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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거나 지루하거나, 할리우드 영화 맞어?
[Cine Preview] 흘러간 재탕 액션, 통속적 트렌디드라마의 퍼레이드
 
임흥재   기사입력  2004/09/07 [04:25]

시크릿 윈도우Secret Window, 워킹 톨Walking Tall, 퍼니셔The Punisher,

퀸카로 살아남는 법, 프린세스 다이어리


액션 혹은 스릴러물이라 장르 구분할 수 있는 세 편의 헐리우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9월 10일이면 일제히 전국의 극장가에 걸리게 될 그 영화들은 시크릿 윈도우, 워킹 톨, 퍼니셔가 그것이다. 영화의 내용이 특별히 평을 할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거나 특별한 영화적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 못한 까닭으로 이 지면에서는 독자들의 영화 선택을 위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기로 한다.


재탕한 헐리우드 액션의 식상함


워킹 톨과 퍼니셔라는 영화를 보면, 영화의 재미나 완성도 등을 생각하기 이전에, 영감이 고갈된 헐리우드의 진부함과 만날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이미 스크린에 걸린 적이 있는 영화들의 재탕이다. 워킹 톨은 이미 1973년에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고 퍼니셔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헐드우드가 재탕 영화들을 양산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영화적 영감이 고갈되었고 쓸만한 시나리오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거기에 스토리 텔링보다는 무자비한 폭력과 근육질의 배우에 의존한다는 것, 그리고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용의 액션물이 판친다는 사실은 헐리우드의 쇠락을 예고하는 징후처럼 보인다.


▲영화 '워킹 톨' 포스터     © 워킹 톨
워킹 톨
의 내용은 단순하다. 특수부대 생활을 마감하고 고향에 돌아온 주인공 크리스(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 분/예명 더 락The Rock)는 아버지가 다니던 제재소에 일을 하려 하지만 제재소는 이미 오래 전에 문을 닫았다. 그가 상상했던 고향은 온데간데없고 예전 학창시절의 라이벌이었던 제이 해밀턴(닐 맥도노우Neal McDonough 분)은 고향을 좌지우지 지배하는 사업가가 되어 있다. 그의 카지노가 고향 사람들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 제이로부터 크리스는 카지노의 영업상무(기도)를 제의 받지만 그는 거절한다. 제이의 초청으로 들른 카지노에서 크리스는 카지노의 부정한 영업을 눈치 챈다.


정의감에 불타는 크리스는 이의 시정을 요구하지만 카지노의 기도들로부터 무자비한 보복을 받기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누나의 아들인 조카가 마약을 하게 된 것을 알게 되고 그 마약의 본산지가 카지노임을 알게 된다. 분노한 크리스는 단신으로 카지노에 쳐들어가고 사적인 응징을 가한다. 그 사건으로 크리스는 기소되고, 다행히 마약의 유통에 경각심을 가진 배심원들의 무죄 결정으로 오히려 마을의 보안관에 선출된다.


크리스와 제이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제재소가 마약공장임을 크리스가 밝혀냄으로써, 위기의식을 느낀 제이의 졸개들은 보안관 사무실을 급습하고 크리스의 집에까지 무자비한 총탄세례를 퍼붓는다. 결론은 뻔하다. 중과부적의 적들을 신출귀몰한 무용으로 제압하는 정의의 보안관 크리스. 이게 영화의 전부다. ‘람보’의 스토리가 약간 각색된 듯한 영화에 스텔론의 졸린 눈과 슈왈츠제네거의 근육을 자랑하는 드웨인 존슨의 무용이 영화의 처음이자 중심이고 끝이다. 아주 답답한 일상에 팍팍 쌓이는 스트레스를 멍하니 풀고자 하는 독자가 아니라면 굳이 돈 주고 영화를 보라고는 권하고 싶지 않다. 


▲영화 '퍼니셔' 포스터     © 퍼니셔
퍼니셔
역시 마찬가지의 영화다. 멕시코만 연안의 매음굴을 운영하는 마피아의 돈을 세탁해주는 것이 진짜 사업인 거물 사업가 하워드 세인트(존 트라볼타John Travolta 분)에게는 자식이 둘 있다. 비밀요원으로 근무 중인 프랭크(토마스 제인Thomas Jane 분)는 마지막 임무 중 바로 하워드 세인트의 작은 아들과 거래를 하게 되고 그 일당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그 아들은 죽고 만다. 스파이로서의 마지막 임무를 마친 프랭크는 아내와 아들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하여 은퇴하여 고향 푸에르토리코로 향한다.


