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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대신 꿔주는 사람들
"노혜경씨의 '노통식 어법 두둔'에 대하여"
 
이경렬   기사입력  2003/06/15 [21:31]
 

▲ 우리는 노무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있을까?
노혜경씨 실망스러웠어요. 맹목적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노사모 서프라이즈 등지에 글을 올리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군요. 노무현과 팬들과 노혜경 팬클럽 관리하는 차원이란 의심이 든단 말이예요. 당신같은 유명인이 굳이 노무현 지지사이트에 나서서 그리 변호해주지 않아도 노통의 어투를 시비거는 작자는 이곳에 참담스럽게도 극소수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잖아요? 그러니 그래, 끼리끼리 소곤소곤 낄낄거리며 마스터베이션하는 음습한 장면을 목격해버린 멋적음이 이내 들고 말았어요. 그건 내 소관사항이라구요?  

당신의 글의 의도는, 노무현의 언어표현 스타일이 갖을지도 모르는 타당성을 합리적으로 변호하겠다는 것이 도무지 아니란 말입니다.  당신의 목적은, "나의 님이신 노무현을 가지고 까대는 너희들을 내 용서할 수 없다. 어디 내 매서운 손바닥으로 싸대기 한 대 쳐먹고 제발 떨어져라"란 말이지요. 소설인가요?  노혜경씨,  당신은  이 글에서 자신의 지적 허술과 인격의 천박을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어요.  당신의 커다란 상실감과 분노는 바로 아래의 진술에서 그 공격성을 드러내는군요.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정책을 펼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적어도 지식인들에 한해서는 거짓말이거나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에 대해 출간된 책 두세 권만 꼼꼼히 읽었어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신 글의 진수이고 당신의 비양식의 결정판입니다. 해석하니까 이렇네요. "노무현이 말을 바꾼 것은 맞소. 그럴 줄도 모르고 지지했단 말이요?" 참으로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아요. 이 수준으로 지식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니 놀라왔어요.  도대체 합리적인 사고가 완전히 거덜난 사람같아요.

세상에, 제가 한 약속을 스스로 깨고 지 멋대로 말을 바꾸는 인간을, 책 두어권만 읽었으면 이미 꿰뚫어서 예측할 수 있었어야 한다고요? 당신 지금 제정신입니까? 지식인이면 점쟁이까지 돼야만 합니까, 신이라도 돼야 합니까?  당신은 지금 상식인들을 어거지로 매도, 비아냥거리고 게다가 오만한 거드름까지 피고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은 다 알고 있었다는 거네요.  지식인이면 요정도는 돼야한다는 얘긴가요? 그래서 실망할 일이 없(었)다?  당신이 글에서 노통의 회화법에 한해 변호하고 끝났다면 그저 '웃기는' 정도로 넘어가 줄 수도 있겠어요.  

헌데, 이건 그 선을 훨씬 넘어서 막무가내로 노통의 정치적 헛발질 행위까지 정당화를 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만용을 부리고 있어요. 이게 노무현의 맹목 광신도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입니까?  나라를 거덜내는 길로 들어선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증오스럽습니까?  

당신은 어느쪽에 무게를 두십니까? 인간 노무현 입니까, 수많은 민초들의 민생과 안위입니까? 노무현이 그렇게 부당하게 두들겨 맞고 있나요? 설령, 부당한 일이라고 당신이 개인적으로 느낀다 할지라도 수백 만명의  대선시 지지자 개개인이 바로 노무현 때문에, 그에 전혀 못지 않은 가슴 쓰라림으로, 제 머리를 시멘트벽에 쳐박고 싶은 열패감과  절망감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못 본 체 하시면 안되지요. 그놈에 노무현식 소탈한 서민어법--대통령짓 못해먹겠다는 등의--으로 가슴패기를 강타당하고 마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노무현 스스로가 국정 수행의 동력을 잃고마는  자충수를 두어 그 고통이 서민 개개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세요.

이게 어디 자그마한 양심이라도 끝내 품어야 할 소위 진보적 시인의 태도입니까? 노무현만 보이고 고통받는 수많은 지지철회자는 눈에 안보이지요?  제가 오늘 보니 당신은 노무현 지지자들의 왕초 중에 하나며 그들 대중의 선동가임을 자임하는군요. 자, 생각이 있으면 보세요. 노무현 맹목추종자들이 이제 당신이 제공한 허접이론으로 무장하여,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성되고 말 노무현의 "서민"식 '막말'을 추인하고 고무하는 짓거리에 열심히 동참할 길이 이제 트인 셈이네요. 기분 좋으십니까?  근본적으로, 감성과 순간 순간의 기분에 의존하는 스타일의 소유자 노통은 이제 '이론적' 정당성에다 추종자들의 엄호까지 받으니 그나마 있었을지도 모르는 내적 제어장치까지 풀어놓겠군요. 당연히 따를 백해무익의 설전과, 대통령과 국민간 신뢰의 가교가 균열하고 더욱 가속화되고 말 문제는 어떤 수로 해결하시렵니까?


▲ 이제 노무현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
지지가 아닌 눈부릅뜨고 '감시, 또 감시'이다
당신은 말하겠죠. 국민이 그를 뽑았으니 그의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져야 한다구요. 아닙니다. 우리 국민들, 그거 못받아들입니다. 노무현이 국민을 받드는 희생의 마음으로 자신을 바꿔야 합니다. 당신의 주장처럼 그의 어법이 이 사회 기득권의 허장성세를 무너뜨리는 충격제, 혹은 새로운 서민적 정신문화의 구현의 단초가 될 순기능으로 작용하고 말 일이 결코 아닙니다. 당신의 생각은 대단히 인문학적인 추상의 영역에 한정되어 있고 그러한 문화는 너무나도 서서히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사회정서(collective sentiment)라는 거대 담론에 닿아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처지가 그리 한가하지가 않습니다. 이게 지금 당장  개혁진보진영 내부의 극심한 반목의 원천이 되고 있어요(한나라당 저질발언 의원들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어요).  국민의 몇퍼센트가 그의 어법에 호의적이니 잠자코 있기나 해라, 따위의 기만으로 논점을 흐리지 맙시다. 쉽게 말할께요. 대부분의 진보개혁세력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당신과 같은 노무현 추동자들 모두 다 구분없이 이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엄연한 현실 말입니다.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그 서민들의 삶의 활력과  희망을 대통령의 "서민"어법이 거의 매일 매일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 말예요. 대통령의 절제하지 못하는 어법의 댓가를 시민 개개인이 대신 내 줄 순 없죠.

설마 노혜경씨 당신이, 온 대중이 노무현의 코드에 맞춰주도록 설득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는건 아니겠죠? 노혜경씨. 대선 시기를 거치며 교환한 동지적 유대감과, 같은 연배라는 생태적 친근감에서 간곡히 권유합니다. 부디 추종자들이 열광하는 썩은 강당의 연단위에서 내려오시기 바래요. 당신과 약간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좀 수용해보세요. 귀기울여 보세요. 노사모만 귀한게 아닙니다. 수많은 서민 대중을 생각하세요. 이 마당에 당신같이 결기있고 통찰력있는 인재라도 노통에게 쓴소리 해야하지 않을까요? 당신이 지금 어이없는 독선을 부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맘이 '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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