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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vs 농민, 서로 다른 쌀값 계산법… 왜?
 
이용문   기사입력  2009/11/18 [09:28]
농민들이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고 쌀값 21만원대 보장과 대북 쌀 지원 법제화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쌀 목표가격을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국 농민회 총연맹 등 농민단체 13개에 소속된 농민 2만여명(경찰추산 1만5천명,주최측 추산 3만여명)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 모여 전국 농민대회를 열었다.
 
농민들은 본대회를 마치고 2백여명이 따로 시내에서 모여 가두행진을 하기도 했다.
 
◈ 핵심은 쌀값을 21만원대로 보장하라
 
농민들은 일년동안 땀흘려 농사지은 쌀이 생산비도 안되는 헐값에 팔리고 있다면서 쌀값 현실화를 요구했다.
 
농민단체들은 쌀 생산비가 올랐는데도 쌀 목표가는 5년째 17만 800원 정도로 동결돼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목표가격은 정부가 지난 2005년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면서 직불제라는 것을 만들고 정한 쌀의 가격이다.
 
그해 수확기 쌀값이 이보다 낮으면 차액의 85% 정도를 보전해 준다는 기준가격이다. 농민들 주장은 80Kg짜리 쌀 한가마에 21만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연합 윤오근 대표는 "농업인 단체 13개 단체에서 골고루 조사를 했는데 올해 비료값이 2배이상 올랐고 경작비, 농약비 등 모든 원자재가 2배이상 올랐다"며 "특히 작년에 쌀직불제가 잘못돼 현재 부재지주들이 임대값을 많이 올린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농민들의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정해둔 목표가격 17만원에서 4만원 정도를 올려야 한다.
 
농민들은 또 매년 20만톤 정도씩 나가던 대북 쌀 지원을 아예 법제화하면 국내 쌀 재고가 줄어 값이 좀 오르지 않겠느냐며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 농민이 계산하는 생산비는?
 
농민단체들은 쌀 80kg의 생산비를 19만원에서 20만원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생산비는 주로 땅을 빌리는 임차비와 인건비가 가장 크다.
 
다만 비료값이나 농약값은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인건비를 농민단체는 전국 근로자 평균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노동투입시간도 흔히 현장에서 3백평이라고 하는 10a 면적에 24시간이 들어간다고 농민단체들은 계산한다. 실제로 논에서 일하는 시간에다 영농교육 등을 받는 시간까지 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그렇다면 정부의 계산법은?
 
일단 생산비의 산출방식이 농민단체와는 조금 다르다. 통계청이 80Kg 한가마에 9만7천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계산과는 1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정부의 계산법은 이렇다. 인건비 기준은 전국 근로자 평균 노임단가가 아니라 농업현장에서 노인인력을 하루 고용해 쓸 때 지급하는 돈을 기준으로 한다.
 
또 근로시간도 16시간으로 농민단체보다는 적게 잡았다. 임차료 역시 전국 농촌 평균 임차료를 적용하는 게 통계청의 계산법이다.
 
농림수산식품부 박현출 식품정책실장은 "현재 쌀의 생산비 수준과 쌀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할때 목표가격을 인상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민단체들은 생산비를 높게 주장하지만 정부로서는 통계청의 분석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정부가 쌀 값을 올려줄 수 없는 또다른 이유는?
 
정부의 고민은 생산비 추산 말고도 또 있다.
 
17만원이라는 현재 목표가격 하에서도 쌀이 공급과잉인데 목표가격을 올려주면 농민들은 좋겠지만 쌀 생산이 더 늘어나고 공급과잉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해 쌀 농사를 사상 최대 풍작이라고 불렀는데 올해는 2008년보다도 7만 3천톤이나 더 늘어나서 그야말로 대풍을 이뤘다.
 
현재도 82만t이 넘는 쌀 재고로 고심중인 정부로서는 목표가격을 올려주고 농민들이 쌀 농사를 더 짓게 하고 싶지는 않은 심정도 있는 것이다.
 
여기다 목표가격이라는 게 법으로 정해둔 것이다. 농민들의 요구처럼 이것을 올리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 것도 정부에는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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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18 [09: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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