그가 푸에르토리코로 향하던 시간에 하워드 세인트는 누구의 공작에 의한 아들의 죽음인지를 밝혀낸다. 바로 프랭크가 아들을 죽게 한 것이다. 하워드 세인트는 아름다운 부인을 끔찍이 사랑한다. 바로 그 아내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프랭크의 가족까지 몰살시킬 것을 원한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푸에르토리코의 처갓집에서 프랭크의 환영만찬이 열리던 시각, 한 발의 총성과 함께 함께 그 곳은 곧 아비규환의 지옥이 된다. 하워드의 킬러들이 큰 아들의 지휘아래 무자비한 살육을 자행하는 것이다. 프랭크의 장인과 이웃, 사랑하는 아내와 일점혈육인 아들까지 그들은 복수극의 증거인양 죽임을 당한다. 구사일생 살아난 프랭크, 그는 이제 복수의 화신이 되어, 영화의 제목처럼 처벌자 응징자가 되어 미국으로 날아간다.


그 때부터 프랭크의 치밀한 복수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자신의 아지트를 요새화하고 차량 역시 기갑으로 꾸민다. 자로 잰 듯한 하워드 부인의 생활까지 염탐하여 하워드의 심복(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과 정을 통하는 것처럼 꾸며 하워드로 하여금 자신의 부인을 죽이게 만드는 반간계 정도가 그나마 영화답다. 사실 하워드의 심복은 호모(동성연애자)였던 것이다.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죽인 하워드의 큰 아들을 잔혹하게 응징하는 프랭크. 그는 하워드가 세탁하는 매음조직의 돈을 강탈하기도 한다.


그 덕분에 프랭크를 인간적으로 연민해주고 비밀을 지켜주었던 옆방의 이웃 친구들은 영화의 끝에서 횡재를 한다. 그 사이 프랭크는 ‘법이 처벌하지 않는 자는 자신이 처벌 한다’는 처벌자가 되어 철궁과 총과 칼로 하워드와 그의 아성을 향한 처절한 복수극을 실행한다. 이게 영화의 전부다. 영화가 끝이 나면 아무 감동도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스트레스나 풀면 그만이다. 내가 본 존 트라볼타의 영화 중 최악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 '시크릿 윈도우' 포스터     © 시크릿 윈도우
세 편의 영화 중 그나마 스토리 텔링이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시크릿 윈도우이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의도하지 않던 이문열 망언에 관한 글에서 이미 차용하여 쓴 적이 있다. 소설가(조니 뎁Jonny Depp 분)가 있고 그 소설가는 부인과 별거 중이다. 때문에 그는 호숫가의 산장에서 혼자 산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슈터’라는 이름의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소설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으니 이를 인정하라고 협박하며 나중에는 결말을 고치라고 요구한다. 소설가는 이를 견딜 수 없다. 흥신소 직원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슈터라는 인물이 같이 있는 것을 보게 된 마을의 주민이 연루된다.


별거 중인 아내에게는 애인이 잇다.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쳐들어간 어느 모텔의 남녀는 곧 아내와 그녀의 애인이었음을 영화는 차츰 알게 해준다. 표절이 아니라는 증거인 잡지를 가지러 간 (아내가 살고 있는) 자신의 집은 누군가의 방화에 의해 불태워져 있다. 계속 되는 슈터의 위협과 요구, 소설가는 그것이 아내의 애인이 꾸민 짓이라고 확신한다. 슈터는 그 애인이 고용한 킬러인 것이다. 협박에서 시작한 슈터의 요구는 이제 의뢰자인 애인이 어찌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고 소설가는 생각한다. 소설가의 짐작에 슈터는 자신이 진짜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슈터는 소설가가 고용한 흥신소 직원과 마을의 주민을 손도끼와 드라이버를 가지고 잔인하게 살해 한다. 증인은 아무도 없고 살인에 사용된 도구가 소설가의 것이라는 슈터의 협잡에 소설가는 그 주검을 호숫가의 절벽으로 떨어트려 수장한다. 이혼에 관한 담판을 짓기 위해 산장에 찾아온 아내, 슈터는 그 아내마저 잔인하게 죽이고 뒤따라온 아내의 애인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슈터의 짓이 아니다. 바로 소설가의 짓인 것이다.


소설가는 작품을 쓰듯이 또 다른 자신을 현실의 세상에 만들어 놓고 자신의 살인이 그 가공인물의 짓이라 여기는 다중인격자인 것이다. 마을의 보안관과 주민들은 그 살인의 심증을 가지고 있다. 다만 보안관의 말처럼 증거가 없어서 그를 체포하지 못할 뿐이다. 마을 출입을 삼가달라는 보안관의 요청에 대답하는 소설가의 눈빛은 섬뜩하고 그 미소는 왠지 잔혹하다. 문갑을 치우면 나타나는 창을 아내는 비밀의 창이라, 그 아래의 정원을 비밀의 정원이라 불렀다. 그 비밀의 창처럼 누군가는 그 진실을 훔쳐보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소설가의 분신인 슈터일지라도 말이다. 


