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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씻김굿에 어우러진 전통 민속과 농민문학
[참관기] 진도에서 열린 한국농민문학회 <전통 민속과 농민문학> 세미나
 
김영조
지난 8월 11일부터 12일까지 전라남도 진도에서는 한국농민문학회(회장 강위수)가 주최하는 “전통 민속과 농민문학”이란 제목의 2007 여름 제17회 농민문학 세미나가 있었다. 이 세미나를 갖기 위해 먼저 진도씻김굿 공연을 본다기에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동참했다.
 
농민문학이란 무엇일까? “농민문학”의 사전적 의미는 “농촌의 자연·지방색, 농민의 생활 실태를 그린 문학인데 농민 스스로 창작한 문학도 농민문학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농민문학론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30년대 초 안함광이 조선일보에 ”농민문학문제“라는 글을 실어 조선의 특수사정 때문에 조선 프로문학은 농민문학을 거치지 않고는 수립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전남 진도 향토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07 여름 제17회 농민문학 세미나 모습     © 김영조

 
1930년대에 농민문학이라고 꼽는 작품은 이광수의 ‘흙’을 비롯하여 이기영의 ‘고향’, 김유정의 ‘동백꽃’, 심훈의 ‘상록수’, 이무영의 ‘흙의 노예’, 김동리의 ‘산화’ 따위이다.
 
이번 제17회 세미나의 주제는 “전통 민속”이기에 씻김굿 관람으로부터 시작하려는가 보다. 공연은 진도토요민속여행 제356회로 <다시래기 “꿈”>이었다. 농민문학회를 위해 특별히 마련했다는 “다시래기”는 우리가 늦게 도착한 까닭에 이미 끝나고 씻김굿 순서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의 전통 민속은 종합예술인 굿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예전부터 굿들을 보고 싶었지만 그 소원이 오늘에야 이루어진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굿 가운데 중요무형문화재로 선정된 것은 현재 진도씻김굿을 비롯해서 동해안별신굿, 서해안배연신굿및대동굿, 경기도도당굿, 서울새남굿,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따위가 있다. 
 
▲이 시대 최후의 당골네 채정례 선생이 씻김굿의 씻김 부분을 공연한다.     © 김영조

 
이중 진도 씻김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로 전남 진도에 전승되는 것으로 이승에서 풀지 못한 죽은 사람의 원한을 풀어주고, 즐겁고 편안한 세계로 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굿이며, 원한을 씻어준다고 해서 씻김굿이라 부른다.
 
다른 지방에서 하는 씻김굿은 무당이 불 위나 작두의 날 위를 걷는 등의 과정이 있으며, 보통 궁중복을 입고 무당 자신이 직접 죽은 사람과 접한다. 그러나 진도씻김굿은 춤과 노래로 신에게 빌고, 하얀 소복 차림이며 죽은 자의 후손으로 하여금 죽은 자와 접하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기능보유자는 박병천(무악), 박병원(장고)이지만 이날은 이 시대 최후의 당골네 채정례 선생(83살)이 “씻김” 부분을 소리했다.
 
씻김을 받는 대상인 망자의 상징 곧 넋을 종이로 정교하게 오려 만들어 바닥에 놓은 채 큰무당 채 선생은 종이로 만든 신칼을 들고 넋을 위로하는 무가를 부른다. 그러고 나서 신칼을 흔들며 땅에 놓인 넋을 올린다. 넋이 신칼에 붙은 지전에 달려 올라와 드디어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편안한 영혼이 되어 씻김을 받는 순간이다. 이 순간 화려한 면은 없지만 애절하게 넋을 부르는 소리꾼의 소리만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진도 씻김굿의 씻김 부분을 공연하는 큰무당 채정례 선생과 공연자들     © 김영조
 
이 씻김 부분은 씻김굿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절차를 소중히 여기는 채정례 선생의 굿에서도 당골의 능력과 권위를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부분이라고 평가한다. 이날 채정례 선생의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은 마치 죽은 자의 넋이 돌아온 듯하여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날은 여그서 울고 불고 있다마는
어느 시절에 여그를 올꺼나
가시는 날은 안다마는 오만 날짜는 모른답니다
동서남북 간 데마다 형제같이 하고 갈까
오영방 깊이 들어 형제투정을 마자 하고
요내 염불로 길을 닦아 왕생극락으로 인도를 합니다“

 
이 씻김굿이 끝난 뒤 마당에서는 진도군립민속예술단원과 청중들이 한데 뒤섞여 “진도상여놀이”가 흥겹게 벌어진다. 다른 지방의 엄숙한 장례 문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출상 전날 슬픔에 절은 상주를 위해 펼치는 웃음극 ‘다시래기’와 함께 그저 슬픔의 장례식으로 끝내지 않는 풍속이다. 마을 여자들이 상두꾼으로 나서 통곡 대신 소리와 춤으로 맞는 죽음이다.
 
▲상여를 메고 흥겨워 하는 필립 갠트(앞)와 무틴다 아델라이드(뒤)     © 김영조
▲공연단과 청중이 함께 어우려져 빙빙 돌며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 김영조

한국문화표현단의 전라ㆍ제주 지방의 한국문화체험을 하기 위해 찾아온 외국의 학생들이 상여를 같이 메고 흥겨워 한다. 케냐에서 온 무틴다 아델라이드(Mutinda Adelide)sms, 22살)는 “매우 흥미롭고 멋지다.”라고 말했으며,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온 필립 갠트(Philip Gant, 21살)는 “한국 문화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라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후 농민문학회는 이 공연들을 토대로 세미나에 들어갔다. 먼저 이동희 “농민문학” 발행인의 개회사가 있었으며, 한국농민문학회 강위수 회장의 인사와 김홍자 한국문인협회 진도지부장, 이명재 국제한인문학회장 등의 환영사ㆍ축사가 이어졌다.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원광대 박순호 교수는 “민간신앙의 이해와 보존”이란 제목으로 무당들의 치병 사례 등을 상세히 거론하고, “한국 무속을 미신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의 특수성과 진실성을 인정해야만 한다.”라고 강조한다.
 
▲개회사, 인사말, 환영사, 축사를 하는 사람들(왼쪽부터 이동희, 강위수, 김홍자, 이명재)     © 김영조

두 번째 발표자인 세종대 정현기 초빙교수는 “한국민속과 농민문학”이란 제목으로 “자동차가 다니는 길만 있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은 없다. 작가는 이 시대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는 발표자들(왼쪽부터 박순호, 정현기, 박주언)     © 김영조

마지막으로 “작품 소재를 위한 진도의 민속”이란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박주언 진도학회 부회장은 진도 만가, 다시래기, 진도 씻김굿, 저승혼사굿 등의 예를 들며, 문학 소재로써의 진도 민속은 보고 그 자체라고 소개했다.
 
농민문학은 농촌 민속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날 진도씻김굿, 상여소리와 함께 한 2007 여름 제17회 농민문학 세미나는 정말 알찬 행사였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노구를 이끌고 끝까지 참석한 원로들의 눈에도 피로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통민속을 소재로 한 다양한 농민문학을 기대해 본다.

기사입력: 2007/08/14 [21:2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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