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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에 백기투항한 노무현 정권
[비나리의 초록공명] 신도시 건설은 집값과 전 국토의 가격폭등 초래
 
우석훈   기사입력  2006/10/24 [16:20]
경기도 어딘가에 또 다시 신도시를 만든다고 한다. 규모는 분당 규모, 그야말로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조악한 급조어만큼이나 분당 신화가 얼마나 건설회사들 뇌리에 깊게 박혀있는지 알만할 지경이다.
 
건설 사이클상 판교가 대충 5년 정도 끌어온 셈이고, 은평 뉴타운도 1지구 분양이 되니까. 5년 후를 내다보는 건설사의 또 다른 장기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보면 대충 정확할 것 같다. 현재 오세훈 시장이 추가로 25개를 서울시장 선거에서 약속을 했으니까 대충 앞으로 3년간은 일용할 양식을 확보한 건설사들이 노무현 정부 말기까지는 고개 숙이고 잠깐 쉬어갈 줄 알았는데, 그 새를 못 참고 벌써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여간 건교부와 대형건설사의 찰떡궁합은 놀라운 일이다.
 
사실 이미 충분히 ‘공영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돈 받아들 공사는 챙겨들만큼 챙긴 셈인데, 아파트값 올라가기 시작한다는 말 나오기 한 달만에 새로운 대규모 개발계획을 꺼내들었으니, 이건 건설교통부가 아니라 건설사 기획실에 가깝다.
 
이게 정부냐! 한 달만에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건설사들이 조급증도 도대체 수 조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거대한 회사답지 않지만, 그걸 낼름 받아든 건설부는 정말 정부도 아니다.
 
이렇게 안 하더라도, 이미 미국 금리와의 비교 포인트만으로도 더 올라갔어야 할 금리를 경기 지탱이라고 3년이 넘게 붙잡고 있어서 그야말로 부동산 버블은 터질만큼 꽉 차 있는 셈인데, 마침 중소형 아파트값이 가을 전세란을 맞아 조금 올라가니까, 한 달을 채우지 않고 바로 ‘신도시 건설’이라는 큰 카드를 꺼내든다.
 
도대체 건교부만이 아니라 대표적 건설족인 열린우리당 정책위장이라는 강봉균 같은 사람들 머리에는 뭐가 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공급론자들의 공급우선론을 살려내는게 급하다고 하더라도 한 두달 쉬어가면 어디 탈난다는 듯이 입지도 생각해보지 않고, 발표부터 먼저 하는 걸 보면 차라리 건설교통부 직원들과 강봉균 같은 사람들은 건설사에서 월급받으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내심이야 이미 몇 차례 시도했던 서울공항을 염두에 두고 있겠지만, 기왕 분위기 좋을 때 크게 한 건 하자는 듯이, 제2 외곽순환도로를 따라서 쭈욱... 그렇게 할 것 같다.
 
단군이래 부동산 투기와 맞섰던 최초의 정권이라며 자기들끼리 덩더쿵 덩더쿵 자화자찬하던 게 1주일 전인데, 그야말로 청와대에 줄댄 정치인들이 ‘새대가리’라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사실상 건설자본 기획사 역할을 해주는 건설교통부가 새로운 작품을 꺼내들었다.
 
아니, 그렇다면 지난 주에 부동산 투기와 맞선 최초의 정권이며 어쩌구 그러고 할 때 이미 건설교통부 실무 부처에서 실장들과 장관한테 이미 보고를 하고 있었다는 말인데, 얼마나 ‘부통산 투기와의 싸움’과 같은 말들이 우스워보였을까! 불과 1주일 뒤면 “아니, 우린 공급론자들이쟎아!”하고 큰 발표가 나갈 건데, 청와대에 줄댄 바보들이 어쩌구 저쩌구, 덩더쿵 덩더쿵 하는게 얼마나 웃겨보였을까.
 
이렇게 신도시 얘기하지 않더라도 경기도지사 선거 때 공약으로 나간 “명품도시”니 어쩌구에다가 오세훈의 “뉴타운 더블이요!” 등등 해서 앞으로 5년간 건설물량은 차고도 넘치는데, 지금의 경기도 신도시는 건설정책이라기 보기는 주택정책의 기조를 결정하는 이데올로기 싸움에 가깝다.
 
살다살다보니 공안검사들이 이데올로기 장치로 국민들의 하루하루의 삶을 만들던 시절을 뛰어넘어 건설사도 이데올로기 장치를 작동시키는 시절을 살게 된다. 이젠 공안검사보다 건교부 담당관이 더 무섭다.
 
종이신문들이 침을 꼴딱꼴딱 삼키면서 건교부 담당관 입만 쳐다보고 있다. 신도시 건설은 지금부터 빨라도 5년 후의 일이지만, 기조를 일단 친건설 분위기로 잡고 가면 지금 건설되는 사업들의 정책금융 조건과 입지율 선정에서의 크고 작은 편의, 그리고 녹지율 양보 등 사실 당장 돈 되는 일이 벌어지기는 한다.
 
이 비용은 전부 국민 주머니에서 나간다. 그리고 집값 폭동은 보너스다. 도대체 주요 건설사 10개 정도의 기획실 직원들 맘 편하게 해주고, 사주들의 주머니에 돈 처넣어주기 위해서 언제까지나 ‘신도시 건설’ 그리고 ‘대규모 국책 사업’ 혹은 ‘야심찬 지자체의 개발 계획’ 놀음을 해야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불과 1주일 후에 “분당 2개 추가요!”라고 모든 집 가진 사람과 모든 집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촉각을 세울 뉴스가 나갈 걸 모르고 자화자찬 했던 노무현 대통령만 불쌍해보인다. 경기도에서 직접 추진하는 것이면 청와대까지 보고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이번의 신도시건은 건교부에서 직접 추진하는 일인데, 그야말로 레임덕 현상이 보통 심한 게 아니고, 대통령을 완전히 허수아비 취급하는 셈이다.
 
“헌법을 바꾸기 전에는 못 바꾼다‘고 난리 부르스를 치면서 집값만은 잡겠다고 방방거렸던 정부가 지금 ”분당 2개요“하는 정부가 맞는지 모르겠다.
 
이 상태면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에 끝장을 볼 듯이 아파트를 비롯한 토지가격은 폭발에 폭발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2007년 하반기가 볼만하겠다. 정부의 이런 확고한 의지대로라면 아직도 집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 정말 곤란한 세상이 온다.
 
신도시 건설, 정말 놀구 자빠졌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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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24 [16: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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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없는 아이 2006/10/24 [21:50] 수정 | 삭제
  • 건교부는 건설사 기획실이라는 우석훈님의 말이 가슴에 와 닿네요
    이 나라 정부는 국민의 혈세 빨아 먹을 궁리만 하는 브로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