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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줄여줄테니 임금삭감 받으라?
[비나리의 초록공명] 사람에 대한 예의 전혀 없는 참여정부의 ‘참어’정책
 
우석훈   기사입력  2007/02/07 [17:29]
한명숙 총리가 인적자본과 관련된 몇 개의 계획을 내놓았는데, 참여정부의 아주 이상한 계획이었던 2030에 얽어넣었다.
 
얘기는 복잡하지만,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군복무 단축시켜주는 것이고, 이게 선물이면 여기에 임금 피크제를 집어넣고, 가을학기제 같은 걸 슬쩍 끼워넣었다. 가을학기제, 죽지도 않고, 끊임없이 살아나온다. 기가 차다.
 
임금피크제는 원래는 괜찮은 제도인데, 참여정부 손에만 들어가면 이상하게 제도가 바뀌는 것처럼 피크 이전부터 깍는 선이 너무 가파르게 내려가서 사실상 임금 삭제 외에는 별 내용이 없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군복무 줄여줄테니까 임금 삭감을 받으라는 내용인 셈이다.
 
인적자본이라는 단어는 나도 종종 사용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이 말이 왜 총리나 대통령 손에만 들어가면, 이렇게 무지막지하고 무서운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요즘 참여정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원래는 안 쓰던 말인데,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단어가 자꾸 생각난다. 사람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국민을 조삼모사의 대상으로 보려는 시각이 너무 강해보인다.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자는 것이 이 맥락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일일이 대응하는 데에도 지친다. 뭔가 대화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본 전제 자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참여정부의 새로운 정의 
 
올해는 어지간하면 노무현 얘기와 정책에 관한 얘기는 좀 쉬어가고 싶은데, 사람들이 가만 있지를 않는다.
 
"참여" 정부라고 했는데, "참어!" 정부가 된 셈이다. 한미 FTA를 기점으로 모든 것에 대해서 "참어!"를 전면에 내세운다. 참여냐, 참어냐... 획 하나로 너무 의미가 바뀐다. 난 참여도 싫지만, 참어는 더 싫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는데, "참어!" 정부에서는 별로 복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성장통이라는 단어의 정의 
 
성장통이라는 단어는 우파들의 전유물 같은 단어이다. 물론 아무나 써도 되지만 맥락은 대개 "참으면 괜찮아진다"라는 것이다.
 
"아파, 죽겠어."
"참어, 성장통이래."

 
안병욱 교수가 현 상황은 '구조적 성장통'이라고 정의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이유가 "구조적 성장통"이라는 것이고, 이건 현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끝장내야 사라지는 것이라는 셈이다.
 
안병욱씨 오래 살겠다. 정신건강도 늘 튼튼할 것이고, 불만스러울 것도 별로 없겠다.
 
내가 보기에는 현재의 20대에는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온 셈인데, 이게 성장통이라고 한다면, 성장통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성장통이라는 단어는 우파 전유물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젠 이걸 반한나라당 전선에도 갖다 쓴다. 노동관계의 기본적인 재편이 발생하는 변화를 성장통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에는 진짜 문제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새만금 갯발도 잘 살려고 하다보니 생기는 성장통이고, 20대들의 자살률 급증도 선진사회로 가기위한 성장통이고, 이라크 파병에서 레바논 파병으로 이어지는 국제 관계의 변화도 성장통이다.
 
그러면 중간에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도 성장통일텐데, 유독 한나라당의 집권만큼은 역사의 퇴보라고 한다.
 
이어령 현비령이라는 옛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오늘의 웃기는 짬뽕 되겠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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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07 [17: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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