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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선, 우고 차베스 당선
2019년까지 집권, 사회주의 혁명·라틴아메리카 통합 힘 실려
 
김새롬   기사입력  2012/10/09 [13:36]
7일 치러진 베네수엘라볼리바르공화국(Republica bolivariana de venezuela, 이하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우고 차베스 현 대통령이 반정부야당연합 후보인 엔리께 까쁘릴레스 전 미란다주 주지사를 누르고 당선됐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99% 진행된 결과 차베스 대통령이 54.6% 엔리께 후보가 44.7%를 기록하여 차베스 대통령이 당선 됐다고 밝혔다. 엔리께 후보도 즉각 패배를 인정했다. 투표율은 81%로 일부 야당이 선거에 불참한 06년 대선 투표율(74%) 보다 높았다.

이로서 차베스 대통령은 3선연임에 성공했다.(제4공화국까지 합치면 4선인데 우리 언론은 모두 4선연임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임기는 2019년까지로 확대 되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2005년에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집권해야 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사실상 실현되었다.

▲ 3선에 성공한 차베스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blog.daum.net/21cleadership

이번 선거는 차베스 대통령과 '반차베스 야당연합'이 1 : 1로 맞붙은 치열한 선거전이었다. 까쁘릴레스 후보는 26세에 정계에 입문한 뒤 하원의원-바루따시장-미란다주지사까지 선거 불패 기록을 이어오고 있었으며 차베스 대통령도 본인이 출마한 선거에서는 패배한 적이 없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2006년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시도 했으나 미국이 지원한 과떼말라와 경합 끝에 포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베네수엘라를 막기 위해 미국은 과떼말라를 전폭적으로 지원 했고 결국 두 나라 모두 포기하고 빠나마를 공동 지지 하면서 인단락 된 적이 있다. 이 때가 차베스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기지 못한 선거가 되었다. 이후 07년 개헌이 부결된 것이 현재까지 선거에서의 유일한 패배로 남아 있다.

공수부대 중령이었던 차베스는 신자유주의를 추진한 정권에 반발하여 92년 쿠데타를 시도 했다. 일부 주와 도시들을 점령하기는 했지만 수도인 까라까스 장악에 실패하여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차베스틑 TV연설을 통해 쿠데타 실패를 인정하고 자신이 책임 지겠다고 선언했다.

비록 쿠데타는 실패 했지만 이 TV연설을 통해 인민들은 차베스가 지향하는 바(볼리바리안 혁명)를 알게 됐으며 그의 책임지는 자세를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론의 지지를 받는 차베스는 2년만에 사면받게 된다.

이후 차베스는 쿠데타 대신 선거를 통해 집권하기로 하고 제5공화국운동(M5R)을 만들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M5R은 AD와 COPEI가 번갈아가며 집권하는 정치상황을 종식하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모든 정치세력이 통합된 느슨한 정당이었다.(이후 혁명 과정에서 일부가 이탈했으며 새로 정당을 만들었다.)

차베스는 98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으나 의회가 발목을 잡아 각료 임명과 정책 추진이 어렵게 됐다. 새로운 집권세력에 기존 정치세력이 반발하는 과정으로 우리나라의 98년이나 03년(탄핵) 보다 사정은 더 심각했다.

이에 차베스는 제헌의회 구성을 통한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기존의 제4공화국 질서를 모두 폐기하고 새로이 제5공화국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제헌의회 선거는 법원에 의해 인정되었고 99년 제헌의회 선거를 통해 새롭게 의회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행정부솨 사법부 등 국가의 모든기관이 새롭게 구성되었다.

차베스는 제5공화국 첫번째 대통령 선거인 2000년 압도적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제5공화국을 기준으로 한다면 06년에 이어 이번에 당선된것은 3선이 맞다. 만약 베네수엘라 헌법에 대통령 연임제한 규정이 있다면 3선이냐 4선이냐는 중요한 것이므로 제5공화국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제헌의회가 구성되자 의회를 장악한 여권의 갈등이 발생했다. 정권교체와 제헌의회 구성을 위해 모인 다양한 세력들의 이합집산은 불가피했다. 이에 차베스 대통령은 헌법에 보장된 비상대권을 통해 49개의 개혁입법안을 마련하여 본격적인 혁명이 시작되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단순히 정권교체를 하고 개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제헌의회를 구성하여 극가의 모든것을 새롭게 구성했다. 헌법과 국호는 물론 국기까지 바뀌었다. 이는 혁명이다. 선거를 통해 비폭력적이며 합법적인 혁명의 사례를 만든 것이다. 05년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21세기 사회주의'를 선언하며 혁명의 과정이 사회주의 혁명임을 확정 지었다.

