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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인과 수학이 만든 평화경제학
[비나리의 초록공명]불교경제학과 평화경제학, 새 시리즈를 시작하다
 
우석훈   기사입력  2005/09/16 [15:26]
생태경제학에 대해서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데, 사실 이게 이상하지는 않다. 생태경제학은 경제학과 관련되어 있고, 생태학과도 관련되어 있지만, 생태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래서 정작 생태주의자들하고 생태경제학은 너무 멀다.
 
좀 정확하게 족보를 따져보면 기술경제학과 생태경제학은 사촌 뻘이고, 방법론적으로는 정보경제학과 제일 가깝다. 그리고 환경경제학과는 상극이다.

외국에서의 연구자 개개인을 놓고 보면, 빨갱이(?)들 중에서 일반균형이론이 너무 싫었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 생태경제학이다. 일반균형이론 위에 세워진 환경경제학자 아니냐고 물어보면 접시물에 코 박거나 칼을 입에 물 사람들이다.
 
생태경제학이 진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문제의식 속에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처음에는 불교경제학이고 조금 나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평화경제학이다. 궁극의 모습은 평화경제학 아니면 불교경제학과 비슷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작년 10월 경이다.
 
첫 질문은 gender economics에서 시작되었다. 몇 달 전부터 시각이 조금 바뀌었지만, 내가 발간한 두 권의 책을 가장 정확하게 얘기하면 ecological economics라기 보다는 gender economics에 더 가깝다. 물론 책에는 그런 얘기는 전혀 안 했다. 그렇게 다 밝히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편향이 좀 있어서 그렇다.
 
왜 gender economics인가이면,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 즉 아줌마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려고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feminism이라고 하기보다는 gender economics에 가깝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육아문제와 영양문제에 걸려 있지만,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는 관점은 아기를 키우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기 위한 시도를 한 것이고, 이 때 이론적 가정으로 가지고 있던 것이 gender economics이다.
 
gender economics, buddist economics, peace economics라는 이 세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한 가지로 연결하는 이름이 있다. 그건 인도이름인 Sen이라는 이름, 그리고 한 가지의 방법론은 수학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한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사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버트란드 러셀이라는 유명한 수학자가 있다. 얘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러셀의 역설은 모든 집합을 포함하는 집합이 있느냐는 것에 관한 질문이다. 물론 없고, 그래서 paradox라고 불린다. 이 러셀이 학문적으로는 처음으로 평화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한 사람이다.
 
물론 이걸 수학적으로 증명했는가하면 그런 건 아니지만, 하여간 반전시위에 러셀이 꼭꼭 참석했다. 이 때 이 자리에 같이 간 여성 경제학자가 한 명 있는데, 이 사람의 이름이 Sen이다. 센 이라는 사람의 부인이었는데, 하여간 당시 옥스포드 교수이던 이 Amartya Sen이라는 사람은 이 집회에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전부인 Sen이 시도가 만들어낸 것이 최초의 평화경제학이다.
 
그러나 암으로 죽는다. 아무리 존경해도 부족하지 않은 우리의 위대한 대가 Arrow 선생이 이 캘커타 출신의 문학도가 영국으로 건너와서 철학박사가 되고, 다시 경제학 박사가 된 Amartya Sen의 재능을 알아보고 하버드 대학 교수로 추천한다.
 
그렇게 해서 경제철학이라는 것이 생겨나는데, 이 때 도입된 것이 불교이다. 물론 Sen이 하는 경제학은 사실 경제철학이라기 보다는 poverty 문제에 대한 수학공리적 접근인데, 이 때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 불교이다. 정확하게 불교경제학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하여간 서양 사람들이 만든 학문인 경제학에 이 때 처음 불교원칙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공으로 97년인가, Amartya Sen은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된다.
 
이 후에 새롭게 결혼한 인도여자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야가 gender economics라는 것이다. 여기에도 다시 Sen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Sukanya Sen이 바로 이 gender economics의 현재 3대 대가 중의 한 명이다.
 
이론적으로 왜 만나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이 세 가지 경제학은 한 가정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Amartya Sen과 작업을 할 수 있던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자리가 생길지도 모르고, 나도 외국 생활을 너무 오래해서 지쳤기 때문에 그냥 귀국했다. 잘 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한국에 오자 마자 WTO에 자리가 생겼는데, 안 갔다. 7년이나 파리에서 살았는데, 또 제네바에 가서 사는 것은 고역이다.
 
ecological economics와 peace economics가 만나는 건 Donella Meadows라는 사람 때문이다. Dana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방법론적으로는 system dynamics를 매개로 해서 두 분야가 만나게 된다.
인간의 말로 풀어서 말하면, 무기와 도로에 들어갈 돈을 여성과 가난한 사람에게 사용하면 경제의 크기를 무한대로 늘리지 않아도 세상은 행복해질 수 있다. Dana가 World 3라는 프로그램을 돌려서 얻어낸 결론이다.
 
난 아직은 잘 모르는데, 약간 방향은 생각해둔 것이 있다. 그렇지만 거의 백지 상태에 서 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불교경제학은 인드라망(www.indramang.org)에, 평화경제학은 초록정치연대(www.greens.or.kr)에 각각 연재하기로 했다. 6개월이 지나면 적어도 지금보다 약간은 더 잘 알게 될 것 같다. 
 
길은 잘 모르겠지만, 길 앞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서 헤매고 있는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사실 나의 경험으로는 답을 찾거나 문제를 이해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별 재미없다. 같은 얘기를 또 하고 반복해서 해야하기 때문이다.
 
난 늘 한 번도 안걸어 가본 길이 좋고, 그 길 위에 있을 때의 설레임이 가장 행복하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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