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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국장의 분노 "조선의 두 얼굴이 역겹다"
주간조선 '인연, 조선과 동고동락해온 조의식 종로지국장, 결국 '해지'
 
이석주   기사입력  2007/02/16 [16:00]
"몇시간 후에 (조선일보) 본사 직원들이 종로 지국을 접수하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언론이 취재를 하면 함부로 행동을 못할 것입니다. 긴급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14일 기사 마감을 마치고 하루 일과를 정리한 뒤인 저녁 9시. 기자들이 모두 퇴근 한 본지 편집국 사무실에 다급한 전화 목소리가 전해왔다.
 
이 전화의 발신지는 조선일보 종로 지국. 전화 수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지국 관계자의 목소리는 다급해 있었다. 지국 관계자는 몇시간 후에 발생할 '충돌'의 취재를 요청하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실제로 전화통화 후 4시간 뒤인 15일 새벽 1시 경, 조선일보 종로지국 관계자들과 본사 직원들 간에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날 아침 매일 종로 일대에 배달되던 조선일보 15일 자 3200부 가량이 독자들 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어떤일이 벌어진 것일까. 새벽의 적막을 깨고 매일 종로 일대 가판대에 놓여졌던 조선일보가 왜 배달되지 못한 것일까. 그 중심에는 조선일보 본사, 그리고 '본사불복종' 운동을 벌여온 종로지국 조의식 지국장 간의 날선 대립이 있었다.
 
조선일보 3200부, 15일 종로 일대 신문 가판대에서 '실종'
 
▲조선일보     © 이슈아이 이석주
문제의 발단은 사건 발생 1주일 전인 지난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일보 종로지국 조의식 지국장은 언론비평 신문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갖고 조선일보의 지국 관리 시스템을 강하게 비난했다.
 
당시 기사는 "지국장 고혈 빠는 '페널티'부터 없애야"라는 제목으로 나갔고, 주 내용은 본사의 판매 시스템, 지국장과의 관계 개선 등을 요구한 조 지국장이 '본사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1979년 주간조선의 영업을 시작으로 1990년 조선일보 지 종로 지국장을 맡으며 30여년 간 조선일보와 함께 해온 조 지국장이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일보 본사와 지국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비난하고 나선 것.
 
조 지국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회사는 매월 각 지국의 확장부수 실적을 매겨 목표를 채우지 못한 곳에 벌금을 물리고, 그 벌금으로 목표를 달성한 지국에 상금을 주고 있다"며 지국 평가 시스템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조 국장은 "회사가 지국장들을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며 "'1등 신문'의 이름 뒤에 약육강식 논리만이 존재하는 판매 시스템과, 지국장을 그 대상으로 여기는 조선의 두 얼굴이 역겹다"고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조 지국장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지난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조선일보 본사 직원과 각 지역 판매 지국장에게 보냈고, "판매 시스템에 상식이 통하는 날 까지 본사에 대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조선일보가 가만 있을리 만무했다. <미디어오늘>의 인터뷰가 보도되자 조선일보 본사는 7일 조의식 지국장에게 지국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15일 부로 '신문을 배달해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내건 계약 해지 이유는 세 가지. 즉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 때문에 자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점과 자사를 비방하는 이메일을 지국장들에게 보낸 것, 또 지난 2일 조선일보 직원이 종로지국을  방문했때 현장에 남아있던 잔지(배달되지 않고 남아있는 신문)를 문제삼고 나섰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같은 이유로 회사측이 계약 해지일로 통보한 15일 새벽 1시 경 실제로 조선일보 직원들이 종로지국으로 찾아와 업무를 방해했고, 이과정에서 양측간 크고작은 몸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원활한 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이날 아침 종로일대에 배달됐어야 할 조선일보 15일 자 3200부가 독자들 곁으로 가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조의식 지국장 물러나고 신임 지국장 선임
 
한편 본사로 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조선일보 종로지국은 현재 조의식 지국장이 지난 15일 부로 물러나고 새로운 지국장이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지국의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국장이 바뀌었다. 조의식 지국장의 소재는 알 수 없다"며 "지금도 (15일 새벽 본사와의 충돌로 인해)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혀 지국 업무가 원활히 수행되고 있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배달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위해 종로지역의 배달 작업을 일단 서소문지국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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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16 [16: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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