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화장실도 못가게 하다니" 삼성 규탄 한목소리
삼상 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 2백여명, "무노조 경영 분쇄" 결의대회
 
이석주   기사입력  2007/05/11 [00:50]
"제가 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모습을 보던 삼성 관계자가 부하직원 한테 이렇게 말하더군요. '일 잘해라, 못하면 저런 꼴 당한다'라고요…"
 
삼성 본관 앞 결의대회에서 기자가 만난 김경옥 씨(30)는 자신 스스로를 '기계적인 소모품'이라고 표현하며 이같이 울분을 토했다.
 
1992년도에 입사해 2년 전 까지만 해도 경북 구미시 코오롱 공장의 평범한 직원이었던 김 씨는 800일 가까이 거리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정리해고 철회. 원청업체 삼성의 일방적 대량 해고에 맞서 나약한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자랑삼아 얘기하지만, 뒤로는 하청업체 직원들을 향해 비인간적 대우를 일삼고 있다"며 "한마디로 말한다면 '거지취급'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의 이윤 위해 노동자 생존권 팔아"
 
삼성에 대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분노는 이 뿐 만이 아니었다. 삼성의 하청업체인 쎌콤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임오경 씨는 한 달에 65만원을 받아가며 핸드폰 배터리를 만들어왔지만, 지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 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삼성 비정규 하청업체 노동자 200여명은 10일 오후 삼성 본관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무노조 노동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이슈아이 이석주

임 씨에 따르면, 쎌콤 경영진은 지난 1월 31일 자로 65명의 여성노동자들에 대해 정리해고 조치를 내렸고, 이후 노동자들은 해고 철회를 외치며 투쟁에 들어갔다는 것. 임 씨가 전한 해고의 이유는 간단했다. 물론 거기에는 원청업체인 '삼성'의 두 글자가 포함돼 있었다. 
 
임 씨는 해고 사유를 설명하며 "원청업체인 삼성이 값 싼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하청업체인 우리들에게 구조조정을 내린 것"이라며 "삼성의 이같은 행태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팔아먹는 처사와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 그룹 본관 앞에서 만난 몇 몇의 노동자들은 각기 다른 해고 사유를 가지고 있었다. 강도높은 업무량, 저임금, 복수노조 설립 저지 등.
 
하지만 그들의 말 속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업체 삼성의 비인간적 대우와 일방적 해고 통보'였다.
 
"화장실 가는 것 조차 통제"
 
'삼성 비정규 하청 노동자 공동투쟁단'은 10일 결의대회를 통해 "그동안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초일류기업으로 우뚝 섰지만, 삼성 왕국에 있는 노동자들은 온갖 회유와 협박속에 억눌려 살아왔다"고 토로했다.
 
이에 앞서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의 일방적 거래중단으로 직장폐쇄를 당하고, 민주노조 건설을 이유로 거리로 내몰린지 오래"라며 "'무노조 기업' 삼성을 향해 공동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     © 이슈아이 이석주

이날 결의대회에서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 코레노 해고자들은 "삼성은 직원들이 화장실 가는 것 조차 체크한 후 현장게시판에 공고하기도 했다"며 "이런 비인간적 통제를 참다못해 노조를 결성하려 하자 삼성은 해고의 칼날을 들이밀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울산 삼성SDI 노동자들 역시 "삼성은 지난해 수원공장 폐쇄에 이어 올해에는 울산공장 마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3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당할 위기에 처해 있지만, 삼성은 PDP수요에 대처한다며 국내 최대규모의 PDP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인은 이건희 '무노조 경영' 방침에 있어"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는 울산 SDI, 이젠텍 분회, 코레코, 기륭전자 사업장 등 삼성의 하청업체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이 참가했다.
 
또한 '삼성 기사 삭제'로 현재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시사저널 노조와 그간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강하게 비판해온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이 참가해 삼성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 이슈아이 이석주

노회찬 의원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 중 근로자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기업은 '무노조 경영'을 외치는 삼성 밖에 없다"며 "수 없이 반복되는 대량해고의 가장 큰 원인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영 방침에 있다"고 꼬집었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오늘은 비정규 하청 노동자들 모두가 삼성 본관 앞에 모인 역사적인 날"이라며 "아무리 이건희 회장이 '산'처럼 높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을 하찮은 '개미'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희상 시사저널 노조 위원장은 "삼성이 분명 세계 초일류 기업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노동자들을 이렇게 까지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한없이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과연 삼성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기는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현장 목소리 
 
▲     © 이슈아이 이석주
결의대회 현장에서 만난 삼성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삼성본관 앞에서 선 소감', '해고 경위', '현재의 어려움'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들은 한결같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비인간적 대우 등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경기금속지회 이젠텍분회 이선자 부 분회장
 
"1년 6개월 째 투쟁을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임원 4명과 23명의 조합원이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저희는 삼성 세콤 에스원 동지들과 결합해 싸움을 하고 있지만, 삼성에 맞선다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더군요"
 
"심지어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노동부에 문을 두드리기도 했지만, 관계자의 말이 가관이더군요. '삼성이나 포스코의 자본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대놓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삼성의 눈치를 본다는 명확한 증거 아니겠습니까"

경북 구미 코오롱 지부 김경옥 씨
 
"집회 신고를 내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습니다. 한마디로 하늘의 별따기는 기본이더군요. 지금도 구미공장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투쟁하고 있지만, 힘들 것도 사실입니다… 코오롱에 10년을 넘게 다녔는데, 연봉은 제자리 걸음이고, 특히 해고하는 과정에서 5명의 자식 중 3명이 장애인인 어머니를 가차없이 짤라버리기도 했습니다. 산업재해 당한 사람들도 있고요.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삼성 쎌콤 임오경 씨
 
"삼성은 절대로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은 중국산 제품을 싼 값에 쓰기 위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대량해고로 몰아넣었고, 이런 이유를 사장을 통해 들었을 때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사람들의 기분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폭력적 경영 입니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5/11 [00:5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시민 2007/05/11 [21:29] 수정 | 삭제
  • 삼성의 협력업체 직원은 삼성의 직원 아닙니다.

    문제는 삼성의 직원 아닌 삼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전혀 다른 회사의 직원들이 왜 삼성 비정규 노동자로 칭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삼성의 계약파기로 인해 정리해고를 당한 것은 삼성이 자른것이 아니라 삼성과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사장이 자른것 아닌가요?

    솔직히 말해 값싼 카자흐스탄이나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오면 우리나라 협력업체에 지불할 돈의 1/10이면 들여올수 있습니다. 원가 경쟁력에서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선 우선 제품단가를 낮춰야하는데.. 그렇게 하면 국내에선 협력업체 죽이기라고 하고 어쩔수 없이 해외업체의 부품을 가져다 쓰면 위 기사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죠..

    하청노동자 착취란 말은 맞지 않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