물론 '반혁명'은 여기에도 있었다.

02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뻬데우베에세아)는 총파업을 했다. 정부의 PDVSA 개혁에 반발하여 총파업을 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5위의 산유국으로 석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PDVSA는 기존정치세력과 미국을 비롯한 외국기업과 유착되어 부패한 기관이다.

필자보다 먼저 베네수엘라 연구를 시작한 임승수 씨는 좌파 대통령이 집권했는데 노조가 총파업을 한다고 하여 의아해 베네수엘라에 관심갖게 되었다고 한다. 차베스는 이 파업을 노동자와 민중의 힘으로 이겨내 결국 PDVSA 장악에 성공한다.

비슷한 시기 군부에서 쿠데타를 시도했다. 이때 차베스 대통령은 억류되었고 쿠데타군은 대통령궁을 장악했다. 그러자 인민들은 거리로 나와 대통령궁을 애워싸고 군부의 젊은군인들이 반쿠데타를 성공하자 차베스 대통령은 귀환했다. 미국이 연계된 이 쿠데타 실패 후 쿠데타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심지어 미국의 원로 정치인은 테러를 공공연히 언급 하기도 했다.

'반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득권노조의 총파업과 군부의 쿠데타까지 실패하자 그들이 선택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수환투표혔다. 이 때 부터 이들은 선거를 통한 도전을 시작했다.(이후 개헌 투표에서 1번 승리 한 적이 있다.) 이번 대선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 04년 대통령 소환투표를 앞두고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 club.cyworld.com/chamworld

2004년 8월 15일 치러진 대통령 수환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었다. 이렇게 되자 미국과 부유층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05년 총선에는 아예 야당이 보이콧을 할 정도였다. 06년 대선에서 차베스는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전력을 가다듬은 '반정부 야권'은 07년 개헌 주민투표 부결을 기점으로 '야당'으로 존재를 분명히 하며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언론들은 차베스 대통령의 특표율이 낮아진 것을 두고 표차가 줄어들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조금 차이가 있다.

차베스의 혁명이 국내외로 절정을 달리던 06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가 확실시 되어 반혁명 세력과 지지층은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들이 제대로 결집하였고 투표를 한 것이다. 투표율이 높아진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말하자면 빈민층을 기반으로 하는 그의 지지층은 여전하지만 부유층을 기반으로 하는 야권이 어느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를 치른 것이다.(07년 주민투표 부결 등)

차베스 대통령은 혁명의 완수를 위해 2020년까지 집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본인이 뚜렷한 구심점이 되어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06년처럼 늘 압도적으로 당선된다면 굳이 차베스 대통령이 연임할 이유가 없다. 단순히 집권만을 위해서는 러시아 같은 방식도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혁명의 고비였고 베네수엘라 인민은 차베스와 사회주의 혁명의 지속은 선택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부상교육, 무상의료, 토지분배, 공공주택 등 혁명과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며 석유산업에 의존한 산업구조를 탈피하려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또한 치안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노력할 전망이다.

까리베 해(우리나라는 영어 식으로 카리브 라고 부름) 17개국의 기구인 뻬뜨로 까리에와 ALBA(미주지구를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타린 아메리카 통합도 지속하여 추진할 전망이다.

차베스가 구상하는 라틴아메리카 통합이 실현될 경우 라틴아메리카가 미국과 대등한 관계가 됨은 물론 유럽연합, 중국, 미국과 대등한 지위의 경제체제가 된다.

베네수엘라 헌법에 대통령 연임제한은 없다. 그러나 차베스의 임기는 이번이 마지막일 듯 하다. 그가 스스로 2005년에 이미 2020년까지 집권하겠다고 밝혔으며 혁명이 어느정도 완성되면 새로운 지도자가 베네수엘라를 이끌고 그는 통합 라틴아메리카를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건강문제는 본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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