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나라당은 ‘보청기’를 단체구입해야
스스로 제 얼굴에 침 뱉지 못해 안달하는 한나라당
 
권태운   기사입력  2003/06/13 [11:49]
며칠前 한나라당이 대표경선과 관련해 선거인단의 연령 대를 잘못 발표해 보수언론에게 까지 ‘경로당’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언론들 역시 주요구독층을 놓고 보면 ‘경로언론’인 셈인데, “누가 누구를 놀리느냐?”고 볼멘소리도 나왔을 법 하다. 어쨌거나, 한나라당은 곧 수정된 자료가 내놓았지만, 그래도 주요지지층이나 주요당직자들의 높은 연령층 때문에 ‘경로정당’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효력이 남아있는 셈이다.


▲ 한나라당은 보청기정당으로 개명하라!
그런 ‘경로정당’이, 정말 보청기라도 사주고 싶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청력이 떨어지는 증세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마치 귀가 많이 어두운 노인에게 “아침진지 드셨냐?”고 묻자, “뭐? 아들 더 두라고?”라고 대답하며 길길이 날뛰는 웃지 못 할 장면이 연상될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기간 중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한나라당이 보이고 있는 반응이 그렇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 중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공산당 허용’ 발언과 관련해, 이를 “대한민국 국체를 전면 부정하는 망언”이라고 규정하고 탄핵소추 대상 여부를 정식으로 검토키로 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가 이미 중국·베트남을 비롯한 공산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으며 특히 중국 공산당은 한국의 정당들과 교류·협력을 해온 지 오래”라거나, ‘한나라당이 집권한 공산당과는 교류하면서 사실상 반공국가의 군소정당인 일본공산당 얘기가 나오자 문제를 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한 일간신문의 사설은 새삼 언급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 장애인 아들을 둔 가족이 이사를 오려고 하자, 주민들이 “아파트 값 떨어진다.”며 “이사를 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말 같지 않은 주장이 나온 적이 있다. 그때 부녀회장이 “다 같은 사람인데 이사를 못 오게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가 부녀회장직에서 ‘탄핵소추’를 당할 지경에 몰렸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같이 어울려 인갑답게 지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를 듣고서 “그런 소리 하려면 부녀회장직 그만두라!”고 열을 올린 주민들의 행동은, 평가할 가치도 없을 만큼 무지한 짓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도 한나라당이 아직도 20세기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사오정’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 달리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런 정신 나간 행태는 “장애인 가족의 이사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부녀회장을 “쫒아내야 한다.”고 지껄이는 사람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남의 말을 이정도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비딱하게 듣고 엉뚱한 소리를 할 정도로 한심스럽지 않다. 명색이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제 1당 사람들이 뭘 몰라서 그러지는 않을 테고 도대체 왜 이토록 한심스런 의식구조를 고집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나라당은 정녕 이런 의식수준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변하는 시대 속에 살면서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지금의 사람들이 어떤 수준의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기업이라면 문 닫을 일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집단보다도 시대흐름에 민감해야 하고, 유권자의 의식수준을 재빨리 파악해야 할 정당(政黨)이라면 더 말해 무엇 할까. 한나라당은 정녕 ‘문을 닫고 싶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일까.


▲ 의원총회에 모인 한나라당의원
문제는 한나라당 사람들의 ‘안테나’에 있는 모양이다. ‘빨강색’이라면 부러졌다가도 곧추서는 ‘괴력의 안테나’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 집단 속에서 수 십 년을 살아온 그들은 이미 새로운 전파를 받아들일 능력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청취력과 언어독해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빨강색 과잉반응 중독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발언을 일부러 잘못 듣고 엉뚱한 소릴 하기도 했고, 남들은 다 잘 읽고 공감하는 멀쩡한 책이나 글을 읽고서도 전혀 엉뚱하고 해괴한 해석을 하며 열을 올리던 한심스런 전과(前過)를 많이 가지고 있다.

새로운 대표를 뽑는 작업에 한창인 한나라당이 젊고 활기찬 정당으로 거듭나기는커녕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늘어진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에 희망을 주는 정당은커녕 보청기로도 청력이 회복되지 않을 정도의 ‘경로정당’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젊고 귀 밝은 젊은 의원들마저 ‘경로정당’의 틀 속에서 동화되어 귀 어두운 ‘경로의원’들의 엉뚱한 발언에 브레이크를 걸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나라사람들은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수준을 한없이 낮춰 보는 데 대해 이제 질릴 대로 질려있음을 알아야 한다.

* 필자는 '좋은 글을 통해 우리를 생각하는 PEN21사이트( http://www.pen21.com/ ) 운영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6/13 [11:4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