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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검찰, 민노당 정치사찰 '의혹' 제기
검찰의 월권행위 파문'일파만파'...노동계 "검찰은 자본의 리모콘인가?"
 
이석주   기사입력  2007/02/23 [16:03]
검찰의 월권행위 실태를 고스란히 담은 대외비 보고서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지난해 포항건설노조 파업 이후 공공연히 나돌던 검찰의 직권남용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파업 참가자들의 실업급여 환수 조치와 노조원 전원 구속 등 21일 <경향신문>을 통해 보도된 것 이외에, 검찰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등 주요 외부인사에 대해 증거를 확보하려 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진보정당을 향한 정치 사찰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홍역'의 아픔 겪는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이에 포항건설 노동자들과 민주노동당이 검찰의 이러한 직권남용을 규탄하며 '성역'과도 같은 대검찰청 앞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공대위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포스코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노동 3권을 짓밟고 포항건설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며 검찰청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공대위 및 민주노동당은 22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월권행위와 관련, 검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이석주
 
이들은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할 검찰이 노동자 구속 제작 공장으로 전락됐다는 사실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건설노동자의 노동3권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검찰의 공안탄압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이들은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규탄하며 △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 △ 검찰총장 사퇴 및 검찰 책임자 처벌 △ 구속자 석방 및 포스코 공장의 출입제한 조치 철회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은 "이번에 밝혀진 검찰의 월권행위는 200만 건설노동자들을 향한 탄압과 다를바 없다"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건설노조 김진배 위원장 역시 "홍역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이 검찰의 공안문서가 보도된 후 다시 쓰라린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삭이고 있다"며 "향후 상경투쟁과 검찰규탄 집회를 통해 생존권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해삼 민노당 최고위원과 김진배 위원장 등 참가자들은 포항건설노조에 대한 공안탄압을 규탄하는 의미로 검찰청 민원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이석주
 
검찰, 지난해 7월 단병호 의원 행적까지 감시해
 
앞서 21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포항건설노조 불법 파업사건 수사 결과' 대외비 보고서는 대구지검 포항지청이 지난해 7월 포항건설노조 파업 이후 작성했고, 여기에는 파업에 대응하기 위한 검찰 내부 방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당시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실업급여를 봉쇄하고 노조전원에 대한 영장 발부, 또한 시위 참가 후 사망한 고(故)하중근 씨의 부검 장소를 변경하는 등 검찰이 가진 직권을 남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21일 오전 8시에 당 지도부위원이 모여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갔고, 이후 300 페이지가 넘는 검찰의 대외비 보고서를 입수해 자체 분석작업과 외부 전문가를 통한 분석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이 분석한 중간결과에 따르면,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포항건설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기 전 부터 검찰 내부 검토와 관계기관 대책회의 등을 통해 건설노동자들의 파업을 철저히 불법행위로 간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날 언론을 통해 보도된 '충격적인' 내용 이외에도 검찰은 지난해 7월 포항건설노조 파업 당시 격려 차 농성 현장을 방문한 민노당 단병호 의원의 행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이해삼 최고위원에 따르면, "현장을 방문한 단 의원이 술과 담배를 가지고 들어와 이를 노조원들에게 전했다"는 내용이 보고서 안에 들어가있고, 이후에도 단의원의 행적을 밀착, 관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을 향한 검찰의 증거확보 활동과 관련, "신종 정치 사찰"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 단병호 의원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당시 단의원과 함께 격려차 현장을 방문했지만, 검찰 지적과 같이 단의원은 결코 술과 담배를 소지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당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검찰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단병호 의원도 21일 오후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의 공작은 명백한 정치 사찰"이라며 "조속한 사태 해결과 열악한 건설일용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나의 행동을 '외부세력 개입'으로 본 검찰에 놀라울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사태 '일파만파'…노동계 전반으로 확대될 듯
 
향후 민주노동당은 당차원의 보고서 분석과정을 거친 후 조사 작업이 완료되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퇴진, 대통령 사과 등 적절한 대응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또한 포항공대위는 오는 23일 노조원이 참가하는 상경투쟁과 24일 검찰규탄 집회를 통해 이번에 밝혀진 검찰의 월권행위에 대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결집시킨다는 계획이다.
 
  © 이석주
 
남궁연 건설연맹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국민과 법을 지켜야할 검찰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폭로한 셈"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노동자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쟁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노동자들과 힘을 합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광훈 포항공대위 대표 또한 "보고서를 본 후 우리나라 검찰은 국민과 헌법에 의한 검찰이 아닌 자본가 '리모콘'에 의해 움직이는 검찰임을 확실히 깨달았다"며 "자기반성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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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23 [16: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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