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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폭등, 폭탄’ 이게 부동산 기사야?
[시론] 정부 부동산대책 무력화위해 서민과 강북까지 악용하는 조선일보
 
이태경   기사입력  2005/08/25 [14:12]

〈조선일보〉, 8.31대책을 정조준하다.

〔8.31 부동산대책…다가오는 ‘세금폭탄’〕
〈상〉어디가 얼마나 오를까, 〔8.31 부동산대책…〕
〈하〉애꿎은 피해자 쏟아진다

위에 인용한 문구들은 8월 23일과 24일 〈조선일보〉에 각각 게재된 기사의 제목이다. 제목부터 벌써 예사롭지 않다. 〈조선일보〉의 주장을 보다 분명히 알기 위해서 다소 길더라도 기사의 일부를 직접 인용해 보자!

먼저 8월 23일 자 기사 중 일부이다.

… ◆ 취득·등록세, 비(非)강남도 25% 이상 증가=취득·등록세 부과 기준이 현행 기준시가에서 내년부터 실거래가로 바뀐다. 이 경우 서울 강남권과 분당 등의 주택거래신고지역 아파트는 세금이 늘지 않는다. 주택거래신고지역은 이미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취득·등록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거래신고지역이 아닌 서울 강북 지역과 대부분 지방은 과세 기준이 바뀜에 따라 세 부담이 올해보다 최소 25% 늘어난다.

▲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무차별 '세금폭탄'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8월 23일자 <조선일보>     © 조선일보 pdf


예컨대 현재 실거래가격이 4억원인 서울 성북구 길음동 B아파트(43평형)는 올해 구입하면 취득·등록세가 1264만원(기준시가의 4%)이지만, 내년부터는 1600만원으로 세금이 26.5% 늘어난다. 또한 이 아파트는 보유세 실효세율(실거래가에서 차지하는 실질 세금 비중)이 1%로 인상되는 2009년에는 올해보다 3배나 많은 40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 ◆ 보유세, 내년부터 1가구1주택자도 40%까지 증가=정부·여당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기준을 9억원(기준시가)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나대지는 6억원에서 3억~4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전년에 낸 세액보다 최대 1.5배까지 올리지 못하도록 한 보유세액 증가 상한선이 폐지되면 일부 주택보유자들은 세액이 곧바로 2배 이상 증가한다. 내년부터는 1가구1주택자도 보유세 폭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현재 기준시가(토지는 공시지가) 대비 50% 수준인 보유세 과표 적용률이 내년에 70%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당정은 또 보유세 과표 적용률을 2009년까지 10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 보유세 과표 적용률이 50%에서 70%로 오를 경우, 1가구1주택을 포함한 모든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올해보다 40% 오르게 된다. 과표 적용률이 100%가 되면 보유세 부담은 올해의 2배로 급증한다.

이번에는 8월 24일자 기사 중 일부이다.

… ◆ 주택대출 많은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

강남·분당 등 집값 급등 지역에 거주하는 중산층 1주택자들의 경우 거액 자산가들과는 달리, 보유세 등 급등하는 세금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택의 호가(呼價)가 많이 뛰었지만 실제로는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수억원의 빚을 내 이주한 사람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빚 부담에 세금 부담까지 겹치게 되면 이들 중 상당수는 집을 내놓고 이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집을 팔려고 해도 막막하다. 양도소득세를 물게 되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금 때문에 주택재산 원본을 까먹는 셈이다.

… ◆ 세입자 월세 부담도 늘 듯

강남·분당·목동 등 인기 지역의 전·월세 세입자들도 이번 대책으로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전례에 비추어,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월세 등의 형태로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지역들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훨씬 많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어서 세입자들은 불리한 입장에서 오른 집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

▲ 세입자 부담증가, 애꿎은 피해자 등 종부설을 보도한 8월 24일자 <조선일보>     © 조선일보 pdf

… ◆ 1가구2주택자 被害, 불가피할 듯

정부가 양도소득세율을 60%로 올릴 방침인 1가구2주택자 중에서 적지 않은 피해자가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이사, 전근, 부모 공양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자가 된 사람들은 최대한 구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2주택자들에게 2년 정도 집을 팔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줄 방침이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투기지역 내에서도 집 2채 가격을 합쳐봐야 1억~3억원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투기꾼으로 몰아 양도세를 중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방의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은 집을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아 유예기간내에 처분하지 못해 결국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정부가 부동산의 취득, 보유, 처분 등의 전 과정에 무차별적으로 세금폭탄을 퍼부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결국 그로 인한 피해자는 서민들이 될 것이다 라고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위의 기사를 읽다보면〈조선일보〉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언제나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의 이익을 옹호한다고 알려진〈조선일보〉가 의외로 강북시민들과 서민들을 위하는 마음이 애틋하다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나면 이런 생각은 씻은 듯이 사라질 것이다.

〈조선일보〉의 무지인가? 의도적 왜곡인가?

위의 기사에서〈조선일보〉가 범하고 있는 잘못들을 조목조목 지적해보겠다.

