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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장관, 정신차리려면 한참 멀어보인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총선에서도 개념 상실, 토호연대 시절 버릇 못고쳐
 
우석훈   기사입력  2008/03/21 [17:59]
영등포구나 강서구나 송파구에 비하면 내가 동작구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건 아니다. 그래도 좀 아는 건, 여기가 원래 이계안 의원 지역구라서, 이 동네 밑그림을 그릴 때 좀 같이 상의한 적이 있다.
 
여기는 주택이 많고, 길이 좁고, 그래서 서울의 오래된 주거지역이다. 그래서 지저분해보이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엄청 가난한 동네는 아니다. 전체적인 수치들을 보면, 워낙 주거지역으로 사람들이 집중되어 있어, 과밀도 지역이다.
 
그리고 고등학교가 2개인가 있고, 중학교가 6개인가 있어서, 지역 주민들을 전부 중등교육 시설이 수용할 수가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다니는 게 애로 사항이다. 하여간 내가 다녔던 영등포구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고등학교 친구가 이 지역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그야말로 "옛날 생각난다"고 나름대로 그 안에서 사는 중이다. 그가 이계안 의원의 보좌관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CBS노컷뉴스
이계안 의원이 출마를 안하게 되어서 나도 정신없고 할 일도 많아서 별로 하지는 못했지만, 이 지역에 지역생협도 만들고, 그런 생협이 움직이는 데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런 것들이 이 지역이 살기 좋아지는 방향이 아닐까... 그 정도가 원래 논의되던 얘기들이었다.
 
정동영이 뜬금없이 여기에 출마하단다고 하더니, 정몽준까지...
 
하여간 별들의 전쟁이야 그렇다 치고, 여기 오자마자 정동영 일성이, 뉴타운에 소외되어서 큰일인데 다행히 뉴타운법이 고쳐져서 할 수 있으니, 그걸 추진하겠다... 하시면서 옆 동네인 서초구는 여기보다 집값이 두 배인데, 그래서 되겠느냐? 자상도 하셔라.
 
내가 기억하는 걸로는 자가주택율이 50%도 안되는 약간 서민형 거주지인 이곳에 뉴타운이 들어오면, 10%~15% 정도가 자기 살던 데에 살 수 있고, 나머지는 더 싼 곳을 찾아서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보상은 토지면적으로 보상되기 때문에, 다세대와 다가구를 가져서, 약간의 임대수입으로 살아가던 소위 '서민형 집주인'들도 꼼짝없이 생계 대책이 없는 상태가 되고, 그렇게 해서 결국 집값은 오르지만, 그 집값에 맞춰 살던 사람들이 밀려와서 사는 동네가 된다.

그렇게 하겠다면서 정동영이 '명품 도시'로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정동영은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거야? 아마 그도 동작구 사람들을 만나고 했는데, 처음부터 이명박이나 김문수와 똑같은 뉴타운 명품도시파였거나, 아니면 평소 지방에서도 토호들만 주로 만나서 얘기를 듣는 것처럼, 동작구에 와서도 대토지 소유자, 다가구 소유자 혹은 주유소 사장들만 만난 것 같다는...
 
아마 두 경우 다에 해당될 것 같다. 택도 없는 소리이고, 서민은 커녕, 그래도 서울에 집 한 칸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동네에서 살아가고, 어떤 꿈으로 공동체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그야말로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출장간 인간이다.
 
정동영, 정신 차릴려면 한참 멀어보인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뉴타운과 집값 정치에 열린우리당이 열심히 한나라당과 뜻을 맞추면서, 한국 경제는 물론 한국 정치도 이 꼬라지가 되었다는 것이 내 지난 5년 간의 관찰 결과이다.
 
정동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새만금 나서서 홍보하고 다니고, 접을 수 있던 순간에 내 입으로는 그렇게 못한다고... 그런 것 외에는 특별히 섭섭하거나, 더 좋거나 그런 감정은 없다.
 
