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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우익’들아, 軍을 들쑤시지 말라!
정훈감 출신 표명렬 씨, 월간 신동아에 극우성향 예비역 단체 비판기고
 
취재부   기사입력  2004/10/21 [11:27]
전직 예비역 장성이 지난 4일 열린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를 비롯해 보수진영 시민단체와 관련인사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언론활동을 한 월간지의 행위를 폄하하는 글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월간 '신동아' 11월호에 게재된 표명렬 전 육본 정훈감의 시론.     © 신동아 11월호
예비역 장성으로 육본 정훈감을 역임한 표명렬(예비역 육군 준장, 육사 18기) 씨는 월간 <신동아> 11월호에 기고한 “‘진짜 보수’가 참다못해 던지는 준엄한 충고-”‘사이비 우익’들아, 성실한 軍을 들쑤시지 말라!“는 시론을 통해 최근 보수진영의 집회는 ‘반노세력의 반란’으로 평가하면서 "왜 이들은 이렇듯 막무가내, 마구잡이로 치닫는 것일까. 왜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이토록 후안무치하고 용감무쌍한 것일까.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일까"라며 성토를 가했다.

표 씨는 최근 극우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재향군인회(회장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와 성우회(육사출신 예비역 장성모임) 등 예비역 단체가 어느새 한국 극우의 중추세력이 돼버렸고, 이들이 ‘행동대원’으로 자처하고 나선 것에 대해 탄식했다.

표 씨는 반핵반김을 명분으로 일부 예비역대령출신 모임인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예비역 육군대령)가 동아일보 등에 게재한 "국군은 헌법에 위반한 정권의 어떤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 등의 성명광고에 대해서도 "정부전복을 종용하는 이런 주장이 조직적으로 남발하고 있음에도 사법당국은 왜 방관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표 씨는 국보법 존폐 찬반논란과 관련 "자유민주체제의 우월성을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존속해야 한다고 믿진 않을 것"이라며 "‘보안법이 없어지면 서울 하늘에 인공기가 나부낄 것’이라며 금방이라도 적화통일이 될 듯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에 대한 자신감 결여나 패배주의, 냉전적 피해의 산물이 아닌가"라며 국가안보를 빙자해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고 나선 세력을 ‘패배주의자’로 규정했다.

▲7월 13일 동아일보에 실린 국민행동본부의 선전선동 문구     ©동아일보 광고면

나아가 “국가보안법이 현재와 미래의 국가안보와는 거의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안보역량을 훼손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라며 과거 국보법이 안보와는 상관없이 ”정적(政敵)과 민주인사를 탄압하는데 악용“됐음을 강조했다.

표 씨는 이같은 군 내부의 퇴행성이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 일어난 일에 대한 명확한 사과와 과거반성의 결여에서 찾고 있다.

특히 해방 이후 엄청난 부조리에 연루되어 처벌을 받은 이들, 국가반란죄로 중형을 선고받은 이들, 불법 사조직을 구성해 장성진급을 싹쓸이한 이들, 광주민주화운동을 학살로 진압한 책임자들이 과거 높은 계급에 있던 장성들이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일말의 뉘우침도 없이 군을 선동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며 이들의 영향력이 군에 미칠 수 없도록 차단하고 분리시키는 것이 ”한국군 개혁의 중요한 기초작업이라고 믿는다"고 역설했다.

▲10월 4일 시청에 모인 군복입은 사람들.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정부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성토했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술잔을 기울이며 시대정신에 부합ㄷ회지 않은 자신들의 처지를 강변하고 있다.     © 대자보

이어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군을 향해 “군사반란의 추파를 보내는 냉전 극우세력의 중심에 예비역 장교들이 줄줄이 포진한 광경을 목도한다면 현역 간부들의 심정은 과연 어떻겠는가"라며 재향군인회 등 예비역단체 관계자들을 비판했다.

표 씨는 군 출신 인사들의 문제점 못지 않게 월간조선과 조갑제 사장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10월 4일 시청 극우집회장에 수만 장이나 뿌려진 월간조선 구독권유 삐라. 편집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바뀐 조갑제 씨는 우리도 무기를 들어야 합니다!라는 선동적 구호를 외쳤지만, 이는 우러간조선 굳혹해 달라는 소리였다.    ©대자보

표 씨는 극우집회마다 <월간조선>이 판촉활동을 벌인 것에 대해 “본질적으로는 이 광경이 이른바 ‘애국세력’을 자임하며 군을 선동하고 있는 이들의 본질을 정확하게 비춘 것 아닌가 한다"면서 "지나간 냉전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존재하지 않는 공포를 열심히 불지피며 판을 벌인 다음, 결국은 자신들의 본래 목적인 상업적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이 바로 이른바 '한국식 극우세력'의 현주소를 상징”한다며 월간조선의 판촉행위에 대해 맹비난했다.
 
표 씨의 지적은 그동안 예비역장성들의 과도한 극우성향에 본격적인 비판이며, 월간조선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신동아에 의해 제기되었기 때문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표 씨에 의해 ‘안보상업주의’로 비판받은 월간조선 및 조갑제 사장의 대응도 주목된다.
 

[표명렬 장군 소개]


▲표명렬 장군의 저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현재 군 개혁의 어려움을 절절하게 토로하고 있다.     © 동아시아 2003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또한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외교ㆍ안보를 전공, 육군본부 정훈감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 군인 최초로 대만 정치심리전학교를 수료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심리전력(정신전력) 전문가이다. 의식과 문화를 개혁하지 않고는 어떤 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신념으로 민족정기가 선' 민족의 군대', 인권이 살아숨쉬는 '민주 군대'로 대한민국 군대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헌신하고 1987년 전역했다. 현재 한국정신교육연구원 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이라크 파병, 군대 개혁 등에 대해 보통 예비역 장성과는 달리 진보적인 견해를 밝혀 재향군인회 정훈동우회 등 각종 군 관련 단체에서 제명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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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0/21 [11: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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