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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좀 줄면 안돼? 웬 호들갑들인가!
[비나리의 초록공명]인구수 따지는 것은 극우파적 발상, 노동조건 따져야
 
우석훈   기사입력  2006/05/10 [11:39]
생태학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머리수 세기’와 다름없는데, 이것이 극단까지 간 게 수리생태학이다. P라고 부르는 population의 숫자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가지고 미분방정식을 사용하지 않고 이산형으로 푸는게 현재 가장 발달한 수리생태학의 기법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인구를 중요한 변수로 놓고 계산하는 것은 당연하기는 한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 인구에 대한 민감도가 심하기는 심한 것 같다. 물론 인구가 줄면 불편한 점도 생기기는 하는데, 사회 보장을 세대별 분산치에 연계시켜 놓은 연금보험의 경우는 문제가 분명 되기는 한다.
 
그런데 연금보험 때문에 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이것 때문에 인구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웃기기는 한다. 뭔가 다른 정책적 조절변수를 찾아야하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 좋은 일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학문은 현재로는 생태경제학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인구가 줄어들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물론 줄어드는 경로가 좋은 이유가 아니라서 내놓고 축하하기가 어렵지, 길게 보면 이것도 조절 메카니즘의 일종이다. 너무 인구가 너무 많아서 생겨나는 일이기도 하다.
 
스위스 사례를 얘기하면 멀쩡하게 공부한 사람들이 맨 처음 하는 얘기가 인구부터 물어본다. 물론 스위스는 작은 나라이기는 한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황당하게 작은 도시국가는 아니다. 국토는 남한 면적의 1/2 그리고 인구는 1/4이 조금 안 된다. 간단하게 인구밀도로 따지면 우리나라 인구 밀도의 절반 정도인 셈이다.
 
100년 전으로 시각을 돌리면 비슷한 인구밀도에서 고만고만한 나라 중의 하나였는데, 우리나라는 인구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했고, 스위스는 도시를 키우지 않고 도시화율을 높이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굳이 서울과 쮜리히를 비교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인구지표들이 말해주는 것은 그런 방식이다.
 
그런데 스위스가 못 사느냐?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1인당 국민소득으로 4만 5천불 정도 된다. 물론 스위스도 자기들은 한동안 경제위기라고 하기는 하는데, 고용문제도 심각하지 않고, 하여간 우리나라가 경제 문제라고 가지는 것들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약간 단순하게 밀도와 국토의 거주가능지역에 대한 비율들 같은 것만 놓고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인구가 너무 많기는 하다. 그래서 역으로 이 높아진 인구 때문에 경제가 왜곡되어있다고 말하는 것도 많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문제점을 높이는 것은 인구의 절대 숫자가 아니라 상대 비율의 경우이기는 하다.
 
우리나라의 인구증가율이 낮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낮아진 인구증가율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없도록 만들고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개인적 지불비용의 문제라는 점 때문이다. 이것을 돈을 주고 해결하겠다는 것은 또 앵무새 발상이다. 조금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은 맞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서 국가경쟁력이 훼손된다고 떠드는 것은 극우파적 발상이다. 인구수로 경제 운용하던 국방경제의 시절은 이미 한 세기 전에 끝났는데, 여전히 인구가 줄면 큰 일난다고 하는 것은 순전히 극우파적 발상이고, 군사패권주의적 생각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인구 좀 줄어도 된다. 늘어도 문제가 생기듯이 줄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는데, 이걸 인위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생각은 아니다.
 
경제적인 것 그렇게 좋아하는데, 따져놓고 계산하면 인구가 줄면 경제적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연구도 충분히 가능하고. 전부 놓고 계산해보면 경쟁력이 줄 것이라는 사전적 보장은 없다. 실업비용과 ‘택지개발’에 의해서 부등가 교환으로 돈 벌어가는 ‘토호유지 비용’ 같은 것을 계산에 다 집어넣으면 인구가 좀 줄면 우리나라도 좋아지고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곤란한 사람들은 지자체 공무원들인데, 현재 비전 2010이라는 지자체의 인구 계산을 다 모아놓으면 인구가 2배로 늘어난다. 인구가 줄어들 것을 염두에 두고 2010을 만든 지자체는 공교롭게도 서울 밖에 없다. 서울은 그 대신 “주간상주 인구”라는 변수를 엄청 강조했다. 서울시민은 줄어들 것이므로 이제 아파트 그만 지어도 되는 거 아니야? 아니, 천만의 말씀, 낮에 서울시에 살 사람들이 많아지므로 건물과 도로는 계속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런데 아파트도 지어야 해? 그래서 엄청나게 중요해진 변수가 1인당 주거면적이라는 변수가 서울시 2010에서는 핵심 변수가 된다.
 
