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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의 언론관은 순진· 저속 ·비정상적"
언론단체, 노대통령의 'KBS' 독립성 관련 공공기관운영법 발언 맹비판
 
이석주   기사입력  2007/03/21 [14:42]
노무현 대통령: "KBS는 자사 이기주의와 전파남용에 빠져있어, 이래서야 나라꼴이…"
 
언론단체:  "대통령 발상은 너무 저속하고 순진하며 시대착오적"
 
참여정부 출범이후 보수언론과 대립각을 세워온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에는 공중파 방송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일부 보수언론에 대한 노 대통령의 비판은 그렇다치더라도, 이번에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둘러싸고 노대통령이 방송사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이는 언론단체와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양측의 날선 공방은 다음달 1일 시행 예정인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공공기관운영법)을 놓고 지난 20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KBS를 비난하고 나선 것에서 부터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 이례적으로 KBS 강도높게 비판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노대통령은 이날 "공공기관운영법이 어떻게 KBS의 언론독립을 침해할 수 있느냐"며 "KBS가 여야 의원 60여명을 통해 법 개정까지 하려 하는데 이래서는 나라꼴이 문제"라고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노대통령은 지난 20일 '공공기관운영법에서 자사가 제외돼야 한다'는 KBS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 청와대

노대통령은 특히 "KBS가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 언론의 독립과 무슨 관련이 있으며,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가 KBS 언론 독립을 어찌 침해할 수 있겠느냐"며 "힘을 가진 집단의 횡포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당 부처는 적절히 잘 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KBS노조를 비롯한 언론단체는 "방송 독립성에 대한 대통령의 순진한 인식이 안타깝다"며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노력을 자사이기주의로 매도하는 대통령은 즉시 비정상적인 언론관을 고쳐야한다"고 반격에 나섰다.
 
문제의 발단이 된 공공기관운영법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다음달 1일 부터 시행 예정인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공공기관운영법)은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의 지배구조나 경영평가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제정취지는 공공기관의 자율적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경영의 합리화와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것.
 
하지만 여기에는 공영방송의 특수성을 인정해 정부의 각종 법률에서 제외됐던 KBS와 EBS가 법률 적용대상에 포함돼 방송의 공공성과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 2월 초 '공공기관운영법 적용대상에서 KBS와 EBS를 제외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일부 개정안'을 청원했고, 이러한 주장이 언론계 전반으로 확산되어 왔다. 
 
▲     © KBS

현재 정부는 이들 방송도 공기업인 만큼 공공기관운영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KBS노조를 비롯한 언론단체는 '정부로부터 예산을 통제받으면 방송이 정권에 장악당해 방송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이같은 양측간 대립은 KBS가 이달 초 <미디어포커스>를 통해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에서 자사가 배제돼야 한다는 취지의 방송을 방영하면서 표면화 되기 시작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최근 KBS가 방송 80주년을 기념해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는데 이는 자사 이기주의와 전파 남용의 예"라며 공공기관운영번의 개정을 요구한 KBS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여야의원 61명 "방송 독립성 보장하라"
 
이런가운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통합신당모임 전병헌 의원 외 여야의원 61명은 지난 16일 KBS와 EBS를 법률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제4조 제2항 제3호 신설)의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의원들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설치된 KBS와 EBS는 방송으로서의 특수성을 감안해 공공기관 운영법의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병헌 의원은 21일에도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인 KBS와 EBS의 독립성 보장은 87년 민주화의 성과"라며 "공공기관운영법에 두 기관을 포함 시키는 것은 '방송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통제가 배제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노대통령 발언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전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일로 '나라 꼴'이 걱정스럽다고 했는데, 정말 걱정스러운 '나라 꼴'은 61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입법안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평가절하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은 전병헌 의원을 포함 민노당 노회찬, 천영세, 최순영 의원, 열린우리당 정청래, 문병호, 한나라당 이계진, 박찬숙 의원 등 총 61명이다.
 
언론단체, 총력투쟁으로 방송 공공성 사수
 
한편 언론계도 정부가 방송의 자율성을 침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 1인시위와 결의대회 등을 통해 방송의 공공성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KBS노조는 20일 노대통령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KBS를 정부 부처 산하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도록 하는 법이 언론의 독립성 침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은 비정상적인 언론관을 즉시 고쳐야한다"고 맹비난했다.
 
전국언론노조 역시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은 저열하다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운영법 제정을 위해 국회를 상대로 자행한 기만과 사기에 대해 대통령이 면죄부를 준 것으로 이해될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전국언론노조와 KBS본부, EBS지부 등은 4월1일 법 시행일을 전후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미 지난 19일부터 기획예산처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EBS지부는 다음달 2일 까지 공영방송의 정부규제를 비판하고 방송의 독립성 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KBS본부도 "오는 29일 오후 1시 KBS 본관 사옥 앞에서 법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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