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땅에 이르자 삿갓 선생이 앞장선다. 들를 곳이 있단다. 거칠현동이다. 왕씨에서 이씨로 고려에서 조선으로 같은 땅에 다른 나라 섬김을 둘로 못 나누이 산골짝에 숨어들어 산 벗 삼은 칠현이여 책 버린 손끝에는 호미 삽이 들렸구나 삿갓 쓰고 떠돌면서 청운 꿈 날렸듯이 흙을 엎어 분개하고 땅을 파서 충절 묻네 땅속 충심 눈비 섞여 한양 땅에 진작 닿을진대 육백년이 넘도록 칠현 거처 아직 정선이네. 정의가 죽고나니 불의가 정의 행세를 대신한다며 조선이 멸하고 이 땅에 달라진 게 뭐 있냐 물어온다. 오사모가 사설로 화답하길, 36년 일본에게 이 땅 넘기고도 모자라 일제 잔당 여직 권력자로 득세하고 일제 청산 앞에 두고 우리끼리 싸움이니 달라진 게 하나 없습니다. 천황이냐 일왕이냐? 청산 주장하는 이도 오락가락 하더니만 그 아랫것이 천황이 옳소이다 하니 일본이 더 날뛸 밖에. 그 아랫것 더 가관인 게 우리 땅 독도 순찰 순시 막아서며 일본인인 양 합니다. 김삿갓,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지긋 감는다. 우리 아비 내 부르길 天神이라 하였것다. 옆집 아이 부르다가 천신께 아뢰라 한들 콧방귀나 뀌겠는가. 영락없이 이 수작이군. 옆집 아이 그럴 수 있네. 우리집에 빌붙어서 콩깍지 하나라도 더 얻어먹을 심산이면 무엇인들 못할까. 이완용이 따로 없다. 완용에게 완장 채워 나라 판 일 엊그젠데 아류 완용 개판쳐도 나무랄 이 없는 겐가. 완장 달아 주던 이도 나라 함께 팔고 있네. 어제는 중국, 오늘은 일본?미국, 내일은 뉘 나라에 몸을 팔꼬. 김삿갓, 40년 문전걸식 하다보니 눈치 하난 박사됐다 했다. 맞습니다 맞고요 백성 마음 헤아리니 말 한번 시원하다 완장 채워 줄만 했다. 점잖은 저 양복신사 예비군복 입혔더니 망나니가 따로 없다. 옷이 사람을 바꿨듯이 빤빤한 연예인과 옷 맞춰 논다하여 밑줄 쫙 패인 주름 배우와 같아지랴. 거울 앞에 세워보면 우스운 꼴 보일런지 사나운 꼴 짐작하고 거울 앞을 주저하나? 말만 앞세우는 사람이 정치인이요, 정치인은 믿을 수가 없다지만, 해도 그렇지 하며 김삿갓, 또 한 수를 읊는다. 입만 달고 살려거든 앵무새로 나올 것을 인간으로 나와서는 한입으로 두입하네. 남만 쫓는 앵무새도 한입 갖고 두입하지 않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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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조선시대더냐? 용안이라도 된다고 먹통으로 만들다니..오호통재라! © 김삿갓 그림 | 거칠현동을 내려 나와 쉴 겸 구경할 겸 겸사겸사 해서 영화관엘 들렀다. 오늘 개봉하는 영화다. 볼 듯 하면 끊어지고 알 듯 하면 또 끊기고 끊긴 연유 모르나 끊어진 뜻 잘 보이네. 얼마나 구렸으면 끊어라도 막았을까. 끊는다고 끊겨지나 막는다고 막아지나 끊겼으니 궁금하고 막았으니 넘고 싶네. 어즈버 몹쓸 인간 볼듯알듯 그 때 그 사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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