첫째, 〈조선일보〉는 주택을 기준으로 할 때 종부세 과세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에 적용되는 과표 및 세율이 판이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예컨대 8월 23일자 기사에서 “ 현재 실거래가격이 4억원인 서울 성북구 길음동 B아파트(43평형)는 … 또한 이 아파트는 보유세 실효세율(실거래가에서 차지하는 실질 세금 비중)이 1%로 인상되는 2009년에는 올해보다 3배나 많은 40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라는 부분이 대표적인데.〈조선일보〉기사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종부세 대상 주택은 정부안 대로 개정되더라도 6억원(기준시가)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기준시가도 아니고 실거래가격이 4억원에 불과한 아파트를 종부세 부과 대상으로 취급해서 향후 납부할 보유세가 폭증할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아마도 이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닌 저가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서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미 정부는 종부세 대상이 아닌 저가주택들에 대해서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재산세 과표를 현행 기준시가 50%에서 5%포인트씩 점차 올려 2015년까지 100%에 이르게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현재 재산세 세율 체계도 기준시가의 50%만 과표로 잡아 4000만원 이하는 0.15%, 4000만~1억원 0.3%, 1억원 초과분은 0.5%의 누진체계로 되어 있고 이는 향후에도 유지될 전망임을 감안하면 서민들의 보유세 부담은 생각만큼 과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대목은 기준시가는 시가의 60% -정부 주장으로는 70~80%-정도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가가 아닌 기준시가로 과표를 정하기 때문에 세 부담은 그만큼 경감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조선일보〉는 “강남, 분당 등 집값 급등 지역에 거주하는 중산층 1주택자들의 경우 거액 자산가들과는 달리, 보유세 등 급등하는 세금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경로효친 정신(?)이 투철한 〈조선일보〉는 “강남 지역 등에 아파트 1채만 달랑 갖고 있는 50~60대 은퇴 생활자들”에 대한 염려를 잊지 않고 있다.

물론 강남 벨트와 분당 등지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대출을 얻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실수요 차원에서 집 한 채만을 소유하고 있는 중산층일 것이다. 집값 급등으로 말미암아 상당수가 종부세 부과대상이 된 이들의 입장에서는 정서상 억울하다고 느낄 법도 하다.

그렇지만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하여 평당 20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의 아파트 가격이 형성된 것은 그만큼 집값에 엄청난 규모의 거품이 끼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국민경제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적어도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실효세율 상향은 불가피한 것이고, 향후 거품이 빠지고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면 보유세 부담도 저절로 줄어들테니 너무 근심하지 마시라!

또한 은퇴 생활자들에 대한 〈조선일보〉의 배려는 갸륵하지만, 그리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10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를 달랑(?) 한 채씩 소유하고 있는 은퇴생활자들이 정기적인 수입이 없을까도 의문이지만, 그 무서운 보유세를 부담하면서 굳이 강남에 살겠다고 하는 선택을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할 일은. 은퇴 생활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그 대금으로 용인 같이 공기 좋은 곳에 주거를 마련하여 여생을 편안히 보내시라고 권면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셋째, 〈조선일보〉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월세 등의 형태로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강남, 분당, 목동 등 인기 지역의 전,월세 세입자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다. 〈조선일보〉의 염려가 현실이 되더라도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고가주택들이 밀집한 강남, 분당, 목동 등지만 보유세 전가 문제가 발생할 것인데, 이러한 전가가 전, 월세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마침 정부에서 중대형 임대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하니 보유세 전가에 따른 전, 월세 가격 상승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 싶다.

넷째,〈조선일보〉는 1가구 2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로 말미암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방의 경우 투기지역 내에서도 집 2채 가격을 합쳐봐야 1억~3억원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투기꾼으로 몰아 양도세를 중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방의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은 집을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아 유예기간 내에 처분하지 못해 결국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조선일보〉에게 묻겠다. 양도소득세가 주택 등을 매도할 때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과세하는 세금인가? 양도소득세는 말 그대로 많건 적건 주택 등의 매수가격 보다 매도가격이 클 때 그 차액에 대해서 부과하는 세금이다.

따라서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필요경비 등을 공제한 양도차액 전부에 대해서 과세한다고 하더라도 매도인 입장에서 손해 보는 것은 거의 없는 셈이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불구하고〈조선일보〉는 무슨 까닭에 1가구 2주택자들 가운데 피해자가 다수 나올 것이라는 허황된 주장을 하는가?

아울러 정부에서도 1가구 2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방침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1가구 2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시기를 2년으로 하고, 이사, 전근, 부모 공양 등의 여러 가지 예외 사유에 대해서 구제하겠다는 이야기가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모양인데 이는 결코 안 될 일이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에 한 가지 충고를 하겠다. 〈조선일보〉가 부동산 부자들을 옹호하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설득력 있는 사례를 드는 것이 좋겠다.

〈조선일보〉가 8월 24일자로 든 사례 중 「1주택자 A씨가 대출이자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 경우 손익계산서」를 보면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조선일보〉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 31평형을 2005년 7월, 금 7억원에 취득한 사람이 대출이자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이를 팔아 손해를 보는 경우를 들고 있는데 무슨 중개수수료가 700만원이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서울특별시 부동산중개수수료 및 실비의 기준과 한도 등에 관한 조례」를 보면 매매가 6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인 경우 법정중개수수료의 한도는 매매인 경우 0.2~0.9%내에서 중개의뢰인과 중개업자간의 상호계약에 따라 결정하도록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조례만 보더라도〈조선일보〉가 정부의 8.31대책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얼마나 극단적인 사례를 상정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조선일보〉, 서민과 강북 얘기는 이제 그만

〈조선일보〉가 정부의 8.31대책을 대폭 후퇴시키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 ‘서민’과 ‘강북’이다. 그런데 이는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철저히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조선일보〉가 ‘서민’과 ‘강북’을 빙자해서 옹호하려고 하는 부동산 부자들-종부세 과세 대상-은 올해 6만명 안팎에 불과하고 세대별 합산과세 등이 이루어지는 내년에도 약 17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한 줌도 되지 않는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서 ‘서민’과 ‘강북’을 이용하는 것은 이것으로 족하다. 〈조선일보〉는 이제라도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서 ‘서민’과 ‘강북’을 방패막이 삼는 일을 그쳐야 할 것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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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25 [14: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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