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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2천명 제한은 법조기득권 유지위한 것"
새사회연대·공무원노조, 로스쿨3천명 정원 요구…국가인권위에 진정
 
이석주   기사입력  2007/11/12 [20:34]
지난달 30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오는 2009년 개원 예정인 법학전문대학원, 이른바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2천 명으로 못박자, 정원 수를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전국의 각 대학들은 예상외의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들은 정부의 2천 명 정원 결정에 찬성 입장을 견준 반면, 그간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3천 명 이상"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나머지 대학들은 "로스쿨 유치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록 당초 1천5백명을 첫해 정원으로 정했던 교육부가 각 대학들의 반발 등을 우려, 최종적인 로스쿨 정원을 2천 명으로 결정지었지만, 각 대학들의 '로스쿨 보이콧'과 여러 정책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잦은 수정으로 인해 2009년 첫해 성공적 도입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이처럼 로스쿨 개원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2천명'결정이 국민의 교육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선발고사'의 개념을 갖고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는 사법시험과 달리, 모든 국민에게 이른바 '변호사 자격증'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로스쿨 제도가 일반 교육제도와 같이 국민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이 교육 관여하는 몰상식한 사회에 살고 있어"
 
새사회연대와 전국공무원노조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정원을 2천 명으로 제한 한 교육부 조치는 국민의 이익과 관계없이 명백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새사회연대와 전국공무원노조는 12일 오전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2천 명 정원 제한을 전면 재조정하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 대자보 이석주 기자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정원을 제한 한 조치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다. 이는 국민의 직업선택권을 박탈한 조치와 다를 바 없다"며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변호사 3천 명 배출구조를 보장하는 로스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로스쿨 총정원을 제한하는 행위가 국민들에게 법조인이 되기위한 기회를 박탈하는 '진입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다수의 대학들이 교육 여건과 상관없이 로스쿨을 개원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만큼, 교육받을 권리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들은 "법조특권구조로 인해 사회비리와 부정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권법조의 기득권을 위한 로스쿨은 오히려 국민의 인권상황을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며 "총정원을 재조정하고 추진일정을 전면 변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수 대표는 이날 로스쿨 2천명 제한은 국민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대자보 이석주 기자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미국과 일본 등 어떤 나라도 로스쿨 정원을 법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법이 교육까지 관여하는 몰상식한 사회에 살고 있다. '학교가 교육받을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이 대표는 교육부 방침에 항의하며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8일 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전국공무원노조 김도영 사법개혁투쟁위원회 정책위원장도 이 대표와 함께 단식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로스쿨 정원을 2천명으로 제한 한 것은 국가가 법권력으로 국민들의 교육권을 침해했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법조인이 되는 길을 막고, 기득권만을 옹호한 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권정환 부위원장은 특히 로스쿨 인원 제한에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를 겨냥, "기득권이 깨질 것을 우려한 대한변협은 '2천명 제한'에 반대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명확한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그는 "국가와 사법당국은 항상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서민들의 교육기회 등을 박탈해 왔다"며 "단순히 로스쿨법 문제 뿐 아니라, 공판중심주의의 배심원 제도가 도입돼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2천 명 정원' 방침, 사실상 재수정되기 힘들 듯
 
이렇듯, 시민단체와 각 대학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2천 명 정원 제한 방침은 향후 수정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9년 로스쿨 총정원을 2천명으로 확정한데 이어, 132개 세부항목으로 구성된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기준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진행한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이 "로스쿨 정원은 1천500명이 적당하다"며 정부 방침에 찬성 의견을 내비친 것도 '로스쿨 정원 수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주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상황.
 
3천 명 이상을 요구하는 각 대학들의 '보이콧 선언'과 교육부를 포함한 정부기관들의 강행 방침에 맞서 "정원 제한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3천 명이 돼야 국민들의 직업선택권을 지킬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최의팔 목사는 "로스쿨 2천 명 제도는 변호사의 본 의미를 퇴색시키는 방침"이라며 "해당 대학에서 인원 제한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 법조계나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챙기는 모습에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현장 인터뷰]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
 
- (로스쿨 2천 명 제한이) 인권침해라고 보는 이유는?
 
: 정부와 교육부가 국민들의 교육권리를 스스로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말해 국민들이 '변호사 자격증'을 가질수 있는 기회를 자체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이 넘쳐나는 현재의 법률시장에 과도한 쿼터를 적용시키므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단식농성을 통해 반드시 3000명 선을 유지토록 하겠다.
 
- 오늘(12일)로 단식농성 8일 차를 맞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 (웃음) 무엇보다 배가 고픈 것이 가장 힘들다. 당연한 일인가. 현재 공무원노조 김도영 정책위원장과 함께 무기한 농성을 진행중이다. 김 위원장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하고 있지만, 로스쿨 2천명 제한을 규탄하는 입장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 까지 단식농성은 계속될 것이다.
 
▲이창수 대표를 포함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회견 종료 후 인권위 7층 민원실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 대자보 이석주 기자

- 2천명 제한이 불합리하다고 보는 이유는
 
: 법조기득권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유치를 희망하는 전국의 대학들이 자신들의 교육여건과 상관없이 로스쿨을 개원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인가기준에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포함시킨 것 역시 변호사를 희망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그만큼 기회가 덜 주어지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각 대학들이 공정한 심사와 인가를 받을 기회를 차별받게 되는 점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과 대학들 모두 평등권을 침해받는 것이다.
 
- 3천 명 주장의 핵심은
 
: 로스쿨은 사법시험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사법시험은 정해진 제한 인원을 통해 법조인들 배출하는 개념이다. 즉 '(전문 법조인) 선발개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은 이같은 개념과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정부와 교육부는 선발시험의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원칙적으로 로스쿨 정원은 제한이 없어도 되지만, 너무 광범위하고 현 정부에게 있어 무리한 요구인 만큼, 3천 여명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본다. 모든 국민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얻기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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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12 [20: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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