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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갈아엎는 농심, 그리고 농민의 아픔
추곡수매 폐지, 쌀시장 개방에 농민들 다 자란 벼를 진흙속에 갈아엎어
 
최인   기사입력  2004/09/23 [15:06]
엇그제, 모처럼 동료가족과 함께 가을 들판을 가로질러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북 김제 심포항 부근 망해사에 갔었다.
 
가는 길에 노랗게 물들어 가는 드넓은 가을 들판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벌써 이렇게 노랗게 물들었나?'
 
사무실에만 앉아 있다가 벼가 익어가는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차속으로는 벼가 익는 냄새와 더불어, 시골의 향기(?)가 동시에 코끝을 찔러온다. 상쾌했다.

▲망해사에서 내려다 본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김제평야, 이 풍요의 땅이 이제는 '저주받은 대지'가 될 것인가?     © 최인

며칠후, 성난 농심은 막 추수를 앞두고 있는 논을 갈아 엎는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무엇이 저렇게 농민들의 마음을 성나게 만들었으며, 자식같은 벼를 진흙속에 갈아 엎도록 만들었는가?
 
며칠만 기다리면 풍년을 노래하며 축제를 즐길수 있는데, 왜 이렇게 진흙탕속으로 다 익어가는 벼를 파묻어야만 할까?

▲추곡수매 폐지, 쌀 수입 등 개방파고에 농민들의 분노는 자식같은 논을 뒤엎는데 까지 이르렀다. 시장경제의 원칙과 식량자주 농업살리기 묘안은 없는가? 아니면 아예 생각도 없는가?     © 최인

농심은 오죽하면 갈아엎겠냐고 반문한다. 오죽하면...
 
당장 내년부터 추곡수매가 없어지고, 쌀 수입이 개방된단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정부관리들은 우리 쌀농사는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며, 새로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구나 쌀 수입개방은 필연적이라고 강변한다.

그 필연때문에 오늘 농심들은 논을 갈아 엎는다. 막다른 길목에 몰린 농심은 그래서 이렇게 논을 갈아 엎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논을 갈아 엎는 일이 결코 이벤트성 쑈일수 없다. 경쟁력없는 농민은 소수에 불과하니 수입개방과 추곡수매폐지를 밀어부쳐야 할까?
 
두가지 모습의 논을 바라보아야 하는 우리의 마음도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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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9/23 [15: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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