제든지 다시 부활을 할 수 있고. 또 기존정치인에 한정한 386을 폄하해서는 곤란..뭐니해도 아직 이 사회의 중심세력엔 침묵하는 386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는것..지금 40대의 한 20~30%정도. 물론 그들도 나이먹고 이젠 중년이 되어 다소 현실적이 되었지만..지금 대딩들이나 젊은애들 꼬라지 보니 그나마 민주세력의 힘이라는 것을 요즘 느낀다. 촛불시위때도 거의다 40대 가 많았다는것. 이점 알아두길..
  • 공희준격려 2010/05/18 [14:22] 수정 | 삭제
  • "...나이 40줄에 몸도 마음도 기득권으로 썩어버린 386의 대대적 정리 작업이 급선무..."라는 지적은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예리하다.
    썩어빠진 간상배들의 분탕질에 나라가 망가지는 걸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 역쒸~ 2010/05/18 [14:02] 수정 | 삭제
  • 이미 십년 전에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정치야바위 집단이 아직도 진보, 개혁을 떠들어대니 가소롭고도 가소로운 일이다.
    하나회의 척결만큼이나 시급한 것이 전대협 동우회의 척결이라는 공원로의 혜안은 참으로 주목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