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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기업인인가, 교주인가?
[이드의 종교시평] 야누스의 두 얼굴, 기독교기업 이랜드의 정체 밝혀야
 
이드   기사입력  2007/07/09 [18:48]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로마신화의 신, 야누스에 대해 우리는 대체로 오해를 하고 있다.
 
원래 야누스는 로마의 신들 가운에서 가장 오래 되고, 또 가장 위엄을 갖춘 신이며, 속임수를 쓰기 위해서 두 얼굴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 특히 건물의 출입문을 지키기 위해서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의 얼굴은 들어오는 사람을 검문하고, 다른 얼굴은 집을 떠나가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 필요했다. 야누스는 집안의 안전과 도로의 보호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
 
야누스의 이름을 부정적인 의미로 처음 사용한 것은 샤프테스버리의 백작인 안소니 애쉴리 쿠퍼로, 그는 《인간, 의견, 시간의 특성, 1711》에서 ‘한쪽 얼굴로는 미소를 짓고 다른 쪽 얼굴로는 노여움과 분노를 보이는 신’으로 묘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때 부터 야누스는 '위선자' 혹은 ‘이중적인 이미지’의 신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겉 다르고 속 다른 인물’을 묘사할 때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칭한다.
 
2007년은 이랜드에게 천국과 지옥을 차례로 경험하게 해준 해로 기억될 듯하다. 4월에 이랜드는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삼성전자. 포스코. 유한양행. 유한킴벌리. LG전자 등에 이어 30번째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다. 지난해 54위에서 무려 24단계나 순위가 올라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이랜드는 비정규노동자 집단 해고, 용역전환, 매장점거농성, 불매운동, 공권력투입 유보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해 그룹의 존망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처해 버렸다.

이랜드는 과연 존경받는 기업인가? 아니면 근로자의 생존을 무시하는 파렴치한 기업인가? 그 진실에 대해 궁금함을 짚어 보기로 하자. 먼저 이랜드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된 이유를 소개하겠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패션 유통기업인 이랜드는 ‘성차별 없는 직장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여성인력 활용을 통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1997년 서울시로부터 ‘여성 우대 기업상’을 2004년도에는 BPW(전문직여성한국연맹)로부터 ‘골드 어워드(Gold Award)'를 각각 수상했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가족부가 이랜드 사옥 내 ’건강증진실‘에서 운영 중인 모유 수유실을 방문 견학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랜드의 여성 인력 비율은 전체 인원(M&A사 포함) 1만2568명 가운데 7219명으로 57%이며 과장급 이상 관리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성의 절반 이상이 기혼여성인데 이 가운데 약70%가 자녀를 두고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 활동에서 벌어지는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내부 시스템을 갖췄다.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조성해 ’이랜드 복지재단‘과 ’재단법인 이랜드’ ‘사단법인 아시안미션’을 통해 ‘사회복지 기관, 시설 지원’ 및 ‘북한주민돕기’ 등에 사용하고 있다.』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의견이 참이라면 매장점거농성, 불매운동 등을 주도하고 있는 이랜드 노조와 민주노총 등의 주장과 과격한 행위 등이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선정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면 문제는 달라지게 된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1)십일조 130억의 정체는 무엇인가?
 
최근 보도에 따르면, “130억의 십일조를 내면서도 저임금 비정규직에게 단 한 푼도 쓰지 않는다.” “십일조 130억 원이면 정규직화 가능하다”는 노조 측의 주장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듯하다.
 
일단 이 부분에 있어서는 노조와 언론의 오해가 있다고 보여 진다. 알다시피 박성수 회장은 서초동 사랑의 교회 사역 장로이다. 만일 그가 십일조를 내었다면 사랑의 교회에 헌금하였을 터인데, 비슷한 규모의 소망교회 일 년 예산이 270억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초 대형교회 예산의 절반가량을 한 사람이 부담한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무리가 아닌가 한다.
 
실제 박 장로가 사랑의 교회에 이렇게 거액의 십일조를 내었다는 보도와 증거는 전혀 없다. 이 부분은 "IMF이후 2001년까지 순익의 10% 인 130억 원을 회사 명의로 이랜드 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는 이랜드 측의 해명이 옳을 듯싶다.
 
