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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들이여! '지구를 지켜라!'
진실은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틈새   기사입력  2004/04/17 [10:04]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마네킹들과 침침한 공기가 장악하고 있는 음습한 지하실.

▲영화 지구를 지켜라 포스터  
한 켠에 꽂혀있는 외계인에 관한 각종 서적들과 전기 고문 도구들.
이 기분 나쁜 광경 속에서 꽃분홍 발레슈즈를 신은 소녀(?)는 외줄타기 연습을 하고 인형의 머리를 매만지며 각종 고문을 돕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고문기술자는 머리에 안전모를 쓰고 우주와 교신하는 레이더를 매단 채 인질에게 날마다 끔찍한 고문을 가하고 있다.

인질은 발등의 피부가 반쯤 벗겨진 상태에서 고문 기술자에 의해 가해지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물파스 고문을 받았다. 그러나 물파스가 속속들이 벗겨진 피부 사이로 파고드는 고통과 그 외 온갖 전기 고문, 도끼 고문, 못 박기 고문 등을 견디면서도 그는 끝내 살아남고야 만다.

왜! 그는 .. 그는... 바로 외계인! 그것도 왕자! 이기 때문이다!!!

외계인은 실존한다!

그렇다! 이것은 사실 감동 실화이다.
사실은 그 잔인한 고문기술자는 외계인의 음모로부터 지구를, 특히 지구의 억압받는 민중들을 구하기 위해 애썼던 진짜 영웅이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미친놈 취급하고 그를 잡아 가두려 하며 외계인만을 구하려 한다. 특히 경찰들이 그렇다. 그 이유는 외계인이 지구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돈 많은 사장으로 위장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아주 못된 사장이어서 노동자들을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폭력으로 노동조합을 진압하며 독극물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고야 만 노동자에게 산재 처리도 해주지 않는 아주아주 악질의 사장이다.

진짜 영웅, 외계인 고문기술자는 그 악질 사장, 아니 외계인으로부터 고통 받은 어머니와 자신의 애인을 비롯한 이 땅의 수많은 힘없는 지구인들을 위해 그들을 위협하는 악질 외계인들의 정체를 밝혀내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끝내 그는 진짜 영웅을 몰라보는 이 땅의 무지한 경찰들과 외계인에 의해 결국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전사하고야 만다.

(이 장면쯤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필시 외계인이다!)

허나 진짜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감동적인 영웅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영화를 보았던 많은 이들이 끝까지 영화 속의 무지한 인간들처럼 강사장이 진짜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지구를 폭파시켜 버리고야 마는 외계인 왕자의 실체를 보면서도 ‘그것은 병구(그들에게는 영웅이 아니라 그냥 ’미친 병구‘일 뿐이다)의 환상일 뿐’이라며 헛된 진실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있다.

내 생각엔 이들 역시 외계인일 가능성이 크다. 알바 외계인!

정신 똑바로 차려라!

▲외계인 퇴치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병구님


아!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는 어찌하여 진실을 보면서도 진실을 알지 못하는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강사장과 같은 위장한 외계인들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오늘도 어느 건물의 가장 큰 사무실에 앉아 손가락 하나로 이 지구의 돈들을 장난감 옮기듯 이동시키며 수많은 지구인들의 가슴을 파헤치고 눈물을 뽑아내고 있다.

또한 자신에게 도전하는 지구인에게는 철저한 응징을 가한다.
외계인에게 한 번 도전했다 하면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혹독한 징계와 고문 뿐.

그는 죽도록 일을 해도 월급 한 푼 받을 수 없으며, 어디선가 동원한 폭력 지구인 무리들에 의해 죽도록 두들겨 맞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외계인들과 협력하고 있는 경찰 지구인 무리들에 의해 잡혀가서 죽도록 고생해야 한다.

외계인의 존재를 파악한 선도적인 지구인들이 이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라도 외계인들이 철저하게 장악하고 있는 이 세상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서 외계인을 물리치려 제 한몸 불살라 노력한 병구님과 같은 훌륭한 지구인의 활약 스토리가 어찌 감동적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강사장을 외계인 왕자가 아니라 믿는 이가 있다면 그는 오늘 ‘지구를 지켜라’를 다시 보던가 외계인 관련 서적을 탐독해 보기 바란다.
아니, 다 귀찮다면 오늘 저녁 뉴스만 확인해 보아도 좋다!

당신은 가슴으로 깨달아야 한다. 당신이 듣기 싫은 그 뉴스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주인공들이 바로 마침내는 강사장처럼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어 갈 외계인들이라는 사실을!

아마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어떻게든 그 사실을 널리널리 알려야겠다는 벅찬 가슴을 안고 바로 거리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외계인을 물리치려는 병구님의 결연한 모습  

헷갈린다고?

지구의 진짜 영웅, 병구님이 즐겨 듣던 노래가 있으니 ‘Somewhere over the rainbow' 라는 곡이다. 그러니까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뭐 이런 뜻이다.

병구님의 절친한 동료이신 미국 FBI 요원 멀더님께서도 늘 이와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곤 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비록 세상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외계인들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그들을 마냥 동경하고만 있다 해도 그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진실은 당신들이 깨닫지 못하는 저 너머에 반드시 있다’
이제 우리가 영웅 병구님의 뜻을 이어받아 저 너머에 있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만국의 억압받는 지구인들이여 일어서라!
당신들이 잃을 것은 오직 외계인이요, 얻을 것은 외계인 없는 온 세상이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문화연대에서 발행한 주간문화정책뉴스레터 '문화사회 80호' (http://weekly.culturalaction.org/)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 필자는 <문화사회>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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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17 [10: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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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림 2004/08/21 [21:42] 수정 | 삭제
  • 전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영화를 다운받아서 보느라 끊기기도 하고 집중하지 못한 바도 있겠거니와, 사실 재미를 느끼거나 감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잔인한 장면도 안보고 넘겨버리느라 더 바빴지요. 그래서 영화의 진정한 감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 기사를 보면서 영화를 꼭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