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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 차만큼 온실가스 뿜는다
[김영호 칼럼] 지구온난화 재앙 현실화, 정부 구체적 방안 세워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0/01/09 [22:39]

 이 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목표가 ‘중도실용’에서 슬그머니 ‘녹색성장’으로 바뀐 모양이다. 녹색성장과 연관성이 없는 사회-경제정책에도 ‘그린’이니 ‘녹색’이 하는 말로 포장하니 말이다. 기업들도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열심히 ‘그린’, ‘그린’을 따라서 합창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생활양식을 바꾸겠다는 구체적 방안은 들리지 않는다.

 이제 모든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피부로 느낄 듯하다. 혹서, 혹한, 가물, 홍수 등 기후변화, 철새의 이동경로 변화, 식물의 서식지 변화 따위가 그것을 말하고도 남는다. 코펜하겐 기후변화총회에서는 정치인들의 화려한 말의 성찬은 있었지만 성과는 너무 초라하다. 더 늦기 전에 새해부터라도 지구촌이란 공동체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연변화의 경고를 겸허하게 경청해야 할 단계에 이른 듯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막는 길은 정치인들의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모든 인류가 하루 하루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배출원인 화석연료의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자동차 운행 줄이기, 전구 하나 끄기 등등 말이다. 하지만 소도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듯하다. 
 
▲ (자료사진)     © CBS노컷뉴스

 반추동물인 소는 먹이를 되새김질하면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장내에서 박테리아가 먹이를 분해하고 발효시키는데 이 때 메탄가스가 생겨 방귀나 트림으로 나오는 것이다. 공장형 축산장에서는 소의 체중을 늘리고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려고 풀보다는 주로 콩과 옥수수를 먹여 키운다. 그 때문에 메탄가스 배출량이 더욱 늘어난다.

 홀스타인 1마리가 내뿜는 메탄가스는 연간 180kg나 된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25배의 온실효과를 낸다. 농촌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한우 1마리가 1년 동안 내뿜는 메탄가스는 47kg인데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1,109kg에 달한다. 젖소는 이보다 훨씬 많아 이산화탄소 2,860kg에 해당하는 118kg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이를 연간 4,70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와 비교하면 한우 4.2마리, 젖소 1.6마리와 맞먹는다. 

 소처럼 인간에게 소중한 가축은 없다. 농기계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일소로서 농사일을 도맡았다. 분뇨는 거름으로 쓰인다. 죽어서는 고기와 함께 가죽을 남긴다. 소득증대에 따른 육식증가에 맞춰 목축업이 공장형 축산업으로 산업화했다.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삼림파괴가 진행되고 이에 따른 대량생산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 축산업이 공해산업으로 등장한 것이다.

 인구대국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쇠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1960년 이후 세계 쇠고기 생산량이 4배나 늘어 연간 2억8,000만t에 달한다. 중국 중산층은 1990년에 비해 2.5배의 쇠고기를 소비한다. 브라질 국민은 15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은 89kg의 붉은 고기와 가금류를 먹는다. 소를 숭상하는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도 지난 10년간 쇠고기 소비가 36%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목초지 확보를 위한 삼림파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쇠고기 1kg를 생산하려면 닭고기의 7배, 돼지고기의 15배의 땅이 필요하다. 브라질에서만도 2007년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자마이카보다도 넓은 1만2,900㎢나 사라졌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야 할 열대우림에 불을 질러 태워서 목초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브라질이 세계4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 것도 그 까닭이다. 

 FAO(식량농업기구)는 2006년 축산업이 지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것은 세계의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것보다 13.5%나 많은 것이라고 한다. 소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많이 뿜는지는 축산국인 캐나다를 보면 짐작된다. 전체의 72%가 소의 방귀와 트림에서 생긴 것이다. 한 통계를 보면 세계가축사육두수가 인구의 10배인 600억 마리이며 2050년에는 1,200억 마리로 늘어난다고 한다. 가축이 뿜는 온실가스가 2배로 증가한다는 소리다.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젠드라 파차우리 유엔정부간기후변화회의(IPCC) 의장은 육류소비의 절제를 당부한다. 매주 월요일을 ‘세계 고기 없는 날’로 만들자는 것이다. 과격한 환경론자들은 하나 뿐인 지구를 구하려면 육식을 중단하는 일뿐이라고 주장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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