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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유무기화에 대책은 있는가
[김영호 칼럼] 석유전쟁 위기에 무대책, 저소비형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5/07/19 [18:08]

 국제유가는 북반구에 난방수요가 몰린 겨울에 오른다. 그런데 올해는 한 여름에 급등을 거듭하더니 60달러선에 근접했다. 1배럴당 30~40달러를 유지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말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산유국의 정변과 같은 돌발적 사태에 따른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현상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정부는 위기의식도 없이 무대책-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가급등의 원인은 브릭스 4국(BRICs :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증가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유가급등에 불을 지폈다. 중국은 2002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의 소비국으로 떠올라 하루 640만 배럴을 쓴다. 지난해 소비가 11%나 늘어 세계증가율 1.9%보다 5배 이상 높다. 이어 러시아가 250만 배럴, 인구 10억의 인도가 그 뒤를 이어 220만 배럴을 소비한다. 여기에 브라질, 베트남이 가세하고 있다. 

 시장이 급변하자 미국이 비축유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2년 11월 5억9000만배럴이었는데 최근에는 6억5900만배럴로 늘렸다. 내년 여름까지는 7억배럴을 채운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하루 2000만배럴을 소비하는데 그 중 절반은 수입한다. 그런데 한국은 1일 소비량 230만 배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이나 수입량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3위다. 또 소비량은 세계 6위다. 이것은 경제규모에 비해 석유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한다는 소리다.

 한국은 에너지의 97.1%를 해외에 의존한다. 석유위기가 일어나면 직격탄을 맞는다는 뜻이다. 비산유국의 에너지정책은 수요관리가 최선이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저소비형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집중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당장 에너지 낭비형 생활구조부터 절약형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권이 그 같은 노력을 방기하여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흥청망청 쓰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생활주변에 낭비적 요소가 너무 많다. 먼저 소비수요의 21.1%를 차지한 수송용, 21.4%를 차지한 가정-상업용부터 절약해야 한다. 당장 승용차 10부제를 실시해야 하나 미루기만 한다. 이것은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교통체증 완화, 대기오염 감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카풀제와 대중교통의 확충이 절실하다. 불필요한 옥외광고와 옥외등도 규제해야 한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은 운전자의 시각을 교란하여 교통장애의 원인이 된다.

 초고유가 시대를 맞아 원자력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독일은 그 반대로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도 금년까지 2000년 기준으로 9.6% 감축한다는 계획 아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있다. 그 방안을 수요관리에서 찾고 있다. 연비가 높고 가스 배출이 적은 자동차에 조세혜택을 준다. 난방관리도 강화해서 에너지를 많이 쓰면 조세상 불이익을 가한다. 태양열,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한편 저소비-고효율의 소비구조로 석유고갈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일본도 1, 2차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 과소비형 경제구조를 고효율-저소비형으로 전환했다. 석유위기에도 충격을 흡수할 여력을 갖춘 셈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지난 30년간 에너지 효율화를 외면하여 위기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대기오염을 감축하여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중과세를 통해 에너지 다소비형 생활구조-산업구조에 서둘러 뜯어고쳐야 한다.    

 국제유가가 1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연간 8억달러의 추가부담이 발생한다. 유가인상은 연관산업-제품에 대한 파급영향이 막대하여 경제전반에 치명타를 준다.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석유전쟁을 벌이고 있다. 석유무기화에 대비하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 본지고문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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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7/19 [18: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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