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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터게이트' 사건과 DJ 정부의 도청
[논단] 호남표에 눈먼 도청처벌 둘러싼 정치사술, 인권유린 비판 앞서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5/11/25 [02:03]

 정치권이 도청처벌을 둘러싸고 더러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김대중 정권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두 사람을 도청혐의로 구속하자 DJ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무모하고 무도한 일이라고 말이다. 여기에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영장청구는 지나쳤다고 대응했고 열린우리당은 구속수사는 부당하다는 논평을 냈다. 언뜻 보면 정치권이 검찰수사에 대항하여 단일전선을 형성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속내는 호남지역의 표를 분주하게 계산하는 저열한 정치사술(詐術)이 깔려있다.
 
 국정원 차장을 지낸 김성은씨의 법정진술과 수사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체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도청을 자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관계 고위인사, 언론인, 경제인 등 무려 1800여명의 각계인사를 도청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전직 대통령, 집권당의 실세,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 후보예정자, 정권비판자까지 들어있다. 그것도 국정원 감청부서인 제8국이 감청팀을 3교대로 운영하면서 24시간 상시적으로 휴대전화를 불법적으로 도청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임동원, 신건 전임 국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것을 받아들였다. 도청에 주도적으로 개입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도청행위는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며 영장청구는 정당한 사법적 절차이다. 구속적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벌떼처럼 일어나 검찰을 공격하며 인권을 짓밟은 도청행위를 감싸고 있다. 거기에 힘을 얻었는지 당사자들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도청은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반인권적 행위다. 도청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을 기만하려는 정치공작 일 것이다. 이런 중죄는 법률적 차원을 넘어 국민적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치권이 구속불가를 주장함으로써 검찰과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하려고 덤벼들고 있다. 그것도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가소로운 소리까지 하면서 말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사람들이 멋대로 헌정질서를 문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DJ를 면담한 자리에서 이런저런 덕담이 오간 모양이다. 그 가운데 여러분은 나의 정치적 후계자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은 얼씨구나 좋다며 춤을 췄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판에 호남민심을 끌어안을 호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이 우리가 DJ의 진짜 적자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다음 선거에서 DJ를 지렛대 삼아 호남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DJ정권의 도덕성에 먹칠하는 일이 터졌으니 서로 앞장서 그를 감싸려고 안달이다.
 
 도청사건하면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떠올린다. 1972년 6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비밀공작반이 워싱턴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이 사건을 민주당이 입주해 있던 건물 이름을 따서 워터게이트라고 부른다. 보기에 따라서는 무단주거침입에 해당하는 단순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백악관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졌다. 1974년 8월 하원 사법위원회는 대통령탄핵을 결의하고 닉슨은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말았다.
 
 DJ가 도청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필칭 인권대통령임을 자랑한 그의 휘하에서 도청이 조직적으로 자행됐다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 사건을 워터게이트와 비교하면 대통령이 백번도 사임하고 남을 일이다. 그 엄청난 도청내용을 어떤 목적으로든지 사용했을 테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국민의 사생활을 유리알처럼 드려다 보고 있었으니 조지 오웰의 '빅 브러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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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1/25 [02: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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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05/11/25 [10:10] 수정 | 삭제
  • 세계 어느나라든 도청과 감청을 안하고 있는 정보기관이 있나요?
    애셜론으로 대표되는 전세계적인 도감청 능력을 보유한
    미국의 경우 도청을 문제로 CIA나 FBI 총 책임자가 구속되는것 보셨나요?
    그보다 미국의 도감청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이처럼 까발려지는 경우가 있었나요?
    대신 우리나라의 도감청 수준이며 기법은 대충 까발려졌습니다.
    이런 바보같은 나라가 어디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