2003년 1월 12일 한겨레신문의 보도 자료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기사에 의하면, ‘매년 당기순이익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매년 30억 원의 특별 사회환원금을 보태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국민일보 2002년 12월 26일 자에 따르면, “이랜드는 내년 집행할 사회복지기금 130억 원으로 우선 이랜드복지재단 및 이랜드재단을 통해 북한어린이 돕기, 국내외 긴급재난 구호활동, 국내 구호·복지기관 지원사업, 장학·학술·의료사업 등에 모두 39억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억 원을 지정 기탁할 예정이다. 이밖에 이랜드가 선교활동 지원을 위해 1984년에 설립한 아시안선교회에 41억 원을 집행할 계획이다.”고 했다.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의 기독교식 경영은 노동자에겐 예외인가? 홈에버 비정직 노동자들이 항의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대자보
 
실제 작년 박성수 회장의 배당금이 82억 원 정도로 보도되었음을 감안하면, 십일조 130억 원 설은 아무래도 낭설임에 틀림없는데, 비판을 하더라도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난 뒤 오해가 없도록 해야 상대방으로부터 빌미를 주지 않게 됨을 지적하고 싶다.
 
2)그러면 재단에 130억 원을 기부하는 행위는 문제가 없는가?
 
이랜드 그룹은 3개의 비영리 법인을 가지고 있다. 1996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이랜드 복지재단> 1991년 설립된 <재단법인 이랜드 재단> 그리고 1984년 1월에 설립되고 2003년 5월20일 문화관광부에 개신교관련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아시안 미션> 등인데 이 세 단체는 같은 건물에 입주하고 있으며, 재단이사장(이경준 목사)은 동일인이며 상근직원도 같은 인물이 업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재단에 기부하는 돈이 박 회장 개인 소득의 일부가 아니라는데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랜드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는 자사지분이 52.96%이며 박성수 회장이 33.63%로 개인 최대주주며 부인 곽숙재씨도 6.48%를 소유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개발·프란시아·이랜드시스템스 ·리드·데코 등의 최대주주며 뉴코아가 킴스클럽마트와 이랜드리테일을, 이랜드시스템이 리드온을, 데코가 산내들축산의 최대주주다. 박 회장과 부인 곽숙재씨는 이랜드 지분을 각 각 49.36%, 10.96% 갖고 있다. 14개 계열사 가운데 상장기업은 코스닥시장의 데코와 네티션닷컴 2곳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비상장 기업이다.
 
어쨌든 이랜드 그룹에서 박 회장 일가가 최대 주주인 것은 틀림없지만, 박 회장 일가 이외 수많은 주주와 채권자로 구성된 것이 이랜드 그룹의 자본구조이다. 박 회장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고 기부를 결정하였는지 궁금하다. 회사 돈이 아닌 박 회장 개인의 돈이라면 얼마를 내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3)이랜드 재단은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이랜드 복지재단 홈페이지는 재단의 살림살이에 대해 공개를 하고 있다. 현재 2007년 1/4분기에 관한 세입·세출 결산서가 기록되어 있는데, 그 내역을 보면 이상한 점이 너무나 많다.
 
우선 수입현황을 보면 모금액 11,685,310원을 포함하여 2,791,217,588원인데 년 간 예산을 추정하면 110억 원 정도이니 세간에 130억 원 기부설과 대개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문제는 지출 내역이다.
 
이랜드 재단의 경우, 장학금(36,933,620원) 운영비(사무, 인건비: 10,503,343원) 기타지출(791,849,429원) 등 합계 839,286,392원이며 이월금은 296,652,286원이다.
 
이랜드복지재단은 다음과 같다.
 
북한지원(0) 긴급재단재해구호(4,074,872원) 피복지원사업(16,132,500원)
Community Service(87,536,270원) 이랜드사회봉사단(2,542,460원)
복지시설 운영지원(-395,000원) 제3세계지원(24,260,000원)
산하복지관[법인전입금](179,903,983원) 미래복지(5,456,694원)
사랑의보금자리(10,923,890원) 네트웍, 홈페이지(5,985,050원) 등
사업비로 336,420,719원을 사용했으며 사무비, 인건비 포함 등
운영비로 146,526,971원 건설가계정 외 20,928,120원 등을 사용했다고 되어 있다. 

