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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다름을 사랑해보는 건 어떨까?
성적 소수자 편견-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다"
 
강태성   기사입력  2004/04/14 [08:36]

"사회는 다양하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은 달라서는 안 된다. 그 '다름'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배타적인 시각이 억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속에 모두가 획일화되어 간다고 호소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낸 상식이라는 것에서 벗어나게 되면 인간은 다시 획일화를 요구한다.

이제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잰더 등의 개념이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 됐지만 이들 성적소수자들을 이해하는 수준은 나와는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 국한돼 있다. 

▲우리나라 경우 조심스럽게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에서는 다양한 문화를 통해 그들을 표출하고 있다.     ©강태성
몇 년전 우리는 TV에 나와 울먹이며 자신을 동성애자로 밝히던 배우 홍석천씨를 기억할 것이다. 그가 왜 우리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듯 울어야 했는지 아무도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은 채 사회는 냉담했다.

그것을 받아들이기엔 사회의 관용과 포용이 부족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그는 이른바 ‘커밍아웃’을 한 이후 브라운관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간간이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힘든 일상을 접해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고통의 시간이 지난 지금 TV 연속극에 출연하는 등 다시 본업에 돌아가 종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동성애자 "홍석천"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고 있다.

그것이 성적 소수자들에게 벗어날 수 없는 주홍글씨로 남아 있어 그들에게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얼마 전 '엑스죤'이라는 이반(동성애자)사이트가 청소년유해사이트로 분류돼 동성애인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에 청보법 상에서 '동성애' 부분을 삭제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함께 입법예고가 들어간 상태로 문제가 일단락 됐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은 결국 성적 소수자들을 향한 일반 사람들에 편견과 억압이 불러온 논란이다. 

이에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 2004년 최준원 대표는 "엑스죤 자체를 동성애자들이 이용하는 것이니 으레 음란물로 보는 것"이라며 "실상 동성애 정보를 제공해주는 보통 포털사이트로 보면 된다"고 반박했다.

최 대표는 또 "이런 사이트를 청소년들이 이용할 때 부정적인 면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전형적인 편견이 있는 질문으로 청소년들을 격리 시켜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사이트마다 다 등급이 존재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줄지는 모르지만 격리보다는 바로 잡아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동성애자가 이용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유해가 된다는 것은 편견과 모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동성애자들을 보는 시각은 사람들의 사고가 개방됐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편견과 끊임없이 싸우며 그들만의 문화를 성립해나가고 있다.

그 문화 중에 하나가 이반싸이트 혹은 웹진이 만들어지면서 서로 사랑하는 이를 찾거나 유대관계를 만들며 서로의 고민과 고충을 교감하고 있다.

이성애자들이 채팅을 통해 이른바 번개를 하는 것처럼 이들도 이반싸이트에서 채팅을 수단으로 만남을 가지며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채팅은 일반과 이반 구분 없이 네티즌들이 행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며 "번개를 통해 같이 영화를 보기도 하고 술자리를 가지기도 하는 등 그저 다양한 문화 중의 하나로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들은 사회에 편견을 피해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혹자는 "동성애자라고 해서 삶에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야 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냐"고 이런 편견들에 대해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사이트로 '이반시티', '해피이반', '친구사이' 등 성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과 정보와 이반업소 등까지 소개해주는 웹진이 등장하는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들이다.

동성애인권단체 '친구사이'에 경우 회원비로 운영되는 자발적인 사이트라고 말할 수 있으며 여타 다른 사이트보다는 정보제공에 주력하고 있는 곳으로 이반들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편견과 억압이 그들이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을 만들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동성애인권연대 활동가 K씨는 "편견은 무지에서 온다"라는 말이 있다며 "동성끼리의 사랑과 성행위는 결국 이성애자들의 상상 속에서 잣대를 들이대고 판단하기에 해결의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K씨는 결과적으로 동성애자들의 인권인 차원에서 해결방법에 대해 "사회가 동성애자들에게 주홍글씨를 안겨주고 있는 ‘변태’,‘음란’등의 낙인에 초점을 맞춰 인권적인 차원에서 해결이 모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보다는 동성애자들에게 관대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물론 미국이란 나라도 워낙 보수적인 집단이 많아 많은 편견과 함께 싸우고 있지만 그들의 문화는 훨씬 더 개방되고 활성화 돼 있다.

TV매체에서까지 본격적으로 동성애 드라마 <Queer As Folk>가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그들의 문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이는 그들의 문화를 다양한 문화 속에 일부로 인정하는 동시에 수많은 편견들과 억압들을 서서히 철폐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동성애자들 간의 결혼 합법화가 지역마다 다르지만 법으로 인정하는 있으며 그들만의 마을이 존재하는 등 자신들이 성적소수자임을 밝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미국의 다양한 문화 속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변화희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추세임에도 유독 우리나라만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영화에서 종종 동성애 캐릭터가 등장하고는 있지만 그 모두 "우스꽝스럽고 유별남"으로 표현되고 있어 오히려 이들을 왜곡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만약 사회가 모든 다양한 인간의 구성원을 이해하고 포용한다면 굳이 이반싸이트 혹은 웹진을 만들어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시킬 필요가 없으며 안으로 은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젠 "그들과 함께 사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진정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물음표를 던져본다.

 한국남성동성애인권단체 '친구사이' 2004년 최준원 대표 인터뷰

▶ 동성애자와 동성연애자라는 말의 의미가 서로 다르다는데 일반인들은 잘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데.

