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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마감단축 ‘귀족노조’ Vs '이해할 수 있다‘
은행노조의 ‘고객 영업시간 단축’에 인터넷 논란, 비판 높고 옹호 적어
 
이석주   기사입력  2007/04/09 [12:47]
결혼 3년 차 주부 박 모 씨(32).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가계를 꾸리고 있는 박 씨가 최근 은행 청원경찰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지난달 26일 공과금 납부를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마감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출입이 거부된 것. 계좌이체 신청을 하지 않았던 터라 바쁜 직장업무를 뒤로 하고 은행을 찾았지만 십여분이 늦어 '출입 불가' 조치를 당한 것이다. 
 
이날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연체료가 붙어 이른바 '공돈'이 나갈 상황에 처한 박 씨는 청원경찰에게 수차례 부탁의 말을 전한 끝에 은행 뒷문으로 들어가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었다. 박 씨의 최종납부시간은 오후 4시 50 분.
 
하지만 박 씨는 여간 뒷맛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쥐구멍 찾듯 은행 뒷 문으로 들어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일반인들의 퇴근 시간 훨씬 전인 오후 5시가 되지않은 시간에 은행 문을 닫는다는 상황이 새삼 야속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 문을 닫아도 은행직원은 계속해서 일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신과 같은 직장인들이 마감시간을 맞추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박 씨와 같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은행 마감시간과의 전쟁이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금융노조가 현행 4시 30분 으로 정해져있는 마감시간을 1시간 앞당긴 오후 3시 30분으로 추진하려 하기 때문.
 
"3시 30분에 창구 문 닫는 방안 고려 중"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 따르면, 각 은행노조는 지난 4일 대표자 회의를 통해 '대고객 영업시간 단축'을 주요 안건으로 결정하고 오는 26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27일 은행엽합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금융노조는 마감시간 이후에도 지속되는 잔업 등을 감안할때 은행원들의 실질적인 노동시간은 12시간 정도 되기 때문에, 창구 마감 업무를 1시간 단축한다면 그만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오후 4시30분에 영업 창구 문을 닫아도 잔업 처리 등을 하다 보면 오후 8시를 넘어 퇴근하게 된다"며 "영업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 강도를 줄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주 5일제' 근무를 하며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업무효율성을 거론하며 마감 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편익만을 생각한 이기주의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업무시간을 1시간 단축하겠다는 금융노조의 방침이 공개된 후 이를 성토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금융노조 홈페이지와 포털 게시판에 도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 안하는 공무원들도 짤리는 판에, 귀족노조들이..."
 
N포털에 글을 올린 'firekiler'는 최근 서울시의 '공무원3% 퇴출방안'과 비교하며 "일 안하는 일반 공무원들도 3% 퇴출하는 마당에 마감시간을 앞당겨 쉬고자 하는 '귀족노조'들은 집에서 영원히 쉴 수 있게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gnswo0306'는 특히 "야간조를 편성해서 저녁 10시까지 창구를 열어놔도 시원찮을 판에 3시30분에 일을 마감하겠다고? 퇴근 후에도 개인 은행업무 볼수 있게 새벽 3시30분까지 하는건 어떤가요"라고 비꼬았다.
 
D포털의 '나얌' 역시 "어차피 직장인들은 은행가기도 쉽지 않다. 이왕에 은행원들이 편하자고 할 거면 오전근무만 하고 퇴근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고 비꼰 뒤, "근무시간이 많으면 시간대별 교대근무와 같이 효율적 인원 활용방안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수호천사'는 "은행원들은 일반 공무원보다 임금은 훨씬 높고 근무시간은 짧다"며 "IMF이후 금융권이 불경기를 겪을 때 이들을 도와준 것은 국민들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귀족노조'가 되어 자신들 배만 채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 자금으로 회생하게 된 은행권이 적지 않았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대국민 서비스'를 강조한 것이다.
 
▲D포털에 올라온 댓글. 대부분의 글들이 금융노조의 1시간 단축 방침을 맹비난하고 있다.     © 이석주

'엔젤스와핑'도 "요즘 취직 못해서 좌절에 빠져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같이 배부른 소리를 하냐"며 "공적자금 받으며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는 제1금융권들이 정말 힘들다면 이런 소리는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시각도 있었다. 아이디 '문수장군'은 "은행원들은 점심먹는 시간 빼고는 하루종일 고객들에게 시달린다"며 "4시 30분에 은행문을 닫는다고 해서 업무가 모두 끝난 것이 아니"라고 밝혀 금융노조의 이번 방침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1시간 단축' 현실화 되기는 미지수
 
현재 금융노조는 안건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26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한 후 27일 사용자측 대표인 은행연합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즉 마감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권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영업시간 단축이 고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본다면 '1시간 단축' 방안이 현실화 되기에는 실질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 측이 금융노조의 방침을 그대로 따를지도 미지수. 업무시간 단축은 일반 입출금 업무 이외에도 각종 금융상품과 같이 은행의 영업실적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민정서상 반대여론이 거세질 것'이라는 은행측과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라고 맹비난하는 국민들의 여론 사이에 금융노조의 이같은 방침은 당분간 은행권에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전망이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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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09 [12: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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