 
세출합계가 503,875,810원이고 이월금은 1,139,717,790원인데, 문제는 이 두 단체의 운영비가 157,030,314원이며 기타지출이 791,849,429원 등 복지재단 고유 경비외의 계정과목의 지출이 너무 많은 데 있다. 사무실 직원 10명 규모의 재단 운영비가 월 5천만 원 이상 이라는데 그대는 이해가 되는가? 그리고 계정과목이 없는 기타지출이 왜 한 달에 3억 원 가까이나 발생할까? 물론 일년 전체의 예·결산을 검토해보아야 하겠지만, 올해 1/4분기에 들어난 계정 과목만을 보더라도 이상한 점이 너무나 많다.
 
3)기독교 기업이란 게 가능한가?
 
『기업은 반드시 이익을 내야하며 그 이익을 바르게 사용해야 합니다.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서 일합니다. 기업은 소속되 직원의 생계와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익을 내야합니다.
 
일자리를 많이 마련함으로써 고용을 증대하는 것도 이익을 내야하는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성실과 검소를 통해 얻은 이익들을 사회사업과 선교사업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극빈자를 위한 무료병원 설립, 탁아소 건립을 비롯, 가정처럼 운영되는 양로원, 고아원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의 무교회 지역에 교회를 세우며, 해외로 진출하는 회사를 통해 그곳에 필요한 평신도 사역자를 보내는 것에도 저희의 이익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이랜드의 경영이념이다. 많이 벌어 좋은 일 하겠다는데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그러나 이랜드의 경영이념은 두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기업은 반드시 이익을 내야하며 그 이익을 바르게 사용해야 합니다.

어쩌면 말꼬리를 잡는다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이 문구는 어떤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익을 내야만 한다는 전형적인 천민자본주의의 표상 같다. 실제로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반드시 이익을 내기 위해  비정규노동자 집단 해고하고, 용역전환을 하는 것 같다.
 
둘째, 선교 사업에 회사의 이익을 사용하겠다는 점인데, 앞서도 말했지만 이랜드는 개인 기업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 인수한 기업들에  근무하는 종업원들과 주주 등은 개신교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상당하리라 본다. 그렇다면 이 많은 타 종교인들의 견해는 무시해도 될까?
 
외형을 중심으로 볼 때, 이랜드는 정말 대단한 성장을 하였다. 80년대 초 신촌의 구멍가게이서 이제는 30대 그룹을 운운할 정도로 명실공히 나름대로의 힘을 가진 기업 복합체가 되었다. 최근에는 연매출 1조6678억 원의 한국까르푸를 인수할 정도로 M&A의 대표적 기업이 된 셈이다. 이랜드 팽창 신화를 보면, 무한 확장하고 있는 대형교회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문제는 이랜드가 표방하고 있는 ‘기독교 정신의 기업’이라는 정체성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다. 아침마다 30분간 QT를 하고, 월요모임(화요모임/수요모임) 등을 통해 찬양과 기도, 성경공부를 하고 3박4일의 겨울 수련회로 직원들을 세뇌한다고 해서, 이랜드가 표방하는 ‘기독교 정신의 기업’이 과연 될까?
 
‘기독교’라는 가치 체계가 자본주의 첨병인 ‘기업’과 융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차지하고라도 인수/합병이라는 자본주의 첨단 혹은 최악의 방식을 통해 타의적으로 근무하게 된 종업원들은 이랜드가 요구하는 문화에 어떻게 적용할까?
 
이제 이랜드는 신촌 구석에서 호황을 누리던 개인 기업이 아니다. 수많은 근로자, 주주, 채권자 그리고 우리 사회 공동체에 책임을 져야하는 매출 7조원을 바라보는 재벌 집단이라는 뜻이다. 이랜드 경영이념을 수정할 것을 정중하게 요구한다.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즉각 중단하라!
*외주화(용역/파견 전환)를 즉각 중단해라!
*부당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특히 계약직)을 즉각 복직시켜라!
*홈에버 직무급제 폐기하고 정규직화 및 차별 시정하라! 라는 이랜드 노조원의 애절한 목소리를 경청함이 우선임을 다시 지적한다.

 
그건 그렇고, 박성수 장로는 사랑의 교회에 십일조를 얼마 내는지 정말 궁금하다.
필자는 <종교법인법제정추진시민연대> 종추련(www.rnlaw.co.kr) 사무처장이며, <예수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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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09 [18: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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