극단적으로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이성애자와 이성연애자는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가? 동성애자들은 연애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단지 사랑의 대상이 같은 동성일 뿐이다. 간혹 개인적인 차이에 따라 연애만 하는 동성애자도 분명 있겠지만 반대로 연애만 하는 이성애자도 있을 것이다.

▶ 언제나 동성애하면 빠지지 않는 질문일 텐데 에이즈는 분명 동성애자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벗기 힘든 편견 중의 하나로 꼽힐 수 있지 않나.

HIV바이러스는 감염자와의 성관계 및 수혈 등으로 인해서 감염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관계는 동성애자들만 하는 행위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은 동성애자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결합돼 조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편견을 조장하는 데는 언론에도 그 책임이 있을 것이다. HlV감염자 수를 보도할 때마다 전체 감염자 수 대비 동성애자의 비율 등은 생략한 채 느닷없이 동성애자 감염자의 수를 제시해 'HIV바이러스 감염자=동성애자'라는 잘못된 편견을 고정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 가장 기분 나쁜 질문 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으레 동성애를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동성애가 선택의 문제라고 가정하자. 우리나라 같이 동성애자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편견들이 조장돼 있는 사회에서 누가 동성애자로 살아갈 것을 선택하겠는가? 그리고 반대로 물어보자. 당신들은 언제부터 이성애자가 됐는가? 이성애자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 본 적은 없었느냐 반문하고 싶다.

▶ 사고의 개방이 이뤄지면서도 유독 동성애 부분에서만 보수적인 것들이 많은데 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을 요구하기도 이젠 슬슬 지쳐간다. '음란'에 대한 사회적 시선 자체도 문제가 분명 있을 것이다. 동성애자 내부에서도 다양한 연애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선 지고지순한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사람도 있고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진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진 사람은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그 사람의 사생활이고 방식이기 때문에 뭐라 간섭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변태라고 치부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묻고 싶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단지 자신들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자신들이 변태라고 치부해버려 가슴앓이하고 있는 동성애자는 그 사람 주위에도 물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견지한 보수와 진보를 떠나 동성애자는 분명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단지 사회적으로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 이반이란 말 자체가 개인적으로 보통사람들과 "다르다"를 먼저 인정하고 시작하는 말 같다. 그렇다면 인권적인 차원에서 항변할 때 우리는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어패가 있는 것이며 일반인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지는 않는가.

'다르다'라는 접근의 차원이 아닐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자의 의미이다. 흔히 편견받는 이상한 변태 성욕자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이 사랑하는 상대는 같은 동성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분명 이성애자와 다른 성적 소수자들과는 다를 것이다.

이반에 대한 말이 그릇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일단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개입돼 있는 것이 아닐까? 이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동성애자를 동성애자로 구분하여 말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동성애자'라는 말을 할 때 같이 동반되는 편견이 문제일 듯 싶다.

▶ 인권적인 차원에서 이반들이 커밍아웃을 했을 때 받아야 하는 편견들과 시선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가.

커밍아웃에도 많은 절차들이 존재한다. 우선 자신 스스로가 동성애자임을 자각해야 하며 그 단계를 넘으면 친구나 가족,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부모님이나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을 아직 자신들이 '이해하고 용납해야 하는 존재'들로 여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말하게 되지만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이 용납하고 이해해야만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 이제 사이트 '친구사이'에 대해 물어보겠는데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현재 온라인 회원을 2500명을 넘었지만 사실 사무실에 나오고 활동을 하는 회원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리고 수익 단체가 아닌 인권 운동을 위해 뜻이 있는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돼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 웹진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이 웹진 운영 목적은 무엇이며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다 생각하는가.

다른 오프라인의 인권 활동과 달리 웹진은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데 자긍심을 가지고 즐겁게 살자라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아직도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에 불안해하고 스스로 거부감을 느끼는 동성애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스스로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이트 및 웹진 운영자인 이송희일 영화감독의 풍부한 자료 수집과 문화적 역량도 한 몫 했으리라고 본다.

▶ 앞으로 인권적인 차원에서 차별을 없애야 할 텐데 어떻게 진행하고 싶은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어떤 주어진 현안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데 치중했던 것에 비해 역량을 더 쌓아가 근본적인 활동들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차별이나 편견이 어느 한 부분에만 집중되어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로 교과서에서 동성애자나 다른 소수자의 인권을 다룬 내용을 다룰 것을 명시하는 법률 제정 등이 될 것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인권'이라는 교과가 있고 그 곳에는 동성애자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 동성애문화를 개발하고자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성애문화를 개발하기보다는 동성애자로 즐겁게 살아가자고 하는 문화를 개발한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작년부터 친구사이에서는 동성애자 교양강좌인 '챠밍스쿨'을 개최하고 있다. 예로 영화 속에 담겨 있는 퀴어 코드를 찾아 영화를 즐기자라는 주제도 있었고, 음악, 미술 등의 문화나 의학, 법률 등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데 실생활에서 필요한 주제도 다루고 있다.

▶ 마지막으로 일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껏 이야기 해달라.

다소 공격적인 대답이 됐을 수도 있겠네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이성애자들의 숙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동성애자를 이해한다고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도 아직 이성애자의 관용으로 너희를 봐 주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동성애자는 누군가의 이해를 받아야만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냥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성적 취향이 소수자인 사람들이라는 점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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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14 [08: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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