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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보다 더 비싼 세금물리는 농지
[시론] 부자는 골프공화국 만세 함성, 농민은 비싼 세금에 허리가 휘어
 
김영호   기사입력  2005/11/05 [02:43]

 가을걷이하는 농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밤낮을 잊고 비바람을 맞으며 들녘을 지켜왔건만 쌀값이 뚝뚝 떨어진다. 추곡수매제가 없어져 쌀값이 떨어지더니 수입쌀이 시판된다고 또 떨어진다. 늘어나느니 빚 밖에 없어 탄식이 절로 난다. 한해 농사를 헛지었구나 싶은데 그 땅에 물리는 세금마저 늘어만 간다. 그것도 부자들이 신선놀음을 벌이는 골프장보다 더 나오니 허탈하기만 하다.

 수도권에서 잘 나가는 골프장 회원권은 10억원대에 이른다. 골프를 한번 치려면 이용료만도 한 사람 앞에 보통 20만원 꼴로 나간다. 그것도 사람이 몰려 연일 만원사례를 외치는 호황이다. 그런데 일년 내내 농사를 지어봤자 논 한 마지기에서 소출이 3가마가 될까 말까한다. 웬 일인지 토지분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보니 세금이 크게 올랐다. 어찌 논밭이 골프장보다 세금을 더 내야하는지 모를 일이다.
 
▲ 여유있는 사람들의 즐기는 골프장은 공시지가가 거북이 처럼 오르고, 벼랑끝에 몰린 농민의 농지는 천정부지로 공시지가가 오르고 있다. 이 기막힌 모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CBS 보도국 류승일기자

 경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에 있는 어느 골프장의 공시지가는 1㎡당 7만9,000원으로 작년보다 8.22%, 6,000원이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인근에 도로도 없는 논의 공시지가는 24만원으로 3배 이상 비싸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17만원이었는데 올해는 41.2%, 7만원이나 한꺼번에 올렸다고 한다. 실정은 용인시 관내 25개 골프장 공시지가와 주변 농지의 그것과 차이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광주지역도 마찬가지다. 관내 전체 골프장의 공시지가 평균 인상률은 11%인데 농지는 3배가 넘는 35%에 달한다. 지목별 인상률을 보더라도 밭 34.7%, 논 36.4%로 골프장뿐만 아니라 대지의 24.3%보다 높다. 농지는 농지법에 따라 이용 및 거래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투자이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농지를 누가 사들인다고 공시지가를 해마다 올리는지 모르겠다.

 공시지가는 건설교통부가 재산세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매기는 땅값이다. 건교부가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산정해 시-군에 통지하면 지자체는 여기에 맞춰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할 뿐이다. 건교부가 골프장의 공시지가를 낮춰 산정하니까 이런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자체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달라고 건의하지만 번번이 묵살된다고 한다.

 여기에다 정부가 지난 1월 지방세법을 개정하면서 골프장의 토지세율을 과세표준액의 5%에서 4%로 낮춰줬다. 또 건축물세율도 5%에서 4%로 인하해줬다. 세율을 인하해줬으니 공시지가를 10%쯤 올려봤자 세금이 거의 늘지 않는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토지관련세금을 모두 올리면서 왜 골프장에만 특혜를 주는지 석연치 않다. 골프장을 특수토지로 간주해서 공시지가를 산정한다는 특수토지위원회는 무엇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골프장 땅값이 농지보다 싸다는 항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농지를 불법적으로 매입해서 골프장을 짓겠는가? 농지를 멋대로 전용하지만 처벌한다는 소리도 듣지 못한다. 골프공화국 만만세 함성에 적자영농에 짓눌린 농민은 무거운 세금에 허리가 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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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1/05 [02: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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