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협의회 회원인 여고생 고아무개(18)씨가 "여성도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군복 입은 모습에 반해 커서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어왔다고 하는데 현재의 병역법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성에게만 자원을 허용해 간부로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싶은 그녀에게는 역차별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고씨의 청구서를 대신 작성해 주었다는 이경수 한국남성협의회 회장은 ‘90년대 말 군가산점 폐지 이후 남성들은 역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현재 고시를 포함한 취직에서 여성이 우위를 점하게 된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남녀 모두 공동징집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단다.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심정인 모양인데 마침 ‘입고 싶었던 멋진 군복을 입고 나도 당해주겠다’고 나선 사람을 만난 것이다.
참고로 한국남성협의회는 남성부의 신설을 요구하며 지난 2003년 1월 "여성부는 성대결을 조장하고 위화감만 조성하는 조직"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고 ‘성매매금지특별법은 남성의 신체 자유와 행복 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특별법 폐지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자도 군에 가라는 남성들의 불만의 밑바닥에는 남자도 징집 당하는 것이 싫다는 군에 대한 두려움, 기피심리가 있다. 비록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가 재미있는 추억거리로 남게 될지라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군입대를 요리조리 피했던 ‘신의 아들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들은 커다란 국가권력에는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이제야 겨우 양성평등을 주장할 정도로 힘이 생긴 여성들을 끌고 들어감으로써 남녀 모두 갇힌 수렁 속에서 확실한 포기를 통해 위안을 얻으려고 한다. ‘너도 갇히고 나도 갇혔으니 이제 됐어.’ 그러나 지혜로운 남성이라면 그들의 불만과 두려움이 애초에 ‘강제징집’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지 여성 강제징집으로 해소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강제징집제도... 그것이 문제의 본질 아닌가.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병역법중개정법률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는 여성이 지원에 한해 현역 간부로만 군에 입대할 수 있지만 지원에 의해 현역, 보충역, 예비역 국방의 의무를 가능케 히겠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일단 여성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의미에서 송영선의원의 개정안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여성들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처럼 머지않은 시일에 남성들에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를 희망한다. ‘내가 선택했으니 너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래.’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은 ‘내가 끌려왔으니 너도 끌려와야 해/ 네가 끌려갔으니 나도 끌려갈게’라고 말하는 유아적인 양성평등 주장보다 훨씬 나은 게 아닌가? 선택, 지원, 적합한 보상. 이것은 강제, 징집, 낮은 보상에서 비롯되는 많은 복잡한 문제를 의외로 쉽게 해결해 줄 것이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여성 징집이 아니라 대체복무제, 양심적 병역거부, 남북 평화공존의식의 확대, 모병제 등이 되어야 한다. * 필자는 양성평등에 힘쓰는 한의사입니다. * 본문은 <우먼타임즈>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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