인간이라 하면 최소한 10평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4인 가족에 40평, 이게 서울시 2010 계산에서 평균치로 사용하는 수치이다. 앞으로 그렇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 아파트도 짓고, 집도 지어야 하고, 도로도 늘려야 하고 말고, 밀어부치는 것이다.
 
인구가 줄면 연금에는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 때문에 인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이야기이기는 하다.
 
당장 문제가 생기는 당사자들은 인구 늘어나는 걸로 장미빛 건설 꿈을 부풀려놓은 지방공무원들이고, 그 다음은 그렇게 도로 건설과 택지공급으로 ‘국책사업’과 각종 개발공약을 벌려놓은 건설사들이다. 이 사람들은 인구가 주는 것도 안 되지만 일단은 더 이상 늘어날 전망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당장 사업에 치명타가 생길 수 있다.
 
인구 좀 늘어도 되고, 인구 좀 줄어도 경제의 대세에는 별 상관은 없다. 스위스의 수치를 약간 보수적으로 환산하면 남한 인구가 3,000만까지 줄더라도 국가 경쟁력이니 국가 생산성이니 하는 것과는 장기적 상관이 없다. 오히려 생태적 조건과 노동 조건들이 좋아질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인구 좀 준다고 육아수당이라고 주겠다고 큰소리치는 발상은 건설주의적 발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팽창주의적 극우파 발상이기도 하다.
 
아니, 환경문제니 후생보장과 관련된 복지 문제 할 때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가 없다”고 시치미 뚝 떼던 공무원들이 갑자기 인구 줄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왜 이렇게들 난리를 치는가?
 
게다가 인구가 줄면 경쟁력이 준다고 강변하는 것은 생태계의 동물 중에는 이렇게 못된 발상을 하는 동물이 없어서 차마 예를 들 수 있는 동물이 없다.
 
출산률이 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출산률이 줄어든 이유에 해당하는 ‘악’이 지금 출산율을 걱정하면서 인위적으로 뭔가 걱정하는 바로 그 세력이라는 데에 문제이다.
 
단기적으로는 인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하는 순간에 바로 예산이 줄어들게 될 그 ‘악의 세력들’이 호들갑의 원천이고, 그 악에 붙어먹는 기생충들이 숙주가 죽으면 안 되기 때문에 방방거리는 것이 ‘인구와 국가경쟁력 담론’의 실체인 것 같다.
 
<반지의 제왕> 톨킨스의 언어를 빌리자면 “반지가 만드는 공포”이기도 하고 “오탕크의 돌을 본 사람들”이기도 하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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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10 [11: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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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2009/12/22 [08:54] 수정 | 삭제
  • 너는 눈이 머리통에 달렸냐? 뭐든 맘에 안드는 말만 들으면 여자가 어쩌구.. 저런 것들 낳고 키운 엄마도 처벌 받아야해.. 우째 아들 자식을 개로 만드냔 말이다..
  • 크크 2006/05/10 [22:01] 수정 | 삭제
  • 노처녀 히스네리
  • 인구론 2006/05/10 [15:35]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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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인구는 1800만으로 줄어야 산다.

    썩어빠진 인구 바글바글 논리는 살인적 독재 관념이다.

    위 주소 자유게시판에 논단이 실렸습니다.
  • 옳소 2006/05/10 [14:50] 수정 | 삭제
  • 어차피 인구 많아도 산업구조상(노동집약->기술집약) 고용으로 다 채우지도 못합니다. 실업율 두자리 수 나라가 되느니, 그냥 적은 인구로 오밀조밀 삽시다
  • 독자 2006/05/10 [12:07] 수정 | 삭제
  • 무지공감합니다.
    사실상 이 나라를 끌어가는 극우파들은 지들이 원하는대로 간단히
    사람들이 다 따라주길 바라나본데..착각이죠.
    그들이 서민들을 위해 무슨일을 했죠?
    전 개인적으로..현재의 상황이 나아지기전에는 출산율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전반적으로 서민들에게 닥친 상황은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으니깐...더 떨어져야 하는게 정.상.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