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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성 말살 행위, 남북 평화 되새겨야
[서평] 스티븐 갤러웨어의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김철관   기사입력  2015/02/15 [11:47]
▲ 표지     © 문학동네


포탄과 피로 얼룩진 전쟁의 참혹성이라는 이면에 인간의 존엄성과 평화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로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이고, 전쟁의 위험성이 항상 도살이고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지인이 한반도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라고 건넸기 때문이다. 

캐나다 출신 소설가 스티븐 갤러웨이의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문학동네, 2008년 12월)는 지난 1992년 4월 5일부터 1996년 2월 29일까지 지속된 보스니아 내전에서 점령군들이 사라예보에서 잔인하게 행했던 실화를 픽션화했다. 포탄과 피로 얼룩진 도시 사라예보에서 일어난 3주간의 격정적인 실화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애로, 드라간, 케난 등 세 주인공은 서로 다른 캐릭터로, 소설 내용에서 서로 엮여있지 않다. 함께 공존하지도 않는다. 포탄이 떨어지는 내전 상황 속에 주인공들은 각자 영역에서 사람을 죽이는 끔직한 전쟁이라는 아픔을 경험한다. 

애로는 젊은 여성저격수로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첼로를 연주하는 첼리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을 살핀다. 죽은 이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거리로 나선 첼리스트와 그를 죽이려는 적으로 부터 그를 엄호하는 여성저격수. 이어 첼리스트의 진혼의 선율이 펼쳐진다. 목격한 22명의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22일 동안 연주를 하는 첼리스트의 보호 임무를 맡은 애로는 그의 아름다운 선율에 진한 감동을 받는다. 

케난은 전기가 끊기고 물이 끊긴 상황에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는 삼엄하고 엄중한 전쟁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가족이 마실 물을 찾아 물병을 싣는다. 옆집에 살았지만 평소 잘 통하지는 않는 옆집 노인의 물병도 함께 싣는다. 전쟁 통해 약자를 배려한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집 밖을 나가 다리를 건너면서 총탄에 죽은 사람들을 목격했고, 평상시 같으면 금방 길러올 물을, 거리의 총탄을 피해 빙빙 돌아가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드라간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아내와 아들을 인근 국기로 도피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도시 속에 혼자 살며 저격수들에게 살해당하는 끔직한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한 사람이다. 

이 세 사람 주인공은 서로 인연도 없고 얽히는 일이 없다. 각 자의 영역에서 소설이 전개 된다. 즉 애로 이야기, 케난 이야기, 드라간 이야기 등으로 주제를 달리해 서로 다르기 존재한다. 다만 무섭고 광기 어린 전쟁 상황이라는 것만은 이들에게는 공통점이다. 

사라예보는 전쟁을 하는 전선이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을 하는 사람들의 도시이다. 하지만 폭탄으로 사람이 죽고 집이 폐허가 되고, 저격수의 방아쇠에 목숨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의 공포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절망의 도시 사라예보는 이전에 존재했던 인간성이 메말라 간다. 알던 사람도 서로를 의심하고, 말도 잘 건네지 않은 삭막한 그 자체라고 할까. 

이 소설 속의 사라예보는 작가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곳이다. 실제 도시와 그곳 사람들의 작은 일부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허구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듯하다. 전쟁의 야만성과 이를 치유하는 음악의 힘, 평소 평탄하지만 깨지기 쉬운 평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한다. 특히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다. 

실제 1992년 5월 27일 오후 4시, 사라예보 점령기간 동안 세르비아 민병대가 발사한 여러 개의 박격 포탄이 바세 미스카나에 있는 시장뒤 쪽에서 빵을 사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덮쳤다. 22명이 사망하고 최소 70여명이 다쳤다. 이튿날부터 22일 동안 저명한 현지 첼리스트 베르란 스마일로비치는 죽은 자들을 기리기 위해 그 장소에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했다. 저자는 이런 행동이 소설의 영감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하는 스마일로비치를 첼리스트라는 인물을 모태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긴 도시 점령으로 기록된 보스니아 내전 ‘사라예보 점령’은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지속된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1만 명가량이 사망했고, 5만 60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하루 평균 329개의 포탄이 도시에 떨어졌고, 1993년 7월 22일 3777개가 떨어져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 사라예보는 약 50만인구가 살았고, 도시에서 1만 채 이상의 아파트가 파괴됐고, 10만 채가 훼손됐다. 전체 건물의 23%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그보다 많은 64%가 일부 훼손됐다. 내전으로 보스니아 세르비아군대의 지휘관 라도반 카리지차와 라트코 믈라디치는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 의해 전시범죄, 대량학살, 반인류범죄 등의 죄목으로 기소 당했다. 

저자 스티븐 갤러웨이는 72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나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자랐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오브 카리부와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수학했다. 소설 < 피니 월시 >, < 상승 > 등이 있고 <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는 지난 2008년 출간돼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20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현재 그는 사이먼 프레이저대학과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우달임은 경희대 영문학과와 동대학원 영문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 아주 작은 시작이란 없다 >, < 지구의 중심에서 >, < 펠리시다 >, < 체실 비치에서 >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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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2/15 [11: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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