10대들의 로맨틱 드라마 두 편, 그 지루함.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포스터     © 대자보
‘퀸가로 살아남는 법’
은 이미 상영 중에 있다. 보신 분이 있다면 그 지루함을 이겨낸 참을성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의 무대는 미국이지만 내가 본 영화는 프랑스어였다. 자세한 정보를 검색하지 않았으나 프랑스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의 고등학생쯤 되는 여학생이 겪는 사춘기 시절에 관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야생 동물학자인 부모님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살아 왔고 공부는 독학으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런 그녀가 대학의 교편을 잡은 어머니 때문에 드디어 처음 학교라는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여느 학교나 있기 마련인  퀸카들이 있고, 또한 그렇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킹카는 그 퀸카와 사귀고 있는 것이니, 주인공은 퀸카를 닮고 싶고 그들의 세계에 편입하고 싶다. 다행이 그 기회는 일찍 찾아와 그녀는 퀸카 그룹에 합류한다. 사모하는 킹카와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 수학 시험도 번번이 일부러 망친다. 퀸카 그룹을 속으로 비난하며, 그러나 어느새 퀸카들의 저열한 정신과 치장에 물드는 주인공.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이를 깨닫고 솔직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침으로 진정한 퀸카가 된다는 내용이 영화의 스토리다. 십대들이 보아도 지겹게 지루한 영화일 것이다.


9월 중순에 개봉할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내용은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이 주연했던 추억의 명화 ‘로마의 휴일’과 흡사하다. 틀린 게 있다면 공주의 나이가 훨씬 어리고 이미 공주의 신분으로 로마를 여행했던 헵번과는 달리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공주는 어느 날 나타난 할머니를 통해 자신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제노비아왕국의 공주임을 알게 되는 정도의 차이다. 죽은 아버지가 그 왕국의 후계자였고 일점혈육인 주인공은 그래서 왕국의 왕위를 계승해야만 한다.


채 16살이 되지 않은 주인공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벅찬 변화다. 할머니는 공주로서의 예법과 품위를 지키도록 요구하고 하나하나 그것을 배워야 하는 주인공은 혼란스럽다. 잘 빗겨지지도 않는 헝클어진 머리의 이 주인공은 공주 만들기 프로젝트에 의해 일순간 변신을 한다. 졸지에 학교의 퀸카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신분을 눈치 챈 매스컴의 관심과 취재는 온통 학교를 술렁이게 만든다. 처음 거리감을 느꼈던 할머니와의 사이도 차츰 좋아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 역시 그녀가 공주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포스터     ©프린세스 다이어리
공주임이 알려지고 한층 미모가 부각되게 변신한 덕에 짝사랑 하던 킹카도 관심을 보인다. 해변 축제가 있던 날, 공주는 로맨틱한 첫 키스를 상상하지만 매스컴의 관심과 킹카의 심술궂은 옛 여자친구의 훼방으로 첫 키스의 낭만은 산산조각이 난다. 설상가상으로 좋아하는 킹카의 접근은 그저 매스컴의 관심을 받기위한 수작임을 알게 된 공주, 실망스럽고 침울할 뿐이다. 다행히 리무진으로 자신의 뒷수발을 들어주는 할머니의 경호대장인 죠가 있어, 그의 친근함과 충고가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언제나 그의 편이 되어주는 친구와 그녀의 오빠 마이클의 눈빛을 그 제서야 느낄 수 있다.


공주로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제노비아왕국의 연찬석상에서 공주는 자신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 공주로서 왕국의 후계를 계승하기를 바랐던 할머니도 더 이상 그녀에게 왕위 계승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녀를 이해해 주는 것이다. 할머니가 연찬회 직전에 선물한 왕손의 다이어리에는 아버지의 편지가 들어 있다. 왕위와 자신의 엄마 그리고 자신 사이에서 고뇌했던 아버지의 음성이 생생한 육성으로 전해진다. 마침내 아버지를 할머니의 바람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려했던 계획을 취소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도 오지 않는 손녀를 대신해 여왕은 공주의 왕위 포기를 공식선언하기 직전이다. 겨우 연찬석상에 도착한 공주는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밝힌다. 공주로서의 신분을 계승하고 제노비아왕국으로 가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다. 아빠가 개인과 왕국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처럼 그녀도 왕국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이클은 방문에 응해주었다. 그들의 사랑의 왈츠는 우아하고 행복하다. 엄마 역시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과 사랑의 춤을 춘다. 여왕 할머니 역시 모처럼 가벼운 마음에 죠와 아름다운 춤을 춘다. 영화는 끝이 났다. 신데렐라 신드롬의 아류일 수 있는 이 영화와 김선아 주연의 ‘에스 다이어리’와 혼동하여 애꿎은 영화비 날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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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9/07 [04: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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