그리고 기왕 경부운하 반대한다고 나섰으면 잘 해주기를 바라는 정도...
동작구에 와서 처음 하는 몇 마디 듣고 드는 생각은, 이 인간 정신 차릴려면 한참 멀어보인다는 것이다.
 
어느 도시에 가던지, 중산층들의 삶을 보고, 가난한 삶을 돌아보고, 그리고 나서 동네 유지들과 토호들과 얘기를 시작하는 순서가 옳다는 것이, 내가 몸으로 체득한 풀뿌리 주민자치운동하던 시절에 배운 것이다.
 
정동영, 여전히 토호들부터 만나고, 큰 상인들과 소주 한 잔 마시고, 그리고 그들의 얘기를 대변하면서 서민경제라고 하는 토호 연대 시절의 못된 버릇을 못 고쳤다.
 
이건, 안산에 있는 천정배와 임종인에게 좀 배워야 한다. 동네가 돌아가는 메카니즘과 주거지역의 안정화에 대해서 나름 감을 잡은 사람들이 현 민주당 수도권 의원 중에는 거의 없는데, 그래도 나름 한다면 이 정도 사람들이다.
 
정동영, 정신 차리고 천정배 하는 걸 좀 돌아보기를 바란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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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3/21 [17: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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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08/06/06 [16:32] 수정 | 삭제
  • 국회의원 감 이상은 아님
    -..-
  • 하늘 2008/05/24 [10:28] 수정 | 삭제
  • 한심하고 불쌍한 사람, 제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났다고 어깨에 힘만 주더니만.... 꼴 좋다.
  • 정당의 패거리들이냐? 2008/03/24 [18:44] 수정 | 삭제
  • 한나라당과 좀 더 차별화되지 않으면 정동영을 비롯하여 다들 자동퇴출이다.
    팬클럽에 둘러쌓여 정신 못차리고 있지말고 넓게 넓게 국민들 곁으로 가라
  • 지나가던 2008/03/23 [22:37] 수정 | 삭제
  • 어차피 이 싸이트는 정몽준 찍을 분들은 들어와 보지도 않습니다. 정동영씨나 관계된 분이 이 글을 읽고 본인들의 전략이나, 접근방식을 재검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우석훈 씨 글도 충분히 의의가 있겠지요... 말은 맞는 말 이잖습니까?
  • 철학자 2008/03/23 [15:18] 수정 | 삭제
  • 천정배를 보라고 했다. 그 천정배가 대선에서 정동영을 지지했다.
    우석훈은 이 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토호연대를 천정배가 지지했다고 보는가? 아니다. 대선에서의 정동영 행보는 아주 대의에 정확했다.
    지금 이명박가 한나라당이 하는 짓으 보면 그들의 집권을 막는 것이
    얼마나 중요했던가를 알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삼십수년간 호남의 혹은 개혁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그 지지가 지역주의로 보는가? 토호로 보는가?
    노무현이 그런 천박한 인식으로 출발했기에 망한 것이다. 호남은 절대 다수가 개혁지지고 개혁진영 지지자들 역시 그렇고 대선때 정동영을 지지한 사람 또한 그렇다. 그게 토호연대라? 무식한 노빠들같은 인식..그런 천박한 인식으로 분열을 했고 결국 대한민국을 한나라당천국으로 만들었다. 천박한 노무현과 노빠와 우석훈류때문에...
  • 라디스트 2008/03/22 [18:53] 수정 | 삭제
  • 우석훈 당신이 정동영씨와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 쓴 글이 아니라면, 때를 가려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몽준이와 대결을 앞둔 전시에 이 무슨 철없는 짓인가. 나 역시 정동영씨를 절대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나, 전략적인 행동이 없다면 당신은 이적행위를 한 적이 될 것. 딸딸이 칠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면 내 말의 뜻을 알 것이라 생각하오.
  • 서산사람 2008/03/22 [11:53] 수정 | 삭제
  • 우 선생님, 그동안 각 매체에 기고하신 글을 체계적으로 읽고 싶습니다. 선생님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전부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